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점령한 ‘개신교 혐오’… 선 넘었다

서지영 2024. 3. 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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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향한 지나친 혐오 표현이 온라인에서 잦아들지 않고 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코로나 이후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신교를 지목한 혐오 글이 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수원의 한 교회에 다니는 A씨는 "코로나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개신교를 겨냥한 혐오 발언을 쉽게 듣고 있다"면서 "교인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교회가 북한처럼 지하 교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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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에 기대 “개신교인 전부 정신병자”라는 주장까지 등장
일각에선 “교회의 자정 노력 필요하다”는 제안도

교회를 향한 지나친 혐오 표현이 온라인에서 잦아들지 않고 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코로나 이후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신교를 지목한 혐오 글이 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독(기독교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오랜 비하 표현이 범람하는 가운데 “한국 개신교인은 전부 정신병자”라는 폄훼 표현도 다수 게재돼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만 200만 명이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에 지난 2월 ‘한국에서 개신교 이미지 불교만큼 회복 가능 vs (가능하)겠냐’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에 지난 2월 ‘한국에서 개신교 이미지 불교만큼 회복 가능 vs 겠냐’란 제목으로 작성된 게시글. 여성시대 캡처

글에는 “개신교는 이미지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느낌”이라는 내용과 함께 395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중 ‘회복이 가능하다’는 댓글은 2개뿐이었다. 반면 ‘개독’들은 어딜 가든 민폐를 끼치더라’거나 ‘개신교는 말이 안 통해서 싫다’는 등의 글이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도 지난 1월 ‘대한민국 3대 종교 이미지’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불교와 천주교의 이미지가 ‘온화한’ ‘따뜻한’ ‘절제하는’ ‘윤리적인’ 등 긍정적인 단어로만 표현됐지만 개신교 이미지는 ‘거리 두고 싶은’ ‘이중적인’ ‘사기꾼 같은’ 등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됐다. 댓글에는 ‘내 생각이랑 똑같네. 진짜 싫다’ ‘살면서 정상인 개신교인들을 본 적이 없다’는 등이 쏟아졌다. 이 글은 조회 수 29만2182회에 1191회의 추천을 기록하며 각종 SNS로도 확산했다.

기독교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최형묵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온라인서 퍼지는 기독교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은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상황을 내버려 둔다면 다음세대 소멸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혐오 글이 억울하다는 입장도 있다.

김환근 수원특례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개신교에 대한 비방 글과 댓글을 읽어보면 정말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개신교 규모가 상당한데 몇 명의 일탈로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개신교가 좋은 일도 많이 하는데 안 좋은 면만 부각되고 지속해서 비난을 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지난 1월 ‘대한민국 3대 종교 이미지’란 제목으로 작성된 게시물. 에펨코리아 캡처

이런 혐오 분위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의 한 교회에 다니는 A씨는 “코로나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개신교를 겨냥한 혐오 발언을 쉽게 듣고 있다”면서 “교인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교회가 북한처럼 지하 교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한편 교회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상덕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집행위원은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개신교를 싫어하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교회 안에서 일어난 각종 문제로 국민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고 무조건 억울하다고 할 게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혐오의 이면에는 대상에 대한 기대도 같이 있는 것”이라며 “혐오 표현에서 개신교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까지도 읽어내고 과감히 변화하자”고 제안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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