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오명에도…뮤지컬 시장, 스타 독식 여전 [뮤지컬 세대교체①]

박정선 2024. 3. 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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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규모 뮤지컬 시장, 내적 성장 동반 필요
스타 독과점 심각...차세대 스타 발굴은 과제

긴 팬데믹의 터널을 벗어난 한국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티켓 판매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장이 5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하지만 ‘규모의 성장’에 업계는 마냥 웃음 지을 수 없는 처지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선 내적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까닭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4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늘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판매액을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고액이고, 지난해 공연시장 전체 판매액의 약 36.2%를 차지한 수치다.

수치만으로는 분명 기록적인 해였지만, 업계에서 웃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다. ‘스타급 배우 중심의 대극장 작품’ 위주로 흥행을 이어가면서 캐스팅에 따라 객석 점유율에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시장은 이미 지독한 스타 중심 체제로 자리 잡았고, 이 때문에 불거지는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겹치기 출연’으로 인한 배우의 컨디션 난조가 대표적 예다. 배우 최재림이 ‘레미제라블’(2023년 11월 30일~2024년 3월 10일)과 ‘오페라의 유령’ 대구 공연(2023년 12월 22일~2024년 2월 4일)에 동시에 출연했고, 2인극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까지 합류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지난 1월 한 달간 주말 중 하루는 대구에서, 다른 하루는 서울에서 공연하고 동시에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연습까지 참여하는 일정을 반복한 셈이다.

비단 최재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마이클 리는 2~3월 ‘노트르담 드 파리’와 ‘넥스트 투 노멀’에 동시에 출연하고 이지혜는 지난해 12월~올해 2월 ‘몬테크리스토’와 ‘레베카’에, 박지연은 ‘일 테노레’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 함께 출연한다. 중소극장 공연도 마찬가지다. 윤소호는 지난해 12월 개막한 ‘은하철도의 밤’과 ‘아가사’에, 김경수는 ‘키다리 아저씨’와 ‘스모크’에 겹치기 출연했다. ‘겹치기 출연’은 이미 뮤지컬 업계에선 ‘당연’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레미제라블' 최재림 ⓒ레미제라블코리아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다. 작품을 끌고 가는 주연 배우는 한 회차의 공연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상당한데, 쉬는 날도 없이 공연을 이어가면서 높아진 티켓값 대비 관객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제작사 입장에서도 안주하기 좋은 환경으로 작용한다. 스타 배우의 팬덤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연의 경우, 비판의 요소가 개입되기 어렵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겹치기 출연 논란 이전에 불거졌던 옥주현을 중심으로 한 ‘인맥 캐스팅’ 의혹도 본질적으로는 ‘소수 배우의 시장 독과점’ 문제가 야기한 논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흔히 ‘OOO사단’ ‘OOO의 페르소나’라는 말이 흔할 정도로 인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뮤지컬 업계에서 누군가를 주연 자리에 ‘추천’한 것이 인맥 캐스팅으로 발전한 건, 오랜 기간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지 않은 산업구조로 인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스타 독과점을 단순히 “뮤지컬도 돈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미뤄 둘 문제는 아니다. 미래의 뮤지컬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들을 발굴해야 하는 것은 이제 필연적인 업계의 과제다.

한 공연예술단체 관계자는 “스타 독과점은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생긴 고질병 중 하나다. 민간 제작사의 입장에선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안전한 작품’을 올리고, ‘안전한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산업의 성장이 안정권에 든 만큼 대대적인 변화와 내실 다지기가 동반되지 않으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심하게는 퇴행하는 사태에 이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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