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인유럽’ 정성우 PD, 제대로 파고든 ‘축구 팬’들의 마음 [선 넘는 PD들(78)]

장수정 2024. 3. 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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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마인드로 콘텐츠 만들지 않고,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획하기 위해 노력”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 ‘맨인유럽’은 10년 만에 다시 뭉친 두 맨유 레전드 박지성과 에브라가 유럽 코리안리거들을 만나 힘을 불어넣어주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LG유플러스의 STUDIO X+U에서 제작 중이며, 채널A를 통해서도 함께 공개된다. ‘알바썰’, ‘아부지 뭐하시노’ 등 유튜브 콘텐츠를 주로 제작해 온 정성우 PD가 연출을 맡아 TV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사이를 오가며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다.

“각 플랫폼에 올라갔을 때 유의미한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길이감, 속도감을 담고자 고민했다. Studio X+U는 20~30분대의 미드폼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선보이고 있기에, 유플러스 모바일tv에 올라가는 콘텐츠의 경우 30분 내외로 속도감 있게 볼 수 있도록 기획했고, 채널A 온에어의 경우엔 기존 방송 문법에 최대한 맞춰서 호흡을 늘리는 전략으로 제작을 진행했다.”

‘맨인유럽’에서는 FC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를 비롯해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의 황희찬, FC 미트윌란의 조규성, 이한범, 셀틱 FC의 오현규, 양현준, 권혁규 등이 편안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그들의 일상 속 한순간을 포착하는 한편, 선배인 박지성, 에브라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털어놓는 깊은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는 유튜브에서도 스타가 출연하는 토크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정 PD는 이미 축구에 대한 팬덤은 탄탄하게 형성이 된 만큼, 내용을 잘 담아내기만 한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콘텐츠는 결국 콘텐츠가 다루고자 하는 소재에 대한 팬덤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구, 그중에서도 최근 유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은 ‘해외축구’라는 소재는 시청자가 콘텐츠를 선택할 때 아주 강력한 동기가 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박지성, 에브라 선수와 평상시에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슛포러브’와의 협업이 있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콘텐츠였다.”

물론 현역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기에, 그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는 필수였다. 시즌 도중 선수들을 만날 때도 있었고, 이에 출연자들의 안전 및 편안함에 방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전개가 아닌, 편안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이것이 ‘맨인유럽’만의 장점이 되기도 했다.

“메인 출연자들의 직업이 연예인이 아닌 축구선수였고, 촬영 당시 한창 시즌 중이었다. 또 곧 있을 아시안컵 준비도 한창이었던 만큼, 선수들의 일정 및 컨디션 체크하는 부분이 가장 신경 쓰였다. 여러 미션이나 이벤트들을 진행할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었지만, 선수들이 행여나 다치거나 소속팀의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됐기 때문에 매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또한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림 또한 엄청난 이벤트를 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의 정말 진솔하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박지성, 에브라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유발하다가도, 선수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섬세한 박지성과 유쾌한 에브라가 빚어내는 케미가 ‘맨인유럽’만의 색깔을 만드는데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두 선수가 이 정도로 환상의 케미를 보일지는 기획 단계에선 상상하지 못했다. 제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들 중의 대부분은 이 두 출연자에 대한 칭찬,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앞으로 계속 보고 싶다는 추앙의 댓글이었다. 이쯤 되니 프로그램에서 에브라 선수가 간절히 바랐던 대로, 한국 드라마에 카메오라도 출연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다. 축구, 또는 해외 축구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을 겨냥해 호응을 끌어낸 것처럼, 앞으로도 ‘그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할까’를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저조차도 구독하던 OTT 갯수를 줄이고, 안 보는 유튜브 채널도 언팔하고 있다. 타겟이 애매하거나 두루뭉실한, 기존의 방식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들의 성과들이 힘든 것들 또한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기존에 PD 혹은 콘텐츠 기획자의 마인드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철저히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이에 합당한 비즈니스 모델 또는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도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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