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방 안 선택한 청년들… “벗어나고 싶다”

최예슬 2024. 3. 1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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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이상 취업 대신 방 안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던 은둔형 청년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학원도 중퇴하고, 법정 싸움에 지치면서 방 안에 자신을 가뒀다.

유승규 은둔 청년 지원단체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게으른 애들, 배부른 애들, 방 안에서 허송세월 보내고 부모 등골 빨아먹는 애들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걸 원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다들 벗어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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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씨리얼' 캡처

5년 이상 취업 대신 방 안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던 은둔형 청년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고립 청년은 사회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지탄받고 있지만 이들이 자신의 아픔과 싸우고, 고립에서 벗어나길 갈망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는 미취업 기간이 5년 이상인 면담자들이 등장했다. A씨(28)는 대학원 지도 교수와 심한 갈등이 은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학원도 중퇴하고, 법정 싸움에 지치면서 방 안에 자신을 가뒀다. 그는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먹을 때 빼고는 누워만 있었다고 했다.

B씨(30)는 대외적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실상은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대학 동기들이 대기업에 많이 갔다. 나도 당연히 가겠지 했는데 실패했다”며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라고 하며 안정적인 공무원을 할 거라고 했다. 그 자체가 회피였다”고 회상했다.

취업 준비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C씨(37)는 11년째 백수다. 주로 방에서 게임을 하고 인터넷 방송을 보고 만화책을 읽었다. 그는 급격하게 불어난 체중 때문에 점차 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고 했다.

집안 사정으로 D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했다. 그러나 2년 뒤 퇴사하고 11년째 취업 공백을 겪고 있었다. 직장에서 겪은 부정적 평가와 반응이 그에게 트라우마가 됐다. D씨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전화 업무를 잘못했다. 그래서 공장 알바를 갔는데 일을 못 한다고 나오지 말라고 해서 잘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마음속으로 극복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방 안에만 있다 보면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밖으로 나오고 싶지만 용기가 부족했다.

C씨는 “살을 여러 번 빼려고 노력했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때 두려움이 찾아왔다. 이대로 살을 다 빼면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공백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지 싶었다”며 “살을 다시 찌우고 방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용기를 내서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좌절했다. 그는 “여러 구직 사이트에 가입해서 내 스펙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을 봤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이 없었다”며 “석사학위가 있거나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안 되는데 나중엔 포기하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고립·은둔 청년이 54만명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유승규 은둔 청년 지원단체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게으른 애들, 배부른 애들, 방 안에서 허송세월 보내고 부모 등골 빨아먹는 애들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걸 원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다들 벗어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상황을 혼자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깨달음이 필요하다”며 주변 지인이든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C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은둔 생활에서 빠져 나왔다. 살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봤다. 짝사랑하면서 자신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내 인생을 바꿀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두려움에 굴복해서 용기 내지 않았던 것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고 돌아봤다.

B씨 역시 용기를 내 지금은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에 가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내가 더 부끄러웠다”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비스직에 지원해서 ‘시험 준비 때문에 공백이 있었고 잘 안됐다’고 말씀드리면서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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