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숨만 나오는 ‘범죄 도피처’,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들

2024. 3. 2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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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뉴스1]


실형·재판받는 인사들이 전부 상위 순번


정치권, 비례 선출 방식의 혁신 서둘러야


조국혁신당이 범죄 혐의자들의 도피처가 될 것이란 우려는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조국혁신당이 그제 밤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이미 실형을 받았거나, 재판 중인 인사들이 주축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국혁신당의 현 지지율이면 적어도 비례대표 10번까지는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국 대표는 남성 후보로는 맨 앞인 비례 2번을 받았는데, 그는 이미 지난달 8일 서울고법에서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주요 혐의에 대해 1, 2심 재판부가 똑같이 유죄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법률심인 대법원 재판에서 유죄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형이 확정되면 당연히 의원직은 상실한다. 상식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전혀 아니다.

비례 4번인 신장식 당 대변인은 음주운전 1회, 무면허 운전 3회 등 전과 4범이다. 신 대변인은 4년 전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6번을 받았다가 전과 논란이 증폭돼 후보를 자진 사퇴했었다. 정의당에선 음주·무면허 전과가 후보 결격 사유지만, 조국당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비례 8번인 황운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이게 부담이 돼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했으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조국당에 합류해 재선을 노린다. 마치 2020년 총선 때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민주당에 입당해 전북 군산 공천을 노리다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나중에 열린민주당으로 갈아타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꼼수와 비슷하다.

비례 10번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선 무죄를 받았으나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소된 건 아니지만 비례 1번인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법무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은 인사다. 이런 인사들이 직능별 대표나 소수그룹 보호라는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가. 이미 민주당은 종북 논란 때문에 여러 명의 위성정당 비례 후보들을 교체하는 몸살을 앓았다.

비례대표 잡음은 여권에서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비례 17번에 배치한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의 공천을 하루 만에 취소했다. ‘골프 접대’로 징계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검증 부실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비례대표에 호남이 홀대를 받았다며 당 소속 호남 출마 후보들이 집단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치권이 비례대표 선발의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을 제고할 제도 자체의 혁신을 고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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