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수술만 3000건, 강남에 병원 세웠다…'무릎팍도사' 건강 팁

정영재 2024. 3.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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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재개하는 봄철, 부상 막으려면


은승표 원장(왼쪽)과 최주영 소장이 “네이마르도 무릎을 다쳤다면 제일 먼저 찾는 월드클라스 병원을 만들겠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최기웅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은승표코리아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은승표 원장은 국내 무릎 수술 분야의 전문가다. 축구와 스키 등 엘리트 선수와 스포츠 동호인들이 운동 중 부상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이가 은 원장이다. 2002년 개원 이후 전방십자인대 수술만 3000건 이상 성공적으로 해낸 그의 별명은 ‘무릎팍도사’다.

수술은 2층, 재활은 1층, 원스톱 시스템

은 원장이 ‘영혼의 단짝’을 만났다. 재활 트레이닝 분야 레전드인 최주영 코스메드 스포츠의학센터 소장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히딩크 사단의 팀닥터로 일할 당시 그는 월드컵 개막 직전 큰 부상을 당한 이영표 선수를 맡아 예선 3차전 포르투갈전부터 뛸 수 있게 만들었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최 소장은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 대표팀에서도 5년간 일했다. 당시에도 부상으로 도저히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선수를 만져서 게임을 뛸 수 있게 만든다고 해서 베트남 언론은 그를 ‘미러클 초이’ ‘닥터 초이’라고 불렀다. 올해 2월 끝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신태용 감독을 도와 인도네시아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은 원장은 최근 6층짜리 단독 건물로 병원을 이전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바로 재활에 들어가는 ‘원스톱 시스템’을 지향했던 은 원장은 공간과 시설의 부족 때문에 늘 힘들어했다. 이제 ‘자가’가 생겼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상하면서 최 소장을 떠올렸다. 1년이 넘는 기간 지속적인 설득으로 최 소장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은 원장은 “최 소장님과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함께 일하고 싶었지만 조심스러웠죠. 이젠 시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2층에 있는 은 원장이 진료와 수술을 끝내면 1층의 최 소장에게 환자를 내려보낸다. 최 소장은 체외충격파 등 각종 첨단 기기를 활용하고 지하층에 있는 재활센터 직원들과 함께 도수치료, 재활 프로그램 진행 등을 주관한다. 두 사람이 워낙 전문가인데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환자들의 신뢰도 깊다.

최 소장은 “은 원장님과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죠(웃음). 수술-재활 협진 프로그램을 하는 곳도 적지 않지만 우리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향 등에 대해 수시로 의논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러니 치료 효과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수구 선수가 무릎 내측 인대 부분파열로 병원을 찾았다. 2주 뒤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은 터라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단 5일 만에 치료와 재활이 끝나 웃으면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고 한다.

은 원장은 “스포츠의학에서는 ‘리턴 투 XX’라는 개념이 있어요. ‘리턴 투 스포츠’는 동호인이 조기축구를 다시 할 수 있는 정도, ‘리턴 투 플레이’는 어느 정도 수준의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정도죠. ‘리턴 투 퍼포먼스’는 최상 수준의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이동국 선수가 무릎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면 경기에서 골을 넣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인력과 시설,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술실과 재활체육관이 함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솔직히 필드 재활의 최고 전문가가 없었어요. 최 소장님을 영입해서 ‘화룡점정’을 하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부상을 당해 수술을 한 뒤 재활 중인 환자는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부상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런 심리를 안정시켜주고 의욕적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하려면 트레이너가 환자의 멘털까지 파악하고 세심하게 관리해 줘야 한다. 은 원장은 “늘 싱글싱글 웃는 표정의 최 소장님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분”이라고 했다.

지금도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는 최 소장이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 소장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은 원장이 ‘거기 가면 축구대표팀 선수들만 봐줄 수 있지만 여기서는 다양한 종목의 대표급 선수들을 치료해서 살려낼 수 있지 않으냐’고 설득하는 바람에 주저앉았죠”라며 웃었다.

“스포츠의학의 궁극적 가치는 부상 예방”

스포츠 인구가 크게 늘고 있고, 날씨가 풀리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늘었다. 다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팁을 달라고 부탁했다.

은 원장은 “요즘 스포츠는 점점 익스트림·프리스타일 쪽으로 가고 있어요. 전문 선수가 아닌데도 부상 직전까지 운동 강도를 높이는 추세거든요. 스포츠의학의 궁극적인 가치는 부상 예방입니다. 어떻게 하면 다치는지를 미리 알고, 다칠 만한 동작을 안 하는 게 최선의 부상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조기축구를 하면 근육이 튼튼해질까요?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과 ‘근육을 만드는’ 운동은 다릅니다. 근육한테 일만 시키고 밥을 안 주면 쇠약해지겠죠. 어떤 운동을 하든 거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력과 지구력을 갖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운동하러 가는 게 다치러 가는 꼴이 됩니다”고 조언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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