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잡겠다더니... 사교육업체와 손잡은 교육부·교육방송

교육언론창 윤근혁 2024. 3. 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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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AI교육 내세우며 업체 참여시킨 교육부... 업체와 제휴 맺은 EBS 논란

[교육언론창 윤근혁]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방식 설명하는 이주호 부총리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육언론창
"사교육비를 잡겠다"던 교육부와 교육방송(EBS)이 윤석열 정부 들어 사교육업체와 손을 잡고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다. 2년 연속 초중고 사교육비 상승 현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에듀테크와 협력? 알고 보니 사교육업체들 '수두룩'

15일, 교육언론[창]이 확인한 결과 교육부는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제작 사업과 디지털 선도학교 사업 등 AI 디지털 교육혁신 사업을 벌이면서 민간에듀테크업체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민간에듀테크 업체들의 상당수는 유료 온오프라인 사교육(과외) 사업을 벌이는 사교육업체이거나 사교육 관련 업체다.

교육부가 2025년 3월부터 영어·수학·정보·국어(특수) 교과부터 도입하는 AI교과서 사업의 경우 사교육사업과 학원 자본과 관련 있는 업체들이 이 교과서 개발·제작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오는 8월 말부터 11월까지 개발사들이 만든 AI교과서에 대한 검정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오석환 교육부차관이 19일 오후 에듀테크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윤근혁
ⓒ 교육언론창
최근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AI교과서는 검·인정교과서 체제로 도입됨에 따라 별도 참여 기업 또는 단체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에 따라 교육부는 AI교과서 개발 관련 설명회 등에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151개사), 디지털교육협회(102개사) 등의 업체에 모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업체들의 상당수는 사교육업체이거나 사교육업체 관련 회사다.

현재 이들 회원사 가운데 수십 개가 AI교과서 제작에 뛰어든 상태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두 자리 수의 관련 회원사들이 AI 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기존 검정교과서도 사교육업체가 개발사인 곳도 있다"고 교육언론[창]에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자신이 교과서 개발사라는 사실을 학부모 대상 사교육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AI교과서가 학교에 보급되고, AI 디지털 코스웨어(교육과정 소프트웨어)가 확대되면 이런 사교육업체의 광고전은 더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AI교과서 만들 업체들, 선도학교에 들어온 업체들
 
 '과외'업체임을 자처한 P수학이 최근 페이스북 등에 낸 광고물.
ⓒ 교육언론창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난해 351개 초·중·고를 지정하며 시작한 디지털 선도학교 사업에도 사교육업체들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학교는 교육부 계획에 따라 이 선도학교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사교육업체(민간에듀테크) 프로그램을 사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데 썼다. 올해 디지털 선도학교는 1000여 개로 늘어난다.

몇몇 디지털 선도학교에 자신의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했던 P수학은 최근 "전국 15개 교육청과 함께 하는 P수학 (중략) 교육청 주관 우수 에듀테크 기업에서 만든 1등 수학코스웨어"라는 식의 광고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P수학은 자신의 사이트에서 '과외'업체를 자처하며 '고등학생 과외'의 경우 12개월 약정을 하면 월 21만4000원을 받는 사교육업체다.

이 업체의 해당 광고를 본 한 학부모는 교육언론[창]에 "이것 학교 안에서 사용하는 것 아닌가? 광고를 봤는데 학교선생님들만 쓰는 (공공) 사이트인 줄 알았다. 깜빡 속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국에서도 민간기업 참여한다"는 이주호, 실체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AI 디지털교과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AI교과서 사업에 민간업체, 다시 말해 사교육업체와 함께 하겠다고 했는데, 사교육업체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공교육의 목표는 인간을 기르는 것인데, 목표가 상충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음과 같은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영국 등 디지털 에듀테크 사업에 먼저 뛰어든 선진국들도 민간에듀테크 기업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이것은 세계의 추세다. 디지털 교육혁신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답변에 대해 공적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한 AI 디지털교육 전문가는 교육언론[창]에 "미국과 영국 등 외국의 경우 민간업체가 정부와 공동사업을 벌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처럼 교육발전과 사회 환원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직접 사교육업체를 운영하는 회사가 참여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교육업체 사업 번창하면 EBS도 이익?
 
 A 사교육업체 사이트.
ⓒ 교육언론창
'사교육업체와 손잡기'를 하는 곳은 '사교육 경감' 등의 목적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방송을 송출하는 EBS도 마찬가지다.

EBS는 지난해 8월 사교육업체인 A사와 제휴를 맺고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과목의 EBS 특화 교재 콘텐츠와 A사의 에듀테크를 결합해 중등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하고 손을 잡은 것이다. A사는 이주호 장관이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을 맡을 때 이곳에 후원금을 내 유착 의혹을 받았던 업체다.

현재 A사는 EBS 대표 캐릭터인 펭수를 등장시켜 광고전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EBS 특별관'을 만들어 중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A사는 중학생의 경우 12월 약정기준으로 월 15만2000원에서 16만4000원을 받는 유료 인터넷과외 사업을 벌이고 있다. A사의 사교육이 번창할수록 EBS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부가 사교육식 교육확산 정책, 우려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신소영 공동대표는 교육언론[창]에 "정부가 사교육의 근본적 유발 원인인 입시 경쟁구조 개혁에는 나서지 않은 채 민관협력이라는 미명 하에 사교육식 교육을 확산시키는 정책 기조를 갖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결국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그러한 사교육식 교수-학습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퍼트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신 공동대표는 "수업 이후 학생들이 자가 복습을 위해 부분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사교육업체 등이 제작한) AI코스웨어를 마치 혁신적 학습 솔루션인양 오인하도록 홍보하는 교육부의 AI교육 정책 추진방식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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