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000권 읽어…안 까먹는 독서법으로 특허 도전”
1995년 서른살에 일반행정 9급 공무원 시험에 통과했다. 늦은 나이였고, 업무평가도 나빴다. 그런데 6급, 5급 승진에선 동기들을 앞서더니 지난해 4급(서기관)으로 승진했다. 비결은 20년간 1000권에 달하는 독서량과 책 한 권을 카드 한장에 요약해내는 독후 활동이라고 한다. 고안한 독서법을 공유하고 싶어 책을 썼다. 허필우(58) 부산시 홍보담당관 이야기다.
지난 14일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처음부터 공무원이 되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대학원에 다니다 사정상 취업으로 진로를 틀어야 했다. 직업 선택에는 공무원이던 아내 영향이 컸다고 한다. 1년6개월 만에 공무원이 됐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는 “보고서가 엉망이라고 늘 질책을 받았다. 주눅이 들었고 가족과도 자주 다투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생각 없이 살지 말라”는 아내 핀잔에 자극받아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신지식인이 21세기를 이끈다』는 책 속에 ‘독서 노트의 효용’을 강조한 내용을 보고 독후감을 쓰는 데도 매진했다”고 했다.
다독과 요약 훈련은 업무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조직에서 인정받자 ‘더 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0년 부산시청으로 전입했다. 허 담당관은 “R&D·도시재생 같은 생경한 업무를 맡으면 관련 책을 탐독하고, 요약한 내용을 동료들과 공유했다”며 “대학교수 등 업무 관련 전문가와 의견 교환이 수월해지면서 성과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2011년 6급, 2018년 5급을 달고 지난해 4급으로 승진했다.
허 담당관의 독서는 단순히 ‘다독’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에겐 1000권의 책 제목을 주제·작가별로 정리한 ‘독서 마인드맵’이 있다. 이 표를 나침반 삼아 그는 필요한 책의 내용을 업무와 연계한다. 읽은 책을 가로 15㎝, 세로 10㎝ 종이 카드 한장에 요약하는 GC(Gain Change)카드 작성은 허 담당관 독서법의 핵심이다. 직접 고안한 이 카드에 책의 핵심문장(Copy)과 내용(Contents), 얻은 지식(Gain), 생각의 변화(Change) 등 4가지를 기록한다.
그는 “직접 쓰면서 각인하는 게 중요하다. 카드가 쌓이면 책 내용이 머릿속에서 연계돼 창의적 사고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GC카드 활용법을 자세히 담아 지난해 12월 출간한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사진)는 1쇄(2000부)가 모두 팔렸고, 2쇄로 1000부를 더 찍었다. 지난해 3월 출원한 ‘독서카드 기반 지식공유-창출 방법’을 특허는 9월 심사 결과가 나온다. 허 담당관은 “‘특허받은 독서법’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독서의 힘을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특허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년을 2년10개월 앞둔 허 담당관은 ‘퇴직 이후의 삶’을 주제로 다음 저서를 내려고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 등 20여명을 인터뷰했다. 그는 “모두가 ‘고전’만으로 독서를 할 수는 없다. 해당 분야의 최신 경향이나 경험을 바탕에 둔 자기계발서는 실용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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