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위로 솟은 붉은 태양에 바위 능선이 깨어나다

남호철 2024. 3. 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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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외에도 볼거리 많은 경남 양산
경남 양산시 천성산 일출 조망대인 ‘천성대’ 너머로 붉은 기운을 머금은 아침 해가 동해 위로 장엄하게 떠오르고 있다. 천성대는 지난해 12월 말 준공돼 새해 첫날 아침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경남 양산은 천성산, 영축산, 정족산, 대운산 등 큰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 영축산은 ‘영남 알프스’ 준봉의 하나로 거대한 성채(城砦)를 연상케 한다. KTX 경부고속철 원효터널 공사 당시 ‘도롱뇽 소송’으로 세간에 많이 알려진 천성산은 최근 ‘새해 한반도 일출 일등’ 이슈로 다시 부각됐다.

천성산(922m)은 양산의 명산 중 명산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가을에는 억새가 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산 정상 인근 화엄벌(늪)과 밀밭늪이라고 불리는 산지습지에는 희귀한 꽃과 식물, 수서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 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 민간인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다. 2003년 군부대가 철수하고 부대 인근에 매설된 지뢰가 제거되면서 정상부 출입이 가능해졌다. 이후 한반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울산의 간절곶이 알려져 있다. 천성산은 해발 0m를 기준으로 하면 간절곶에 1분 정도 일출 시각이 늦지만 관측 지점 고도를 감안해 반영하는 보정값을 적용할 경우 천성산 정상에서는 고도 0m 지점보다 6분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

올해 새해 일출 행사를 위해 지난해 말 천성산 해맞이 장소에 ‘천성대’가 조성됐다. 맑은 날이면 이곳에서 동해와 남해, 지리산은 물론 멀리 일본 쓰시마 섬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른 아침에는 선홍빛 태양이 동해 위로 고개를 내미는 풍경이 장엄하다. 눈 덮인 바위 능선이 깨어나고 천지에 붉은 기운이 감돈다.

천성산 정상에 자리한 ‘평화의 돌탑’과 정상석.


이곳에서 5분 남짓이면 정상에 닿는다. 넓은 정상부에는 ‘평화의 돌탑’과 우람한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조망이 압권이다. 사방이 뻥 뚫려 일망무제다. 화엄벌도 눈에 들어온다. 면적 12만4000㎡(약 3만7500평) 규모의 고산 습지다.

천성산 남쪽 양산시 동면에 일제강점기인 1927년 착공해 1932년 완공된 법기수원지가 있다. 부산 선두구동과 노포동, 남산동, 청룡동 일대 7000여 가구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저수지다. 정수 없이 먹을 수 있는 청정 수질을 자랑한다. 79년 동안 ‘금단의 땅’이었다가 2011년 7월 15일 댐과 수림지 일부가 일반에 개방됐다.

법기수원지 둑의 100년 이상 수령 반송과 취수탑.


저수지 주변은 도심 속 스트레스를 비교적 단시간에, 수월하게 날릴 수 있는 최적의 산책 숲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풍경의 30m 높이의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편백, 벚나무 등 많은 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마음을 평온하게 감싸준다.

길은 양쪽으로 나뉜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둑에 오를 수 있다. 중간에도 124개 계단(하늘계단)이 있지만 지금은 개방되지 않고 있다. 양쪽의 나무 계단을 힘들지 않게 지나면 길이 260m, 높이 21m 댐에 올라선다. 둑 위에는 100년을 훌쩍 넘긴 반송 7그루가 절경을 이루며 반겨준다. ‘반송 칠형제’라고 푯말에 적혀 있다.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가지가 갈라진 채 부채 모양을 한 반송이 그림 같다. 저수지 한쪽에 취수탑이 이색적이다.

양산 시내를 기준으로 동북쪽에 천성산이 있다면 서남쪽에 오봉산이 있다. 한반도 형상의 낙동강을 볼 수 있는 임경대를 품은 산이다. 이 산의 또 다른 명소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 ‘오봉산 전망대’다. 영화 후반부에 그녀(전지현)가 이곳에 서서 애인 견우(차태현)에게 외친다. ‘견우야 미안해, 나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여자인가 봐’라고.

낭떠러지 위 바위에는 영화 촬영 당시에는 없던 난간이 안전상의 문제로 설치돼 있다. 그 옆에는 소나무가 우뚝하고 나무 아래 안내 간판이 서 있다. 그 너머로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봉산 전망대 왼쪽 낙동강 둔치에 넓게 펼쳐진 황산공원.


강 하류 쪽을 보면 물금읍 낙동강 둔치에 대규모로 조성된 황산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낙동강 자전거길, 파크골프장과 야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 5만㎡의 황산 숲, 가족형 미니 기차, 산책로 등이 설치돼 있다.

매화정원 등 테마정원으로 변신한 가야진사 일대.


상류 쪽으로는 가야진사(伽倻津祠) 일대까지 보인다. 삼국시대부터 가야진용신제를 지내던 가야진사 주변은 매화정원, 전통놀이마당, 챌린지 코스(어린이 놀이터), 강변길(산책길), 파크골프장, 이동식 전시관 등을 갖춘 테마정원으로 변신했다. 상류로 더 올라가면 매화축제로 유명한 원동마을로 이어진다. 이른 봄철 빼놓을 수 없는 양산의 핵심 여행지다.

여행메모
물금역엔 KTX 상·하행 각 6회 정차
미나리·매화·벚꽃… 3월 축제 잇따라

경남 양산은 지난해 말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졌다. 무궁화호와 ITX새마을호가 정차하던 물금역에 지난해 12월 29일부터 KTX가 상행은 오전 오후 각각 3회, 하행은 오후 6회 정차한다.

천성산 정상에 쉽게 가려면 무료로 운영되는 원효암 주차장까지 차로 8㎞ 올라간 뒤 옛 작전도로를 따라 1㎞ 남짓 거리를 30분가량 걸으면 된다. 법기수원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바로 앞 주차장은 유료다. 저수직 둑 구간은 현재 반송 보호를 위해 일부 통제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인 오봉산 전망대는 삼전무지개아파트나 용국사를 들머리로 30분 정도 오르면 닿는다. 주차는 무지개아파트 인근 공터나 용국사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지난 9일 원동면 쌍포매실다목적광장과 원동역 일원에서 개막된 ‘2024년 양산원동 매화축제’가 17일까지 이어진다. 원동미나리축제도 4월 말까지 계속된다. 황산공원 벚꽃길 일대에서는 물금벚꽃축제가 예정돼 있다.

양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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