교회가 제헌국회보다 앞서 집사 선거하고, 주요 사안도 투표로 결정… 민주주의 역사 일반 사회보다 교회가 빨랐다

박용미 2024. 3. 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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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조직교회가 대한민국 제헌국회보다 반세기 앞서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당회록은 장로들이 교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 열었던 회의를 기록한 것으로, 당시 교회 상황은 물론 우리나라 역사와 생활, 한국어 변천사까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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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새문안교회 발간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 보니…
이상학(오른쪽) 새문안교회 목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교회 역사관에서 당회록을 번역한 박장미 권사와 함께 현대어 풀이본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가 대한민국 제헌국회보다 반세기 앞서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서울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는 1907~1967년 60년간의 당회록을 현대어로 풀이한 책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을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당회록은 장로들이 교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 열었던 회의를 기록한 것으로, 당시 교회 상황은 물론 우리나라 역사와 생활, 한국어 변천사까지 알 수 있다.

새문안교회는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당회록을 보관하고 있으나 파손 위험이 있어 공개하지 못했다. 또 1972년까지 당회록은 한글 옛말체 및 국한혼용체가 수기로 쓰여 있어 일반인이 해독하기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교회 역사관에서 봉사하던 한문 교육자 박장미 권사가 당회록을 현대어로 번역하기 시작해 8년 만에 총 10권의 책이 탄생했다.

당회록에는 당시 일반 사회보다 교회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진 민주주의 역사가 눈에 띈다. 박 권사는 “교회가 대한민국 제헌국회(1948년)보다 앞선 1898년부터 선거를 했는데 당회록에는 1910년 진행된 집사 선거 사례가 남아 있어 이를 뒷받침한다”며 “담임목사 위임과 같은 주요 사안도 투표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00년전인 1924년 새문안교회 찬양대원들 모습. 새문안교회 제공


당시 교회는 성도들에게 지금보다 엄격한 신앙생활을 강조했다. 술집 운영자에게 세를 놓거나 주일 성수를 지키지 않는 경우, 음주와 남녀학생들의 연애편지 교환, 믿지 않는 집으로 출가 등의 이유로 치리받은 교인들의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우상 숭배를 하거나 첩을 들인 이는 출교시키기도 했다. 가정을 중요시하고 기독교인의 거룩한 차별성을 권장하기 위한 일이었다.

한국사회 근대화에 이바지한 인물들이 세례를 받은 기록도 남아있다. 영친왕의 서예 스승이자 고종황제의 어진을 촬영한 해강 김규진부터 1921년 조선어연구회를 조직해 한글운동과 연구에 헌신한 외솔 최현배와 장지영, 세브란스병원의학교 1회 졸업생인 홍석후와 동생 홍난파,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등이 새문안교회에서 신앙을 키웠다.

광복 전 당회록에는 교인들의 이명(이사나 직장 등으로 교회를 옮기는 일) 기록도 서술돼 관공서가 아닌 종교기관에서 행정 처리가 명확히 진행됐던 특징도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에서 이명 온 교인의 이전 교회 이름과 담임목사 이름 등이 상세히 나와 있어 통일 후 북한의 종교시설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학 목사는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 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 등을 거친 기독교 역사의 한 축이 고스란히 담긴 이 기록물이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며 “한국교회사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 책을 통해 당시 교회와 사회역사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문안교회는 교회의 오랜 역사와 자료를 한국교회 및 시민과 나누기 위해 2003년 교회사료관을 열었다. 2019년 새 예배당을 건축한 후에는 역사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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