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100% 배상 가능?…라임 사태 승소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재계 TALK TALK]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3. 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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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례와 비교, 설명하고 있는 김정철 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제공)
홍콩 ELS 손실이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감원이 배상 기준안을 발표했다. 불완전판매로 판명나면 판매사가 최대 100%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물론 과실 사유에 따라 배상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가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인지, ELS 투자 경험이 있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상당수가 20~60% 배상 비율 범위 내에 분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볼까.

이와 관련, 과거 유사 불완전판매 소송에서 금융소비자 편에 서 승소한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에게 자문해봤다. 그는 과거 대신증권을 통해 라임 펀드 상품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를 대리해 대신증권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LIG건설 CP(기업어음) 불완전판매 사건 때도 피해자 편에 서서 80%~100% 배상 판결을 받아낸 이 분야 전문가다. 2014년에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에 관한 연구(고려대 법대)’라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1 ISCR 국제콘퍼런스에서 금융사기 수법에 대해 발표하는 김 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제공)
Q. 오늘 배상안 발표 어떻게 평가하나.

최대 100%까지 가능하다고 인정한 점에서는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최저 배상 비율이 아쉽다.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0~100%까지 배상 비율 책정이 가능하다.

Q. 개별 투자자별로 불완전판매 여부,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손실 배상 비율 얼마 이상’ 이렇게 한정 짓는 것은 무리한 논리 아닌가.

은행 등 금융기관이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비이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 목표를 올려 잡았다는 점이 밝혀진 이상 애초부터 불완전판매가 예정됐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단순히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허위 사실을 고지하거나 ELS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고지가 이뤄지지 못한 ‘부작위에 의한 사기’도 인정될 수 있는 대규모 금융사고라고 본다.

또한 이번에 판매사로 불완전판매 검사 대상이 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증권사들은 대부분 과거 옵티머스 펀드, 라임 펀드, 젠투 펀드, 현대 다이내믹 DLS 상품들에 대한 불완전판매로 이미 문제가 돼 제재를 받았거나 제재가 예상되는 금융회사다. 그런데 또다시 홍콩 ELS 상품의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가중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Q. 또 하나 변수는 배상 기준안대로 금융사가 따르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인데.

그렇긴 하지만, 금융사가 배상 기준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금감원 조사나 제재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웬만해서는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Q. 과거 금융소비자 집단소송을 이끌었는데 과거 상황과 이번 기준안은 어떤 차이가 있나.

이번 홍콩 ELS 분쟁 조정 결정은 기본 배상 비율이 0%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전혀 배상을 받지 못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다.

라임 펀드 사건에서는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에는 100% 배상, 일반 라임 펀드는 기본 배상 비율 50%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결국 최대 80% 배상이 인정됐다.

다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분쟁 조정 신청과 소송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소송하지 못하고, 소송을 진행하면 분쟁 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의뢰인)를 위해 투 트랙(두 가지 방법)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라임 펀드 민사 소송에서는 1심에서는 100%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정받았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80% 배상하는 것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분쟁 조정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가감이 이뤄지기에 실제로 80%까지 배상받는 피해자는 거의 없었다. 이번 ELS 사건 피해자도 분쟁 조정과 소송 사이에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숨투자자문 피해자 집단 소송 당시 김 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제공)
Q. 과거 사례를 보면 소송이 유리할 것 같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소송을 했는데 막상 최종심에서 조정 신청한 배상안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송 비용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방 금융회사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대형 로펌을 선임해 1심부터 대법원까지 총력 대응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승소를 장담할 수가 없다. 현재 금융투자자 보호 관련 법률의 미흡한 규율과 모든 입증 책임을 원고인 투자자들이 지는 현행 민사 소송 구조 아래에서는 금융투자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야 한다.

Q. 현행법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계속 보완되고 있지 않나.

물론 그렇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있다. 현행법에서는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법률이 오히려 금융회사를 면책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해피콜’ 이라 부르는 모니터링 콜은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가 이뤄진 이후 사후적으로 ‘위험성을 고지 받으셨지요?’라는 질문에 답을 하도록 하는데, 투자자들은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로 생각하고 답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금융기관에서 해피콜이 오면 ‘예스’라고 답변하라고 안내까지 한다. 막상 소송에 들어가면 이 모니터링 콜이 투자자를 찌르는 칼이 돼 돌아온다. 이미 위험성을 모두 설명했다는 금융기관의 유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투자상품 판매 현실은 노인이 와도, 주부가 와도, 아무런 금융 지식이 없이 예금을 문의하러 와도 ‘고위험’ 내지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한다. 상품을 설명할 때 ‘위험성’에 집중해 구체적인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대부분 ‘안정성’에 집중해 설명이 이뤄진다. 그러다 보면 고객을 기망하게 된다.

Q. 대안은 뭘까.

금융소비자보호법 설명의무의 시행령 등을 개정해 설명할 내용을 단순히 일반적인 위험성이 아닌 ‘권유하는 특정 상품’의 ‘구체적 위험성’에 중점을 두도록 바꿨으면 한다. 또한 투자가 이뤄진 후에 면책용 녹음이 아닌 투자 권유 당시에 이뤄지는 설명 내용이 녹음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2013년 이후 아무런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1년간 단 1건도 채 집단소송이 제기되지 않고 있는 증권집단소송법을 집단소송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증권집단소송법 집단소송 대상에 라임 펀드나 홍콩 ELS 같은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 손해배상 혹은 사기 판매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포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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