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는 104마을 조은희 화가

임효준 2024. 3. 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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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화가의 예술적 향연이 마을 속으로 들어와 어느덧 따스한 공간이 된다.

한참이 지난 후 중계동 백사마을 예술창작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그렸고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비로소 화가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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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고픈 감성소녀... 23일까지 문화공간 정담에서 전시

[임효준 기자]

새봄, 화가의 예술적 향연이 마을 속으로 들어와 어느덧 따스한 공간이 된다. 노원문화재단과 문화공간 정담이 후원하는 제2회 조은희 개인전이 지난 12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중계동, 중계어린이집 옆 문화공간 정담에서 열리고 있다.

"2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집이랑 가깝고 애정도 많아요. 주민들에게 위안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데 그림으로 '우리 모두 하나같이 사랑'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조은희 화가 104마을예술창작소 입주작가 조은희 화가는 "주민들에게 위안을 드리고 싶다"며 "‘우리 모두 하나같이 사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 임효준
 
56년생 조은희 작가는 104마을예술창작소 입주작가이며 (사)한국미술협회 노원지부/노원미술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충청남도 조치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지금은 유명한 남산 밑 왕돈까스 집 근처에서 살았다. 시골 산천과 남산을 뛰어다녔던 추억을 간직한 소녀감성을 가졌다.

"시골 학교에서 반장을 했던 그 시절, 유독 총각선생님이 저를 예쁘게 봐주셨어요. 제가 그린 그림들을 칭찬해주시고 학급에 전시해 주셨어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명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때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저를 화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 스크랩 모음자료 조은희 작가가 20대 때부터 스스로 공부하며 모은 자료-`1
ⓒ 임효준
 
조 작가는 미대 출신이 아니다. 20대에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미술학원을 다니며 미대 입시생들과 달리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그 당시 화가는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항상 동경하며 국내에서 전시되는 유명 명화전과 프랑스 화가전 등에는 꼭 관람을 했었습니다. 현대화랑 근처나 인사동과 현대갤러리가 있는 사간동 등에서 친구들을 만나 그림 관람과 수다를 떨었죠."
 
▲ 작품 조은희 작가작품. 꽃들과 그 액자까지 색을 입혀 정성이 담겼다.
ⓒ 조은희
 
늘 그림을 생각하고 꾸준히 화실에서 인물 공부와 데생도 배우고 틈틈이 유명 작가와 서양 화가 등에 스크랩 자료를 모으며 그림에 대한 깊이를 더해간다.
"40대 후반, 1990년 초에 광진구청에서 <미술반 60명 모집> 주민센터 광고에 지원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꿈에 들어서게 됩니다. 너무 늦었죠. 김환기 화가와 장욱진 화가를 항상 좋아했습니다."
 
▲ 작품 조은희 작품. 꽃과 자연을 좋아하는 조은희 작가의 작품
ⓒ 조은희
 
그는 20대 때 언제나 봐도 좋고 즐겁고, 평생해도 질리지 않고 좋은 것이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이 지난 후 중계동 백사마을 예술창작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그렸고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비로소 화가로 탄생한다.
   
"지금은 104마을을 찍는 사진사와 그리는 화가가 많습니다. 저는 104마을 옆에 수십 년 간 살았습니다. 예전에는 104마을 근처에 가기 싫어했습니다. 지저분하고 주변 아파트와 분위기가 달라서 더 멀리했었죠. 그런 미안함이 있어요. 소통하지 못하고 마음 쓰지 못한 미안함이 많아 더 따스하게 표현하려고 애씁니다."

전시에는 빠졌지만 그의 100호 작품인 '시선-사라져가는 백사마을의 봄'은 햐얀 색과 분홍 빛깔의 매화나무를 그려 새봄 백사마을의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20년 넘게 보고 살았습니다. 다른 작가와 달리 그 색깔 그대로 그리지 않습니다. 색을 변화시키는데 따뜻하게 제 감성으로 바꿔 그립니다. 저의 사랑-하트 시리즈 역시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제가 코로나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는 이웃의 아픔을 보며 미안함과 애정을 담아 한 땀 한 땀 괭이밥 잎사귀와 사랑초의 하트를 그렸습니다."
 
▲ 작품 조은희 작가 작품
ⓒ 조은희
 
그의 사랑-하트 시리즈는 캔퍼스에 한지를 찢어서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한다. 찢겨진 한지가 날카롭지 않아 편안해서 좋다고 말한다.
"그림은 작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자연을 닮고 싶은 시선과 내면의 '나'로 시작해 백사마을과 사랑 하트 시리즈로 스페이스(공간)을 채워나가며 비로소 회화가 됩니다. 다른 누군가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부럽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좋은 물감을 사는 것이 더 기쁘고 내가 원하는 색상을 얻어내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 작품 조은희 작품. 스페이스(공간)을 작가정신으로 채워나가는 비구성 형식의 색과 모형. 한지 등으로 표현
ⓒ 조은희
 
그는 전시 때마다 그림의 액자까지 색칠을 한다. 그것도 유화가 아닌 아크릴 물감으로, 때로는 테두리 나무색이 올라와 3번이나 덧칠을 해야 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동료 화가들과 팔리는 그림을 그릴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전시회를 하면 관객들에게 위안을 드리려고 했는데 그림이 따뜻해서 좋다며 저를 더 위로해주십니다. 이웃 주민과의 소통할 수 있어 마을 전시에 대해 더욱 감사드립니다."
   
그림이나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주관적인 관점이 중요합니다. 느낌이든 생각이든 메시지든, 다른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느끼는 색감과 형태, 그리고 자기 생각이 중요합니다. 결국 인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기존 화가의 길과는 다른 자신만의 그림세계와 삶으로 화가로 살아가는 그다. 얼굴까지 동안(童顔)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 문화공간 정담 조은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문화공간 정담
ⓒ 임효준

덧붙이는 글 | 아트링커와 에코락 갤러리 및 브런치에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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