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기차 격전지’ 급부상… 잘 달리던 현대차·기아 '긴장'

편은지 2024. 3. 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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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기차 투자기업에 관세 인하
테슬라, 빈패스트 등 대거 진출 예정
인도 정부, 2030년까지 EV 판매비중 30%로 확대 목표
"현대차·기아, 전기차 출시 서둘러야"
서울시내 대형쇼핑몰 주차장에 테슬라 차량이 주차돼있다.ⓒ뉴시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인도가 미국, 유럽에 이어 전기차 격전지로 급부상할 예정이다. 높은 관세 장벽을 고수하던 인도 정부가 글로벌 전기차 업체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관세 인하 정책을 펴면서다. 기존 인도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테슬라를 필두로 베트남 업체 빈패스트 등이 대거 진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진출해 마음을 놓고 있던 현대차·기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인도 전기차 시장이 아직 태동기인 만큼 전기차 시장의 승패는 쉽게 예견할 수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인도에서의 전기차 출시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자국에 최소 5억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하고 3년 이내 자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업체들에 관세 인하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발표와 동시에 즉각 발효됐다.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는 자체 생산한 3만5000달러 이상의 전기차를 연간 8000대까지 관세 15%로 인도로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낮아진 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5년이다. 공장을 완공하기까지는 수입 차량에 대해 관세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 장벽으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진입조차 쉽지 않았던 인도에서 이같은 조치는 매우 파격적이다. 인도는 가격에 따라 수입 전기차에 대해 4만달러 이상이면 100%, 나머지에는 70% 관세를 부과해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관세 인하 조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던 인도 정부가 3개월 만에 입장을 바꾸게 된 바탕에는 테슬라의 끊임없는 구애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 수년간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세를 낮춰줄 경우 인도에 기가팩토리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구애해왔지만 현지 업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인도 정부로서는 타타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의 반발에도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생산 유치를 위해 '결단'을 내린 셈이다.

테슬라를 비롯해 인도 시장을 꾸준히 두드려왔던 빈패스트, 비야디(BYD) 등 전기차 업체의 진출도 속속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앞서 인도에 20억달러(약 2조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왔으며, 베트남 전기차업체 빈패스트 역시 인도 타밀나두 공장에 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도에 2억달러를 투자하고 진출해있는 중국 비야디도 관세 인하를 위해 추가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는 자국에서 생산할 것이 아니라면 부품 하나까지도 수입을 못하게 했던 국가"라며 "하지만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과 같이 글로벌 업체들의 생산 공장 유치 등 투자를 유치할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며 테슬라의 지속적인 제안에 끝내 혜택을 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 전략모델 크레타 N라인 ⓒ현대자동차

이에 따라 이미 인도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세력을 확장해왔던 현대차·기아는 모처럼 긴장의 끈을 조이게 됐다. 이미 인도에서 합산 점유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몸집이 커진 상황이지만, 인도 전기차 시장이 아직 태동기인 만큼 전기차 시장의 승패는 쉽게 예견할 수 없어서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인도 판매 대부분은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이뤄져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인도 시장 합산 점유율은 20.9%로, 연간 86만대를 판매해 현지업체인 타타자동차(13.4%)를 따돌리고 전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전기차 판매에 있어서는 지난해 현대차는 1428대, 기아는 400여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2개 모델만 판매중인 비야디(2038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인도 전기차 판매 부동의 1위는 타타모터스로, 지난해 6만915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올 1월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162대, 기아는 35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타타모터스는 5591대, MG는 1162대 판매했단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기아의 인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내연기관차 시장에 한참 못미친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도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을 기회로 삼아 전기차 출시를 서두를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현대차가 인도에서 판매중인 전기차 모델은 아이오닉5, 코나EV 등 2종이며, 기아는 EV6 1종에 그친다.

현대차·기아 역시 그룹차원에서 인도를 핵심 시장으로 두고 투자를 확대해온 만큼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기존 내년 출시할 예정이었던 소형 전기 SUV '크레타 EV'의 출시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 공장 투자 역시 지속 중이다. 현대차는 증설을 통해 첸나이 1·2공장의 생산능력을 연산 82만대 수준으로 확대했으며, 지난해에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제너럴모터스(GM)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했다. 탈레가온 공장까지 가동에 들어가면 총 연산 100만대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향후 10년간 인도 첸나이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에 전기차 생태계 조성 및 생산설비 현대화를 목표로 2000억 루피(약 3조2000억 원) 투자 방침도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미 현대차는 10년 전부터 인도 시장에 진출해 점유율을 높인 상황이고, 최근 GM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는 등 인도시장에서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 일정을 앞당기고, 인도에서 인기가 좋은 소형 차량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기차 모델 출시를 서두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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