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은행 WM 영업 평가표 개편…중·저위험 상품에 '가산점'

고정삼 2024. 3. 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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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포트폴리오 관리에 중점
전문가 상담 연결시 가점 부여
함영진 등 스타급 전문가 포진
영업 기준 '판매→고객' 대전환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자산관리 부문에서 직원들의 영업 성적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개편했다. 영업점 직원들이 고위험 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할 유인을 낮추고 고객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로 은행의 직원 성과 평가를 고객 이익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우리은행이 당국의 의중과 맞닿은 행보를 보이면서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자산관리 부문 KPI에 고객 포트폴리오 영업과 관련한 두 가지 평가 기준을 포함했다. 우선 개별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가 관리하고 있는 고객을 본점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배치된 포트폴리오 전문가와 연결해 상담을 진행시키면, 해당 PB가 최대 10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자산 구성에 변화를 주지 않고 상담만 받아도 가산점을 받는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부동산·투자전략·세무 등 분야별 대표 전문가 12명의 '자산관리드림팀'을 구성한 상태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 함영진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을 영입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PB가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고위험 상품 비중을 지나치게 높게 가져갈 수 없도록 KPI에도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고위험 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고객의 리스크도 확대되는 탓이다. 이에 중·저위험 상품 비중을 높이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고객 위험 관리에 보다 공을 들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고객 포트폴리오 영업을 직원 성과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자산관리 영업 기준을 판매에서 고객 만족도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의 연장선이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얻는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최적화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고객 이익 제고와 신뢰 형성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수년째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영업을 지속하면서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 ELS 사태를 시중은행 중 사실상 유일하게 비껴갔다. 실제 우리은행은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ELS를 PB 창구에서만 한정해 판매해왔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일반 예금 창구에서 ELS를 대거 판매한 것과 상반된 행보를 보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이 홍콩H지수가 고점인 상황에서도 판매 실적을 쌓기 위해 공격적으로 ELS를 판매한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이 당장의 수수료 이익에 연연하기보다 고객의 위험 관리를 우선순위에 둔 결정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실제 은행별 홍콩H지수 ELS의 총 판매 규모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8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은행은 400억원으로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도 홍콩H지수 ELS 사태의 원인으로 은행의 KPI를 지적했다. 은행 본점 차원에서 ELS 판매 실적을 직원 업무 성과에 높은 비중으로 반영해 무리한 영업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사가 직원의 업무 성과를 평가할 때 판매 실적이 아닌 고객 이익과 연계하는 방안을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속 우리은행의 직원 평가 방식이 당국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어 일종의 교보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송현주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장은 이번 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난도 상품 가입 사흘 후까지 고객 가입 의사를 재확인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해 완전 판매에 100% 근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건전 영업 시 PB 자격을 박탈하는 등 완전 판매 문화를 정착하겠다"며 "고객 음성 인식, 필적 대조 등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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