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VCR 소송'까지 소환했다…MS 대 NYT 치열한 소송전

김민정 2024. 3.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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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인공지능(AI) 학습에 본보 기사를 허락 없이 활용했다"며 MS(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 40년 전 소니와 할리우드 영화사 간의 벌어졌던 소송이 '소환' 됐다. MS는 소니가 승리했던 VCR(비디오카세트녹화기) 소송을 끄집어내 AI 기술이 저널리즘에 위협된다는 NYT 측 주장을 반박하려 했다. NYT는 맥락이 다른 소송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맞섰다.

MS는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소송 기각 요청서를 냈다. MS는 소송 기각 요청서에서 "이 소송은 근시안적"이라며 "NYT가 암울한 미래에만 중점을 둔 '최후의 종말론적 미래학(doomsday futurology)'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NYT는 자사의 수백만 개 기사를 MS와 오픈 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 GPT'와 '코파일럿' 등을 훈련하는데 무단 사용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지난달 오픈 AI는 "NYT가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하고 챗 GPT 등을 해킹해 저작권 침해 사례 100건을 (임의로) 만들었다"며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MS는 이날 소송 기각 요청서에서 40년 전 할리우드와 소니 사이에 진행된 VCR(비디오카세트녹화기) 소송을 언급하면서 "NYT의 소송 제기도 이와 유사하게 획기적인 신기술을 중단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MS가 말한 소송은 1976년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미국 영화사들이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VCR(비디오카세트녹화기)을 내놓은 소니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이다. 할리우드 측은 VCR이 불법복제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8년의 법정 다툼 끝에 198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소니의 손을 들었다. 불법 복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 침해를 인정할 순 없고, 저작물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건 '공정 이용'(저작권자 동의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소송 초기 3% 수준인 VCR 보급률은 1985년 14%까지 늘었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우려했던 극장 관람객 감소나 침체는 없었고, 외려 영화 대여라는 새 비즈니스가 생겨 예상치 못한 이익이 생겨났다. 당시 비디오 대여점을 통한 2차 유통으로 영화사는 짭짤한 수익을 맛봤다.

MS 측은 이를 두고 "VCR이 할리우드를 파괴하는 대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영화 산업 번영을 도왔다"며 "LLM은 AI의 획기적 발전이며, 사람들이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은 자사 이익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물을 훈련 용도로 썼다 한들 '공정 이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NYT는 VCR 소송과 뉴스 저작권 소송을 같은 맥락에서 비교한 건 잘못됐다며 반박했다. 신문은 "VCR 소송과 비교는 설득력이 없다"며 "핵심은 빼앗긴 우리 지적 재산권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빼앗긴 것이 이거라고 밝히니 MS와 오픈 AI가 자신들의 실책을 감추기 위해 상대를 비난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VCR 제조사들은 이를 만들기 위해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적이 없는데, 맥을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AP=연합뉴스


저작권 이슈를 놓고 언론과 대기업의 물러섬 없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NYT는 올해 자체적으로 생성형 AI 기반의 LLM(거대언어모델)을 구축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방위로 압박 받는 미디어 환경에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분투하는 모양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NYT는 올해 2분기 새 생성형 AI 광고 툴(tool·도구)을 출시해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원리는 이렇다. 가령 교과서 등을 파는 교육·출판업체가 NYT에 광고하려고 하는데, 학교 폭력 등 부정적 내용의 기사와 나란히 배치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혹은 따뜻한 가족애,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로 브랜딩하고 싶은 자동차 기업이 NYT에 광고한다면 단순히 산업 섹션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NYT의 반려견 관련 기사가 있는 곳에 배치해서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NYT의 1000만 유료 구독자, 1억 명 온라인 구독자의 기사 소비 특징을 담은 데이터와 자사가 지닌 지적 재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과적인 광고 게재 위치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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