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김동준, 현종 향한 ‘동질감’‧최수종 향한 ‘존경’ [D:인터뷰]

유명준 2024. 3. 18. 13: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뷔 15년차. 아직도 앳된 얼굴이지만 녹록지 않은 연예계 경력을 자랑한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사회 초년생 느낌의 역할에만 한정되어 연기할 것만 같았는데, 사극에서 주연을 꿰차며 왕의 역할을 했다. 이제 ‘제국의 아이들 출신’이 아니라, ‘배우’라는 타이틀로 만나야 하는 김동준의 이야기다.

김동준은 ‘고려거란전쟁’(이하 ‘고거전’)에서 고려 8대 왕 현종 역을 맡았다. 현종은 가진 것 하나 없던 신세에서 권력자들의 정치적 계산으로 왕이 됐지만, 거란족 요나라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 명군으로 평가받는다. 고려라는 시대적 배경도 그렇지만, 현종이란 인물도 그려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월 제대한 김동준이 복귀작으로 선택하기에도 녹록지 않은 작품이고, 역할이다. 부담스러웠던 사극을, 왕의 역할을, 김동준이 ‘그래도’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수종을 비롯한 선배 배우들 덕분이었다.

“솔직히 처음 제안받았을 땐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캐스팅 된 후)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제가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렇게 성군이고 대단한 분을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감독님과 수종 선배님 등을 뵈면서 ‘이분들과 함께라면 같이 그려나갈 수 있겠다’라는 힘을 얻었어요. 감독님도 ‘같이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하셨고요. 그래서 ‘내가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대중에게 현종을 알려주고 싶은데, 그게 이왕이면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쟁쟁한 선배들 앞에서 연기하기에 부담되었는데, 그게 실제로 나와 현종의 공통점이라 생각했죠. 그 부담감을 이용했죠.”

‘고거전’은 여러 논란을 겪었지만, 극초반에는 김동준의 연기력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왕이 왕답지 못하다’는 등의 지적이었다. 물론 김동준의 회가 거듭될수록 변화됐다. 이 때문에 ‘현종의 성장사가 곧 김동준의 성장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32부작이지 않냐. 절에서 시작해 궐에 들어와 진짜 왕의 모습이 되기까지 그린다. 극초반에 ‘지금 왕이 아니다. 내 모습은 왕이 아니다. 10대 패기 넘치는 소년이다’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그래야 내가 32부작을 찍으면서 변화가 더 깊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 처음부터 왕처럼 해버리면, 후반이 안 궁금할 것 같았죠. ‘성장캐’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궐 안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며 왕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의 모습’과 ‘궐 안에 들어온 불안감’에 집중했어요. ‘미숙한 왕의 모습’을 많이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과 마지막 모습을 비교해 다르게 보여주고자 했던 건 발성과 목소리였어요. 불안한 존재, 뭘 해보고 싶지만 잘 몰라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왕답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

결국 극초반에 지적 받은 연기는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김동준이 보여주고자 했던 ‘성장캐’의 한 부분이었던 셈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김동준은 어떤 현종을 그려내려 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는 만족스러운 현종을 그려서 시청자들과 만나게 했을까.

“현종은 절에서 자라서 왕이 되기 위한 준비 없이 갑자기 황제가 되어 버린 인물이죠. 갑작스럽게 왕이 된 혼란스러움과 전쟁과 정치를 겪으며 신하들과 공존하고 대립하며 백성들과 나라를 위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들과 맞닥뜨리며 성군이자 명군이 된 인물이에요. 잘 알려지지 않았고 드라마를 통해 제대로 조명 되지 않은 인물이었기에 실존했던 인물을 역사의 기록과 내용들 만으로 현종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고 부담이 컸죠. 그렇지만 현종이라는 인물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그분의 업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어떤 현종’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기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군 현종을 시청자들에게 새로이 소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작품에 임했었요. 모든 배우와 제작진들의 노력으로 현종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김동준이 ‘성장캐’를 써가며 명군 현종을 그려내는 과정에는 배우 최수종이 있었다. 극 중 현종의 정치적 스승인 강감찬 역을 맡은 최수종을 이야기할 때 김동준의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김동준은 최수종에 대해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선배님이 SNS에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항상 쓰시는데, 그걸 현장에서 눈으로 봤어요. 질문을 하면 귀찮을 법도 한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답해주고 응원해 줬죠. 보조 출연자한테도 먼저 다가가 분위기를 풀어줬어요. 전쟁신 촬영 때 굉장히 더운 날이었는데, 선배님이 갑자기 검차 위에 올라가더니 ‘무기 하나 줘봐’ 하시더니 스태프들과 보조 출연자 앞에서 노래를 열창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정말 군사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모습이었고, 강감찬이었어요. 나도 선배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따라 하면서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순간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NG를 단 한번도 낸 적이 없고, 아무리 긴 대사도 한 번에 오케이 했어요. 그걸 알고 있으니 제가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촬영장에도 30분 전에 도착하시고, 모범을 보여주니 후배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일까 김동준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강감찬을 떠나보낸 마지막 신을 꼽았다.

“거의 마지막 촬영 때 ‘살펴 가시오’라는 대사를 하며 (최수종 선배의) 눈을 봐야 하는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요. 지금 생각해도 뭉클해요. 현종이 강감찬을 보내드릴 때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