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B 시장 잡아라” 스타트업 뭉칫돈···시니어 못잖은 아이 돌봄 산업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3. 14.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매칭·커뮤니티…고급·세분화 속도

0.68명.

통계청이 전망한 올해 합계출산율이다.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올해는 0.7명 선마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갈수록 아이 수가 줄고 있지만, 산업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즈 시장 규모는 2002년 8조원에서 2012년 27조원으로 확대됐고, 현재는 50조원에 육박한다. 그중 아이 돌봄 시장 규모는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VVIB(Very Very Important Baby)’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하나뿐인 자녀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아이 돌봄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앞세운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이목을 끈다. 이 중에는 수백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받은 업체도 여럿이다. 정부 또한 국가 돌봄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공과 민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째깍악어 돌봄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째깍악어 제공)
정부 ‘밀고’ 기업 ‘당기고’

금융권, 지역사회 돌봄 앞장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 돌봄 체계 정착을 강조한다. 특히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초등학생 돌봄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에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늘봄학교를 조속히 안착시켜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돌봄 공백을 메운다는 포부다.

국가 돌봄 체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기업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KB금융그룹은 최근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과 돌봄을 지원하는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를 인천 서구 가정동에 개관했다. 인천 지역 첫 거점형 늘봄센터다. 초등학생들이 경제 금융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경제 금융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KB금융은 2018년부터 총 1250억원을 투입해 아이들의 돌봄 공백 해결을 위한 온종일 돌봄 사업을 지원하는 중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총 1500억원을 들여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보육 인프라가 부족하고 아이들이 놀 곳이 없는 지역을 선정해 어린이집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국공립 어린이집 90곳, 직장 어린이집 10곳 등 총 어린이집 100곳을 짓는다는 목표다.

신한금융그룹의 신한금융희망재단은 맞벌이 가정 자녀의 방과 후 돌봄 활동을 지원하는 ‘신한 꿈도담터’를 운영한다. 직접적인 아이 돌봄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자녀 1인당 출산장려금을 1억원씩 주는 부영, 남성 육아휴직 1개월을 의무화한 롯데, 셋째를 출산하면 조건 없이 승진시키는 한미글로벌처럼 출산 독려에 나선 기업도 눈길을 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에서 돌봄의 역할을 함께 담당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수요자가 조금 더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돌봄 서비스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아도우미 매칭 플랫폼

자란다·째깍악어·맘시터 주목

아이 돌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주목받는다. 육아도우미를 편리하게 연결시켜주는 매칭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201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맘시터’는 10세 이하 영유아 돌봄 도우미 연결 플랫폼이다. 신생아 풀타임, 주 5회 등·하원 돌봄 등 육아 형태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1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약 130만명, 누적 매칭 수는 355만건에 달한다.

지난해 선보인 ‘맘시터프로’는 서울시의 민관 협력 사례인 ‘서울형 아이 돌봄비 지원 사업’에 민간 서비스 3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기업과 지자체가 아이 돌봄의 핵심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임직원 육아 복지를 위해 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며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맘시터 운영사 ‘맘편한세상’이 추산한 지난해 돌봄 거래 추산액은 2600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이 4배 이상 성장했다. 덕분에 총 130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키즈 에듀테크 플랫폼 ‘자란다’ 역시 부모와 아이의 요청에 맞게 연결된 교사가 가정으로 방문하는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3~13세 아동이 주요 대상이며, 플랫폼에 등록된 교사 수는 25만명이 넘는다. 특히 데이터 활용에 특화됐다는 평가다. 담당 교사가 활동 내역을 작성하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아이 성향을 분석하고 선호하는 서비스 유형을 예측한다.

2021년부터는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 입주한 110여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란다 키즈존’도 운영 중이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가 전문 교사와 시간을 보내는 육아 복지 공간이다. 덕분에 40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넥팅더닷츠가 운영하는 플랫폼 ‘째깍악어’는 만 1세부터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생님을 연결해준다. 다양한 돌봄 콘텐츠와 체계적인 선생님 관리를 통해 누적 다운로드 수 약 80만건, 누적 돌봄 시간 53만시간을 돌파했다. 누적 회원 수는 부모 30만명, 선생님 15만명 수준이다. 잠실, 일산, 판교, 하남, 용인, 안양, 수원 등 7곳에서 오프라인 돌봄 공간 ‘째깍섬’도 운영한다. 올 9월 롯데리조트 김해에도 8번째 째깍섬을 오픈할 예정이다. 누적 투자금은 약 3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휴브리스’도 주목할 만하다. 부모의 육아 공백과 경력 단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만든 아이 돌봄 서비스가 ‘돌봄플러스’다. 경력 단절 중장년 여성을 돌봄 선생님으로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 기술력, 혁신성을 인정받아 아이 돌봄 서비스 중 최초로 서울경제진흥원에서 선정하는 ‘하이서울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가정 내 일대일 돌봄 위주로 성장한 주요 업체들은 최근 규모를 키우며 B2B(기업 간 거래), B2G(기업·정부 간 거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아이 돌봄 서비스 공급 기관을 민간 기업까지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은 양육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경쟁을 통해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콘텐츠·육아 정보 공유

부모의 경력 단절도 해결

아이 돌봄에 있어 키즈 콘텐츠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더핑크퐁컴퍼니는 키즈 애니메이션 IP 기업 대표 주자로 꼽힌다. 전 세계적인 히트작 ‘아기상어’를 시작으로 ‘핑크퐁’ ‘베베핀’까지 연달아 흥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는 LG전자와 함께 스마트TV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육아 콘텐츠는 물론 월령별 프리미엄 발달 맞춤 장난감을 자체 개발해 구독 형태로 판매하는 스타트업도 관심을 끈다.

‘피카비’를 운영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올디너리매직’이 대표적이다. 아이의 성장 시기 특성을 반영해 발달에 맞는 놀잇감과 전문적인 놀이 콘텐츠 대상 연령을 월 단위까지 세분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면 영업과 오프라인 판매에 의존해온 산업 구조를 온라인 판매, 구독 형태로 전환해 MZ세대 부모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스타트업 ‘다이노즈’가 운영하는 동네 기반 O2O(온·오프라인 연계) 커뮤니티 ‘육아크루’도 아이 돌봄이 필요한 부모 사이에서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거주지가 가까운 부모를 연결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출산 시기, 나이, 자녀 성별에 맞게 일대일로 연결하는 ‘짝크루’, 공동 육아 소모임 ‘원데이크루’, 육아 정보·소통 게시판 ‘크루톡’ 등이 주요 서비스다. 그 외 돌봄부터 제품 후기까지 선배 부모들의 육아 경험을 분석해 최적화된 육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맘블리’, 키즈 전용 공간과 여행 패키지 등을 소개하는 ‘맘맘’ 등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