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미분양 1년 만에 50% 늘어… 청약시장 선방 지역도 고전

방재혁 기자 2024. 3.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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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후 미분양 1만1363가구… 37개월 만에 최대
아파트 분양전망지수 지방 7.8p 하락
전문가들 “현재 미분양도 ‘준공 후 미분양’ 가능성 커”
정부, ‘공공매입’ 발표… “시점 아직 불분명”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년 만에 50% 넘게 급증했다. 특히 대전, 부산 등의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늘었다. 청약시장이 침체된 와중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던 곳들이다.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공공매입 방안을 밝힌 가운데 앞으로 미분양 물량은 계속 늘 것이라는 전망된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월(6만2489가구) 대비 2%(1266가구) 늘었다. 특히 건설업체들에 금융 부담으로 작용해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1363가구로 6개월 연속 늘면서 37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7546가구)과 비교하면 50.8%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이 계속되면 건설사와 조합원에 타격을 주게 된다. 건설사는 통상 금융사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공사를 시작한다. 이후 수분양자가 입주하면서 낸 돈으로 PF 대출을 상환하고 시공업체들에게 공사비를 지급한다. 따라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면 PF 부실 문제로 건설업계와 금융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준공 후 미분양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기도 한다.

만약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수익 감소분을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이 증가할수록 건설사 손실 금액이 커진다. 이는 금융업계 타격과 함께 건설자재, 시공업체 등 연관 산업 고용 인력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일부 지방에서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은 1174가구로 전월 대비 292가구(33.1%) 늘었다. 대전은 21가구, 경기는 93가구가 늘었다. 이들 지역은 침체된 청약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던 지역이다.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27.86대 1로 서울(56.93대 1), 충북(32.17)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부산은 4.32대 1로 전국 평균(10.84대 1)을 밑돌았지만 전년에는 37.6대1을 기록했을 정도로 청약 시장에서 인기 지역이었다.

이들 지역은 최근에 진행한 아파트 분양에서 미달이 발생해 향후 미분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서 지난해 12월 청약 진행한 ‘디에트르 그랑루체 13블록’은 1336가구 공급에 1292명 접수돼 미달했다. 동래구에 들어서는 ‘이룸 더 시티’는 오는 4월 입주 예정이지만 총 104가구 중 102가 미분양인 상태다. 같은 달 준공예정인 부산진구 ‘초읍 월드메르디앙 에듀포레’도 총 116가구 중 4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전의 경우 서구 ‘도마 포레나해모로’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1·2순위 청약에서는 464가구를 모집했지만 162가구가 미달했다. 동구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도 일반공급 물량 315가구 중 108가구가 미달했다.

지방의 향후 분양 전망도 좋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4.8포인트(p) 하락한 81.4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지난달 대비 9p 상승한 83.8을 기록한 반면 지방은 79.8로 7.8p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국 분양 시장이 침체된 상태가 계속되면서 일반 미분양 물량 대부분도 시간이 지나면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방 미분양 물량 관련 입지나 브랜드에 따른 청약시장 양극화로 ‘미분양 양극화’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시장 전망이 워낙 좋지 않고 주택 수요가 수도권보다는 덜 한 상황에 공급이 되다 보니 현재 미분양 물량들이 채워질 가능성보다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은 평균적으로 미분양이 많기도 하지만 도심지 등과 비인기 지역의 미분양 물량 차이가 있다”며 “입지, 가격 경쟁력 등에 따라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에 준공 후 미분양 공공매입을 포함했다. 악성 미분양 증가 추이를 지켜보고 건설업계의 자구노력(분양가할인 등)·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책 실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미분양 주택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공공매입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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