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와인 1번지 ‘프리오라트’ 대표 주자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2024. 3. 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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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데가 산게니스 이 바케(Bodega Sangenis i Vaque)
보데가 산게니스 이 바케(Bodega Sangenis i Vaque)
올해 2월 프랑스 모나코에서 ‘국제소믈리에협회(ASI) 총회’가 열렸다. 화두 중 하나는 ‘스페인 와인’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최근 유럽 평균 기온이 2.5℃ 상승하면서 기존 포도 품종이 생존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지만, 스페인 와인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총회에 참석한 여러 와인업계 관계자는 이미 무더운 날씨 속에 와인을 생산하고 있던 스페인 와인이 앞으로 더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21세기 들어 최고의 스페인 와인 산지로 급부상한 프리오라트(Priorat) 지역 와이너리 ‘보데가 산게니스 이 바케(Bodega Sangenis i Vaque)’에서 만든 제품이다.

보데가 산게니스 이 바케는 콘시타 바케(Coxita Vaque)와 아내 페레 산게니스(Pere Sangenis)가 1978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와이너리 이름도 둘의 성을 더해 만들었다. 콘시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포도밭에서 포도 농사를 했고 그의 아내 역시 가문으로부터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물려받았다.

처음부터 잘나가는 와이너리는 아니었다. 와인 판매가 부진한 탓에 밭에서 생산한 올리브와 견과류 등 다른 제품을 팔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에는 프리오라트 지역이 와인 산지로 명성을 얻기도 전이었다. 부부는 4명의 딸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다.

4명의 딸 중 둘째였던 마리아는 특별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부모의 열정과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은 그는 소규모 가족 와이너리의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에 나섰다. 스페인 타라고나(Tarragona)에 소재한 로비라 아이 버질리대에서 식품학을 3년, 양조학을 2년 동안 배웠고 이후 스페인 와인의 중심지인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에서 양조 실습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2006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양조를 담당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소유했던 오래된 저장고에서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법을 복원했고 여기에 현대 양조를 접목했다. 시간이 지나 뛰어난 와인 산지로 인정받게 된 프리오라트 지역의 다른 젊은 와인 양조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와인 양조 기술 발전에 더욱 노력을 기울였다. 마리아의 노력 덕분에 ‘프리오라트 지역에서 최초로 자가 와인을 병입했던 와이너리’로 명성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와이너리도 부흥에 성공했다.

보데가 산게니스 이 바케는 현재 15헥타르 포도밭에서 연간 4만병 와인을 생산한다. 수령이 55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직접 선별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한다. 품질도 인정받았다. 2014년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에서 ‘클로스 몬렐로 그랑 레세르바 2000(Clos Monlleo Gran Reserva 2000)’이 은메달을 수상한 이후 크고 작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매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시음해본 와인 중 ‘코란야 2015 (Coranya 2015)’를 추천한다. 마리아가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포도밭 이름을 그대로 따 만든 레드 와인이다. 포도나무 수령 40년 이상 카리냥(Carignan) 50%, 그르나슈(Grenache)를 블렌딩했고 12개월 동안 오크 숙성(프랑스 뉴 오크통 85%, 미국 오크통 15%)한다. 색상은 진한 체리 색이며, 아로마는 블랙베리, 체리, 카시스, 블랙 커런트를 느낄 수 있다. 마셔보니 나무랄 데 없는 탁월한 균형감과 부드러운 타닌, 적당한 산도, 긴 여운이 일품이었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갈비살 구이 등을 추천한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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