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게임’·‘로얄로더’·‘하이라키’... 언더독의 반란 담은 시리즈 쏟아진다

황지영 2024. 3. 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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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티빙, 디즈니 플러스


A등급에 반기를 든 F등급('피라미드 게임')부터 재벌가 입성을 꿈꾸는 마이너리거들('로얄로더'), 상위 0.01%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균열을 가져온 전학생('하이라키')까지. '언더독'(게임이나 스포츠에서 우승 또는 승리할 확률이 적은 팀 또는 선수)들의 반란을 담은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연기 새내기들의 반란


지난달 29일 첫 방송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과 하루 앞서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로얄로더’는 각자 처한 현실을 탈피하고자, 또는 상위 계급으로 올라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먼저 ‘피라미드 게임’은 성수지(김지연)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모바일 투표를 통해 합법적 왕따를 만들어내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 전학을 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학을 오자마자 F등급인 왕따가 된 성수지는 불합리한 이 게임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진 티빙

이 과정에서 성수지는 이중 인격의 A등급 백하린(장다아), 전교 1등의 반장 서도아(신슬기), 아이돌 연습생 임예림(강나언), 공식 왕따 명자은(류다은) 등과 대립하거나 손을 잡는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하이틴 드라마지만, 10대의 순수함이나 우정 같은 건 없다. 피라미드 계급을 둘러싼 교묘하고 악랄한 인간 본성을 그린다. 최신 회차에선 백하린의 반격에 꿋꿋하게 맞서는 성수지의 당당한 모습이 그려졌다. 백하린은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판에 분노가 폭발했고, 성수지는 “널 부셔야 게임이 끝나”라고 말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사진 티빙


출연진 대부분은 장편 드라마 주인공이 처음이다. 장다아는 아이돌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언니로 화제가 됐으며, 신슬기는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 시즌2’에 출연했다. 류다인 역시 JTBC ‘18어게인’, tvN ‘일타스캔들’을 거쳐 첫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 공개 후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피라미드 게임'은 프랑스 ‘시리즈 마니아’에 K콘텐트로선 유일하게 초청받았고, 국내에선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BBC는 “새로운 ‘오징어게임’”이라고 평했다. 영화평론가 김네모 “‘오징어 게임’에선 빚에 시달리는 참가자가 나왔는데,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다. 두 작품 모두 한국인에겐 익숙한 주제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아픈 현실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ㅇㅈㅇ즈’의 브로맨스



‘로얄로더’는 주연 배우인 이재욱, 이준영의 이름 자음이 같아 온라인에서 ‘ㅇㅈㅇ즈’ 라고 불린다. 이준영은 넷플릭스 ‘D.P.’, ‘마스크걸’에 악역으로 등장해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고, tvN ‘환혼’으로 얼굴을 알린 이재욱은 에스파 멤버 카리나와의 공개 열애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극중에선 한태오(이재욱)와 강인하(이준영)로 분해, 출신은 다르지만 재벌가 강오그룹의 왕좌를 꿈꾼다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한다. 강오그룹의 혼외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삐뚤어진 인하는 전학 온 태오에게 우정을 느끼고 함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갈 계획을 세운다. 태오는 강오그룹 강중모 회장의 최측근이자 비서가 되어 로얄로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하는 점점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며 변해간다.

사진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


여기에 흙수저 여주인공 나혜원(홍수주)이 가세해 삼각구도를 형성하는데, 드라마 ‘모래시계’, ‘발리에서 생긴 일’ 등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나온다.


마라맛 ‘상속자들’?

2분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조직이나 집단 내 계층적인 구조’를 의미한다. 드라마 내용은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에 비밀을 품은 전학생이 입학한 후, 견고했던 그들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신고의 '퀸' 정재이 역엔 배우 노정의가 캐스팅됐다.

사진 넷플릭스


제작진에 따르면, 드라마는 열여덟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복수와 연민이 뒤엉킨 하이틴 장르를 표방한다. 재벌가 자제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SBS)과도 설정이 비슷하다. 표현 수위가 높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트임을 감안하면, '상속자들'의 '마라맛' 버전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외에도 치밀한 계급 전복을 시도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김이은 작가의 책 『하인학교』는 지난해 드라마화가 확정됐다. ‘하인으로 들어가 주인이 된다’는 교훈을 가진 비밀학교 졸업생이 된 한서정이 재벌가 주인이 되기 위해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학교보다 더 끔찍한 현실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이다. 책을 출간한 A2Z엔터테인먼트(고즈넉이엔티)는 “몰입도가 엄청난 소설이란 호평을 받으며 영화·드라마 제작사 15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존 작품들에선 판을 뒤엎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들이 저항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대상이 점점 공고해지는 계급 구조, 학교 폭력, 구조적 갑질 등이란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판을 뒤집는 작품에선 어떤 판을 보여주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확 뒤집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인공 서사에 몰입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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