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딸기·나주 멜론 농사 망친 주범은 ‘2월 겨울비’
지난 7일 오후 전남 담양군 금성면 일대 딸기 시설하우스. 빨갛게 익어야 할 딸기에 온통 회색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새콤달콤한 향기를 풍겨야 할 시설하우스 내부는 흙냄새만 가득했다. 지난달 흐리고 비 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잿빛곰팡이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딸기 재배농민 장미란(49·여)씨는 “딸기는 햇빛을 충분히 받고 낮은 습도를 유지해야 잘 자라는데 지난달 담양에 114.5㎜의 많은 비가 내렸다”며 “덜 자란 딸기도 절반 이상이 수정 불량이어서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농가들도 상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과일 작황이 부진한 데다 가격 급등으로 오히려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담양농협에 따르면 최근 딸기 판매가격은 1㎏당 9000원~2만 7000원이다. 담양농협 관계자는 “크기가 작은 딸기는 9000원에서 1만원 초반대로 비교적 저렴해 수요가 꾸준히 있지만, 크기가 큰 딸기는 비싼 가격에 팔리지 않아 대부분 농가가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기 이외에 멜론 등 다른 하우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담양과 멜론 주산지인 나주지역 일조시간은 각각 115시간으로 최근 10년 평균 일조시간보다 35% 감소했다.
특히 나주는 멜론 생육기인 지난해 12월 일조시간이 125시간으로 전년보다 25% 감소하면서 수정·착과 불량 등으로 멜론 출하량이 16% 감소했다. 전남도는 피해 농가가 늘어나자 일조량 감소에 따른 농작물 생산량 감소를 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조사를 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철문 나주세지멜론연합회 총무는 “멜론이 햇빛을 보지 못해 특품 크기의 멜론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나주 지역 전체로 봤을 때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겨울 들어 사과·배 등 대부분의 과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이중 신선과일 상승률은 41.2%로 1991년 9월(43.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딸기값이 23.3% 상승한 가운데 귤 가격은 78.1%, 사과값은 71%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냉해 등으로 사과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인 만큼 당분간 사과 고물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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