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간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김준평 2024. 3. 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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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과 무기력한 몸의 변화가 갱년기 증상이겠구나 하고 방치하던 중년 여성에게 어느 날 건강검진 결과로 간수치 이상과 지방간 진단을 받고서 놀라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 방영한 tvN의 <웰컴투 불로촌>에서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방간으로 고생하는 중년 여성의 사례를 조명한 바 있다.

지방간은 5% 이상의 지방이 간에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간과 관련된 질환은 대부분 남성이나 술과의 연관성만 인식되어 있기에 여성들에게는 먼 얘기로만 생각되었다. 하지만 실제 알코올성 간 질환 유병율에 비해 비알콜성 간질환이 3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수는 계속 증가하여 2021년 40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특이적인 경향은 50대 이상에서는 여성의 지방간 환자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남성보다도 여성의 환자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인데, 갱년기로만 인식하여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던 중년 여성의 간 건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학회

이처럼 50대 이상의 여성에서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는 사유는 갱년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난소 노화가 진행되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들게 된다.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지방간 발생 위험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2022년 국내 연구진에 의해 지방간의 발병과 에스트로겐 사이에 포밀펩타이드 수용제2(FPR2)가 연관되어 있음을 처음으로 보고하며 관련 기전을 확인한 바 있다.

국가건강검진 통계의 중년 여성의 간수치 결과에서도 이와 일치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ALT 기준치인 40 IU/L을 넘은 인원이 30대에 급격히 증가한 후 40대에서 가장 많으며 오히려 50대에서는 줄어드는 반면, 여성의 경우 40대까지는 큰 증가 추세를 나타내지 않다가 50대와 60대에서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ALT, AST, r-GT 등은 간에 존재하는 효소로써 간 세포에 손상이 있을 경우 혈액으로 방출량이 증가되기에 간 질환의 지표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오래전 기준을 계속 적용하거나 각 기관마다 상이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어 혼선이 있는데, 미국 소화기학회(ACG)에서 2017년 간 검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ALT가 더 특이적인 지표로써 활용되어야 하고 정상 범위를 남성 29~33 IU/L, 여성 19~25 IU/L로 설정하였다.

통상 여성의 간은 남성에 비해 20% 정도 작고 간 손상을 유발하는 원인에 더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어 여성의 간 수치 기준은 더욱 엄격히 관리될 필요가 있다. 이런 기준에 따른다면 훨씬 더 많은 50~60대 여성들이 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건강에 대한 인식은 남성과 알코올을 넘어 여성에게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갱년기를 맞은 여성들은 간 건강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하며, 지방간과 같은 간질환에 대한 조기 발견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함께 체중관리와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방간에 대한 명확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간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밀크씨슬 같은 고시형 원료를 비롯하여 댕댕이나무열매추출분말, 레몬밤민들레추출복합물, 곰피추출물 등이 개별인정형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모두가 식물유래 추출물인 가운데 최근 특이하게 유산균으로 비알콜성 간 손상으로부터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개별인정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L. plantarum LC27과 B. longum LC67의 프로바이오틱스 복합물(NVP-1702)로써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간 수치 개선과 염증 지표인 LPS(Lipopolysaccharide) 감소를 확인하여 간 건강 기능성을 입증하였다.

지방간은 증상이 없어 쉽게 방치되는 경향이 있지만 간경변이나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간 수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지방간 등 간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관리해야 한다. 특히나 갱년기를 맞은 여성들은 간 손상에 취약함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간 건강관리를 통해 건강한 노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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