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사과의 미래

태원준 2024. 3. 1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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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好冷性) 과일이다.

이상기후 3종 세트를 겪은 작년 사과 작황은 태풍 볼라벤이 과수원을 초토화한 2012년 수준으로 추락했다.

요즘 사과가 금값인 건 이렇게 날씨 영향이 큰데, 기후변화가 사과를 위협한 지는 오래됐다.

한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입하면 205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에서나 지금처럼 맛좋은 사과가 생산되고, 2070년대엔 국산 사과가 거의 사라질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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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논설위원


사과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好冷性) 과일이다. 연평균 기온 8~11도, 생육기 15~18도에 일교차가 큰 북반구 온대지방, 그러니까 우리나라 날씨에 아주 적합해서 국민 과일이 됐다. 하지만 규칙적인 사계절에 적응해온 탓인지, 날씨 변화의 흐름이 깨지는 이상기후에는 상당히 취약하다. 개화기 전후에 기온이 급락하면 쉽게 저온 피해를 입고, 성숙기 낮 기온이 20~25도를 벗어나면 잘 여물지 않으며,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빨갛게 물들지 않는다.

지난해 4월 강원도 홍천의 과수원 농민이 인터넷에 걱정스레 올린 사과꽃 사진은 흉년의 시작을 알렸다. 꽃을 반으로 쪼개서 찍었는데, 노란색이 싱그러워야 할 자리가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개화가 막 시작된 강원도는 그나마 피해가 덜했지만, 일찍 꽃피운 남부지방 사과나무는 이례적인 봄철 저온 현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7월 집중호우로 일조량이 부족했고, 한창 익을 시기엔 폭염과 함께 탄저병이 돌았다. 이상기후 3종 세트를 겪은 작년 사과 작황은 태풍 볼라벤이 과수원을 초토화한 2012년 수준으로 추락했다.

요즘 사과가 금값인 건 이렇게 날씨 영향이 큰데, 기후변화가 사과를 위협한 지는 오래됐다. 사과 하면 대구를 떠올리지만, 지난 30년간 대구·경북의 사과 재배는 44% 줄어든 반면 강원도는 247%나 늘었다. 온난화로 사과 심을 ‘서늘한’ 지역이 계속 북상하면서 쪼그라들고 있다. 한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입하면 205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에서나 지금처럼 맛좋은 사과가 생산되고, 2070년대엔 국산 사과가 거의 사라질 거라고 한다.

암울한 전망에도 어떻게든 사과를 지키려는 농촌진흥청의 노력은 눈물겹다. 고온에도 당도가 유지되고, 빨간 착색을 기다릴 필요 없이 일찍 수확해 폭염 피해가 적은 초록 사과(품명 ‘썸머킹’) 노란 사과(‘골든볼’)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미래의 아이들은 사과를 그릴 때 빨강 대신 노랑 색연필을 찾게 될지 모른다. 색깔이야 달라지더라도 그 상큼한 맛은 지켜내면 좋겠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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