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판매·화제성 폭발에도…여전히 ‘낙인’ 되는 시청률 [OTT 시대 시청률의 의미①]

장수정 2024. 3. 1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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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선 1%대, OTT선 상위권…TV 시청률에 쏟아지는 의문

1020세대는 TV를 끄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접속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4633 가구에 거주하는 만 13세 이상 남녀 7055명을 방문 면접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77.0%로, 이 중 10~30대 이용률은 95%가 넘는다.

ⓒ홍김동전 영상 캡처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20~30대의 TV 이용률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41.4%에서 29.8%로, 30대는 67.8%에서 55.2%로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OTT 이용률이 이미 52%를 기록할 만큼, ‘TV 보다 OTT’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층을 겨냥한 TV 프로그램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최근 폐지된 KBS2 예능프로그램 ‘홍김동전’이 가장 좋은 예시다. 2022년 7월 첫 방송을 시작해 2024년 1월 종영한 이 프로그램은 방송 내내 0~1%대의 시청률을 전전했다.

방송인 홍진경, 김숙, 주우재, 장우영 등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시청률은 턱없이 낮았지만, 국내 OTT 웨이브에서는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며 한때 웨이브에서 비드라마 부문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팬카페가 만들어지고, 폐지 소식에 트럭 시위가 이어질 만큼 팬들의 충성도도 높았지만, 결국 ‘낮은 시청률’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폐지됐다. ‘시청률’이라는 기준에 대해 방송사와 시청자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물론 ‘홍김동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청자들의 시청 방식이 변하면서, 유사한 사례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21년 JTBC에서 방송된 드라마 ‘구경이’도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으로, 당시 2%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으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특히 ‘구경이’의 신선한 전개 방식에 젊은 층의 호응이 이어졌고, 이에 ‘시청률’이 담지 못하는 ‘긍정적인’ 지표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21년 방송된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유튜브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례였다. 0%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2.9%를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상에서 방송 7회 만에 3억 뷰를 돌파하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성 댄서 신드롬’까지 이끌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이에 ‘스트릿 걸스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 등 다수의 파생 프로그램과 새 시즌이 제작되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청률은 낮지만, ‘해외 판매’를 통해 여느 작품보다 더 큰 흑자를 내는 사례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K-콘텐츠를 향한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만큼, 글로벌 OTT 선판매를 통해 일찌감치 수익을 올려두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해외에서 주목하는 장르들 중 청춘 남녀의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압도적인데, 시청층이 다소 한정적인 만큼 시청률이 낮아 국내에선 주목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ENA에서 방송되며 1~2%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낮에 뜨는 달’이 첫 방송도 되기 전 190여개국에 선판매 됐으며, MBC에서 주 1회로 방송되며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오늘도 사랑스럽개’도 방송 전부터 해외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에는 방송사 사정들도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수익 통로를 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률 외 여러 지표도 중요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광고주들이나, 내부에선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곤 하지만 시청률이 낮으면 ‘실패’로 낙인찍히는 흐름 때문에 제작진도 쉽게 위축이 되곤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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