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에 뿌리 둔 그들, 주사파 닮은 이념적 특성 [팩트체크]

양민철,박재현,박성영 2024. 3. 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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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반미 인사 국회 진출 논란
군자산의 약속과 경기동부연합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2013년 9월 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재석 289명 중 258명의 찬성표가 나왔다. 연합뉴스


진보당 등 옛 통합진보당 관련 인사들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이른바 ‘9월 테제’로 불리는 ‘군자산의 약속’이 재차 정치권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군자산의 약속은 경기동부연합이 속한 민족해방(NL) 계열 조직 ‘전국연합’이 2001년 9월 충북 괴산 군자산에 모여 ‘3년 내 제도권 정당 진출, 10년 내 연방통일국가 건설’을 결의한 것이다. 이후 NL 계열은 대중 투쟁에서 정당 진출로 노선을 바꾸고 제도권 정치 진입을 시도했다. 이런 움직임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22대 총선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여권 주장이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이자 당시 군자산 현장에 있었던 민경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4일 “종북세력이 민주당과의 비례 협상을 통해 유력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10년 전 통진당 사태가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경기동부연합이 끈질긴 시도 끝에 민주노총과 진보당을 통해 다시 세력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언론의 일관된 분석”이라고 했다. 반면 진보당은 “‘종북’은 실체가 불분명한 색깔 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 NL 계열 인사들은 2001년 군자산의 약속 이후 민주노동당을 거쳐 통진당 비례대표 등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및 민중민주(PD) 계열과의 선거연대로 의석 13석을 획득하고 원내 제3당이 됐다. 그러나 총선 직전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불거졌고, 총선 이후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이 터지며 PD 계열 인사 등의 탈당 사태로 이어졌다. 통진당은 이 전 의원과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주도한 ‘지하혁명조직(RO) 사건’으로 2014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을 받았다.


경기동부연합과 군자산의 약속은 헌재에서 통진당을 ‘종북 정당’으로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였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경기동부연합을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했다”고 규정했다. 군자산의 약속에 대해서도 “다수의 NL 계열 인사들이 제도권 정치 내지 대중정당 건설·참여를 선언한 것”이라며 “이후 민주노동당 당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지역 기반·조직이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경기동부연합은 1997년쯤 터사랑청년회, 성남청년회 등 성남지역 청년단체를 주축으로 한 성남연합에서 출발한 NL 계열 조직이다. 1971년 8월 서울의 무허가 판자촌에 살다 광주대단지로 이주한 주민 5만여명이 현재 성남시에서 일으킨 ‘광주대단지 사건’을 계기로 강성 NL 조직이 됐다. 임미리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는 2014년 출간한 저서 ‘경기동부’에서 “경기동부연합은 지역적으로 성남시, 이념적으로 주사파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광주대단지 사건이라는 지역의 집단기억을 운동 역량으로 동원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통진당 해산 이후에도 군자산의 약속을 고수하는 NL 계열의 정치권 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민경우 전 위원은 “이석기 전 의원과 통진당을 계승하자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활동은 불가사의하다”고 말했다.

임미리 박사는 논문 ‘경기동부연합의 기원과 형성, 그리고 고립’에서 “그들(경기동부연합)이 가진 집단기억이 강고한 만큼 쉽사리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거의 군대를 방불케 하는 집단성과 일체감은 광주민중항쟁의 기억으로 단련된 남총련(전남총학생회연합)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석기 전 의원 보좌관이자 통진당 대변인이었던 우위영씨는 2010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6~7명의 (경기동부연합) 핵심 간부들은 새벽에 신문 배달이나 우유 배달을 해 생계비와 활동비를 충당했다.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는 건 양심에 찔리는 일이었다”고 언급했다.

진보당은 경기동부연합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한다. 진보당은 공식 논평에서 “진보당과 통합진보당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정당이며, 당내 경기동부연합 조직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을 무조건 추종한다’가 국민의힘이 사용하는 종북의 개념이라면, 진보당은 종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팩트체크팀=양민철 박재현 박성영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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