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사장인 직장인과 그냥 직장인의 차이
"임금 노동 외에 돈을 버는 방법이 없을까?" 성찰과성장은 '노동시장 너머 새로운 대안 제시하기'라는 주제 아래 3편 연재를 통해, 기존 노동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노동 구조를 상상해 보고자 한다. 이 연재는 전통적인 노동시장의 구조와 내재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의 형태를 모색한다. <기자말>
[성찰과성장]
▲ '당신은 왜 일하나요? [처음 읽는 공유자원체제] |
ⓒ 성찰과성장 |
들어가며
이 글은 '왜 우리가 하루 24시간 중 8시간 이상을 원치 않은 곳에서 원치 않은 일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 우리나라는 임금근로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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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인 일
직장인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은 강한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누군가'는 우리가 흔히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으로, 이들은 직원을 항상 감시하고 통제하려 한다.
▲ 사장의 ‘꼼꼼한’ 감시는 필요악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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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감시와 통제는 수익을 얻기 위한 그리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위임을 안다. 하지만 이 행위 때문에 회사에서 8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인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노동 의욕이 꺾이기 마련이다. 거기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만들어낸 모든 생산물은 사장이 소유(정확하게는 회사가 소유하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장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하기 때문에 일에서 느끼는 효능감은 점차 사라진다.
▲ 시대별 가구 평균 근로소득 대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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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불안정 일자리가 확대되고 부동산 가격이 임금을 저축하는 것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짐에 따라 직장인의 비애가 더욱 심해졌다.
▲ 가계의 월 평균 근로소득을 전부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9년이 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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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의 절반을 부동산 구입을 위해서만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2022년 기준으로 22년을 모아야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겨우 구입할 수 있다.
이는 아파트 구입을 위해서는 사실상 부채를 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근로소득 470만 원이 평균값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소득분위의 60%는 평균 근로소득에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은 자가 구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세로라도 살기 위해 부채를 지니고 거주할 곳을 얻는다.
▲ 가계 대출의 위험을 알리는 뉴스 (가계대출 '1086조' 7개월 연속 증가..경제위기 뇌관 '빚폭탄' 터지나 - [핫이슈PLAY] MBC뉴스 2023년 11월 9일) |
ⓒ M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
사장이 된다면?
필자가 직장인이었을 때 겪었던 일들 그리고 주변 직장인 지인의 생각들을 종합하여 알게 된 것은 많은 직장인은 (당연하게도) 출퇴근을 싫어하고, (생각보다) 회사에 애정이 없으며, 회사가 성장하든 말든 자신의 일자리와 임금에 타격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사장의 자녀로 아버지 밑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지인의 생각과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업계 특성상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하며 간혹 일이 몰렸을 때는 밤 12시까지 일하기도 하고, 일요일이나 연휴 때도 출근한다(이 업계에서 대부분 그렇게 일한다).
기본적인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데도 이 지인은 동료 직원보다 더 빠르게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 그는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회사의 안위를 걱정하고, 쉬는 날에도 생산 기계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회사에 다녀오기도 한다.
▲ 마르크스와 생산수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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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과 사장 자녀가 가지는 태도의 근본적인 차이는 생산수단의 소유(예정)여부이다. 생산수단은 토지, 기계, 설비, 공장, 건물 등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말한다. 사무직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사무실, 의자, 책상,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린터, 인적네트워크 등도 생산수단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제와 감시 속에서 일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소유하지 못함에도 '직장인 되기'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생산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 노동소외는 누구나 겪고 있는, 겪을 수 있는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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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동소외로 인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시간을 '임금획득을 위한 시간'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은가?
▲ 임금노동자는 영원히 고통 받아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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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본인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 압박에서 벗어났다. 먹고 살 고민을 하지 않고 원하는 공부와 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매일 보람차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필요한 첫 번째 방안은 바로 노동소외를 해소하는 것이다.
▲ ▲ 노동소외는 개인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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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시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노동소외를 개인의 문제로 보고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여 생산수단을 획득함으로써 노동소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은 직장인 생활이 싫다면 주식, 코인, 파생상품, 부동산 등에 투자해서 자본을 모으고 사업을 차리면 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된다. 벤 칼슨, 로빈 포웰의 <경제적 자유: 돈의 알고리즘>(2023)에 따르면 경제적 자유는 '돈으로 얻는 자유'를 뜻한다.
▲ 많은 이가 ‘노동소외’를 겪는다고 해서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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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각은 노동소외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인식한다. 직장인이 투자를 잘해서 자본을 모으고 사업을 차려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자영업자 중 영세 자영업자(고용원 존재 여부 기준)의 비중이 74%인 것을 보면 이를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또한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식 배당금을 받는 이상적인 투자 방식과 다르게 앞에서 말한 주식, 금융상품, 부동산 등 돈을 한 번에 많이 버는 투자 방식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돈을 벌면, 다른 누구는 돈을 잃는다.
따라서 거시적으로 봤을 때 직장인이 사업가가 되는 것은 '노동소외'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필자는 노동소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가 되었든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고용되어 감시 속에서 살아가지 않더라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대다수가 겪는다고 해서 '노동소외' 현상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며, 노동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오며
▲ '왜 나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거지?' |
ⓒ 성찰과성장 |
우리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이 싫은 이유는 '일을 해야 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강제로 돈 버는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단지 개인의 불평불만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부딪쳐야만 하는 객관적인 조건이자 구조의 문제이다. 세상에는 많은 것이 이해 불가투성이지만, 거기에 한 가지 의문을 더해보자.
"왜 나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거지?"
*참고문헌
박대근, 최우주, 2015, '가계부채의 결정요인에 대한 패널자료 분석: 주택가격과 대출심사기준을 중심으로', 경제연구, 33(1)
최일붕, '마르크스주의의 방법 (1) 노동소외(https://wspaper.org/article/29843)
벤 칼슨, 로빈 포웰, 2023, 『경제적 자유: 돈의 알고리즘』, 인사이트엔뷰
황재홍, 조필규, 2015, '경제적 자유와 사회정의 신고전적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한국경제학보 22(2)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
글 작성 및 편집 : 신동주,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덧붙이는 글 | 외부 채널(얼룩소, 캠페인즈 등)에서 함께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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