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축제, 필리핀 학생들이 선보인 한국 문화

임경욱 2024. 3.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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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해외봉사] 한국의 족구 그리고 부채춤과 사물놀이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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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욱 기자]

3월 8일은 필자가 봉사활동 중인 필리핀 다바오 한필직업훈련센터(Korea Philippines Vocational Training Center)의 창립 1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자금을 지원해 직업훈련센터를 설립한 것이 2005년 3월 8일입니다. 센터에서는 이날을 기리기 위해 매년 한국문화축제(Korean Cultural Festival)를 엽니다. 

KOICA 봉사단원이 파견되지 않았던 코로나19 시기에도 행사를 중단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 왔다고 하니, 한국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기대는 참으로 큽니다. 올해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여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센터 측과 우리 봉사단원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축제는 학생회의 주관 아래 전체 학생들과 교직원이 교내를 한 바퀴 돌며 퍼레이드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다바오 한인회 맹봉호 회장님과 서영철 수석부회장, 윤제권 부회장, 심종석 사무국장 등 임원진이 이른 아침부터 참석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국국문화축제 기념촬영 퍼레이드를 마친 교직원과 학생들이 대운동장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 임경욱
  
한국의 족구, 필리핀 학생들에게 전파

맹 회장은 족구에 대한 사랑이 대단해 이날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학생들이 각 학과 별로 대항전을 치르도록 했습니다. 족구는 군대나 직장 체육대회에서 으레 등장하는 대중 스포츠이지만, 필리핀에는 세팍타크로가 있어 족구는 다소 생소한 종목입니다.

그래서 다바오 한인회 족구팀이 2월 중순에 직접 이곳 센터에 방문해 시범경기를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전파했습니다. 맹 회장의 꿈은 이곳 다바오에 필리핀 청소년으로 구성된 족구 대표팀을 만들어 한국에서 개최하는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야외 농구장에서 개최된 족구대회는 경기가 계속될수록 요령을 터득한 선수들의 기량이 늘어 흥미를 더해줬습니다. 심 사무국장이 뙤약볕에서 오전 3시간 동안 심판을 보며 규정과 방법을 가르치며 땀 흘린 결과입니다.
 
▲ 족구대회 필리핀 학생들이 학과별로 팀을 꾸려 족구대회를 했다.
ⓒ 임경욱
  
족구가 진행되는 사이 대운동장에서는 줄다리기가 시작되어 함성이 요란합니다. 또 회의실에서는 비빔밥 요리경연대회가 진행됐습니다. 참가팀별로 각자가 준비한 재료를 가지고 비빔밥을 만드는 것입니다. 맛과 모양, 재료, 한국적 이미지 등을 평가하여 순위를 가르는데, 맹 회장과 서 수석부회장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대강당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간식 및 음료 코너를 오픈해 요기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점심은 다바오 시내에서 사업을 하는 김승암 사장이 김밥과 라면, 떡볶이를 협찬했습니다. 특히나 직원까지 동원해 현장에서 직접 끓여 줌으로써 교직원과 행사진행요원, 각종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이 한국의 별미로 기분 좋게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 부채춤 공연중인 학생들 열 명의 여학생으로 구성된 부채춤 공연팀은 동영상을 보며 틈틈이 연습했다.
ⓒ 임경욱
 
한국의 부채춤과 사물놀이에 빠지다

이날 오후에는 날씨가 더워 대강당에서 여학생들이 공연하는 부채춤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국문화축제가 진행됐습니다. 10명으로 구성된 부채춤 공연팀은 그 기량을 인정받아 학교의 중요 행사에 빠지지 않고 출연합니다. 외부 행사에도 초청받아 공연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재원들입니다.

꽹과리, 장구, 북, 징으로 이뤄진 사물놀이 공연도 일품이었습니다. 한인회에서 빌려온 사물을 가지고 음악에 조예가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KOICA 봉사단의 최경식 선생님이 1개월가량을 교습한 결과입니다. 이들은 사물놀이 자체를 좋아해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연습했습니다. 사물놀이 자체가 공연자나 관람자 모두를 매료시키는 흥이 넘치는 공연이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어 경연, 한국노래 경연, 한국댄스 경연 등이 이어졌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흡수하는 힘이 있나 봅니다. 언제 그렇게들 배우고 연습했는지,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한국인인지, 필리핀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문화든, 다른 나라 문화든, 문화는 서로 공유하며 즐김으로써 발전해 나갑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사랑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각 대회마다 2개 팀을 선정해 시상을 했지만, 참가한 모든 팀에게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더욱이 같이 응원해 주고 동참해준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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