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박지은 작가의 ‘풍성한’ 멜로 [작가 리와인드(117)]

장수정 2024. 3. 1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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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부터 ‘별그대’· ‘사랑의 불시착’
익숙한 듯 새로운 박지은 작가의 멜로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07년 ‘칼잡이 오수정’의 공동집필을 통해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지은 작가는 이후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연이어 흥행작을 배출하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2013년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는 2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 박 작가의 ‘로맨스’ 강점을 만개하게 했다. 이후 ‘프로듀사’, ‘푸른 바다의 전설’, ‘사랑의 불시착’ 등 판타지와 멜로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며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지금은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의 아들 백현우(김수현 분), 3년 차 부부의 위기와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로 ‘클리셰’를 영리하게 활용 중이다.

◆ 박지은 작가의 ‘다채로운’ 멜로

박 작가는 주로 멜로 장르로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약간의 ‘비틀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유발하며 마니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그의 첫 단독 집필작인 ‘내조의 여왕’은 백수가 된 남편 온달수(오지호 분)의 취업을 위해 내조에 힘쓰는 천지애(김남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설렘만 있는 로맨스가 아닌,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공감의 발판을 마련했다. 생활고를 겪지만 취업은 힘들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도 계약직으로 눈칫밥을 먹는 상황까지. 불황을 버텨내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면면을 포착하며 현실감을 높였다.

잘 구축된 현실감을 바탕으로, 천지애와 온달수, 그리고 허태준(윤상현 분)의 삼각관계가 주는 재미까지. 전개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꽉 채운 내용으로 이를 극복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흔들리던 천지애, 오달수가 결국 다시금 사랑을 확인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전개가 이어졌고, 이에 현실감 있는 로맨스로 호평을 받은 ‘내조의 여왕’이었다.

이어진 ‘역전의 여왕’에서는 조금 다른 결말로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화려한 골드미스였던 황태희(김남주 분)가 결혼 후 상사의 미움을 받아 회사에서 쫓겨나 전업주부로 살던 중, 다시 회사로 복귀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이 드라마는 30대 여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며 공감을 유발하고, 나아가 그의 ‘역전기’를 시원하게 그려내며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등 탄탄한 전개로 몰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 남편 봉준수(정준호 분)와 재벌 회장의 아들 구용식(박시후 분)과의 삼각 로맨스는 다소 익숙한 전개이기도 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현실감’을 바탕으로, ‘판타지’까지 충족시키며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 것이 ‘역전의 여왕’ 호평 비결이었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김수현 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의 이야기를 담은 ‘별에서 온 그대’는 ‘판타지’를 강화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얽히고, 티격태격하다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적인 전개를 따라가는 작품이지만 안하무인 톱스타 천송이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웃음을 선사한 전지현의 활약에, 외계남 도민준의 비밀을 확인하는 재미 등 풍성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유쾌하게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별에서 온 그대’의 세계관에서 유발되는 애틋함으로 여운을 남기는, 박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도 ‘인어’라는 판타지적인 존재를 통해 색다른 매력의 로맨스를 완성했던 박 작가는 ‘사랑의 불시착’에선 설정상의 독특함으로 이목을 끌었다.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이야기다.

극 초반 윤세리의 북한 적응기로 웃음을 자아내고, 이어진 후반부에서는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제한적인 상황을 통해 애틋함을 폭발시키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로맨스 장르를 바탕으로 즐겁게 상상력을 발휘하며 꾸준히 설렘을 선사 중인 박 작가다.

‘눈물의 여왕’에서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성별 역전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처가살이에 고통받던 백현우가 홍해인의 시한부 사실을 알고 시작되는 관계 변화를 그리는데, 퀸즈 그룹의 개성 넘치는 구성원들과 백현우의 코믹 연기로 초반 재미를 유발 중이다. 물론 이 작품 역시 전개상의 특별함은 없지만, 박 작가가 또 어떤 다양한 재미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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