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생들이 지난해 가장 많이 빌려간 책은…

양민경 2024. 3.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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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권장 도서 목록에 담긴 흐름을 읽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학도서관 도서 대출 순위는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의 관심사와 연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척도다. ‘서울대 도서관 대출 순위’ 등 해당 대학생의 독서·학습 경향을 반영한 보도가 매년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신학의 전당’으로 손꼽히는 신학대학교 학생은 어떤 책에 관심을 보였을까. 또 국내 주요 신학대가 학생에게 권장하는 책은 무엇일까. 감리교신학대(감신대) 서울신학대(서울신대) 장로회신학대(장신대) 총신대(가나다순)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 소속 신학교 4곳의 지난해 대출 도서 순위와 권장·필독도서 목록, 최근 5년간(2019~2023년) 총대출량 등을 살펴봤다.

주요 신학대 대출 1위, ‘수업 관련 책’


4개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 내 ‘도서관 통계’에서 2023년 대출 순위를 확인 결과 ‘가장 많이 빌린 책’ 1위는 모두 수업 관련 도서가 차지했다. 감신대의 경우 ‘존 웨슬리의 설교’가 대출 횟수 33회로 1위였다. 서울신대는 ‘묻고 답하는 예배학 Cafe’가, 장신대는 ‘칼뱅작품선집’이 대학도서관 대출 1위에 올랐다. 총신대는 ‘기독교강요: 1559년 라틴어 최종판 직역’이 가장 많은 대출 기록을 올렸다.

각 신학대 대출 순위 10위권에도 수업 참고도서가 대다수 포진했다. 대체로 교단의 설립자나 관련 위인의 삶과 사상을 다룬 책이다. 감신대에선 지난해 인기도서 10권 중 ‘존 웨슬리의 생애’ ‘존 웨슬리의 신학’ 등 감리교 창시자인 웨슬리 관련 책이 상위권을 자리했다. 서울신대는 ‘웨슬리 설교전집’과 ‘오순절운동의 신학적 뿌리’가 지난해 최다 대출 도서 2, 3위였다. 서울신대를 설립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가 감리교와 오순절 운동에 영향을 받은 만큼 이들 분야를 연구하는 학풍이 반영됐다.

총신대 대출 2, 3위는 ‘한국교회와 민족을 살린 평양 대부흥 이야기’와 ‘여호와의 날개 아래 약속의 땅을 향하여’다. 전자는 ‘한국의 오순절 운동’으로 불리는 평양 대부흥을 다룬 교회 역사서고 후자는 여호수아 룻기 등 구약의 역사서를 풀어낸 것으로 모두 총신대 교수가 집필했다. 총신대 명신홍기념도서관(사당캠퍼스)과 박형룡기념도서관(양지캠퍼스)을 총괄하는 김성수 팀장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독교강요 등 도서관 인기 대출도서에 오른 책은 학부와 대학원 필수 강의 교재인 경우가 적잖다”며 “이들 책이 대체로 두꺼운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도서관에서 대출해 학업에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학 외 타 전공 교재나 참고도서도 신학대 ‘인기도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장신대의 경우 프레데리크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악보 등 교회음악 전공 관련 서적이 대출 순위 2, 3위에 올랐다.

신학대 권장도서… “교양·신학 서적 고루 선정”

이들 신학대 도서관은 학부생과 신학대학원생을 위해 추천도서 목록을 보유 중이다. 총신대 도서관의 경우 홈페이지에 ‘총신 인문·교양 추천도서’ 목록과 소장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 해당 목록에는 경제·과학·교육·문학·인문사회·철학 등 기독교 외 9개 분야 고전 및 베스트셀러 117권이 망라됐다. 이중 대다수가 인문사회와 철학, 문학과 기독교, 경제 분야 도서로 전체 목록은 총신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고전 ‘고백록’뿐 아니라 프리드리히 니체의 ‘우상의 황혼/반그리스도’ 등 기독 윤리에 반기를 들었던 저자의 명저도 고루 포함된 게 특징이다. 김 팀장은 “학부 교수진이 학문 탐구를 본격 시작하는 대학생을 염두에 두고 선정한 추천도서”라며 “필독은 아니나 권장도서”라고 말했다.

신학대 도서관이 연합해 필독서를 정한 경우도 있다. 감신대와 서울신대, 장신대와 한신대 도서관은 신학생을 대상으로 ‘교양필독도서 100권’을 선정했다. 감신대 도서관이 공개한 이 목록에도 교양서와 신학서가 두루 담겼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이안 바버의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 최재천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 등 유명 과학자가 저술한 베스트셀러가 필독도서로 꼽힌 게 눈에 띈다.

강수연 서울신대 도서관 사서과장은 “이 필독도서 목록은 그간 졸업을 위한 독서인증제 등에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신학과는 현재 고전을 읽는 추세를 반영해 새 독서 목록을 만들어 사용 중인 것으로 안다”며 “도서관은 지금도 이들 필독서 목록에 담긴 100권을 별도 서가에 전시 중”이라고 말했다.

신학대 독서 경향 변화엔 코로나19 영향도

신학대 권장·필독도서에 교양서가 다수 들어갔지만 정작 학생들이 빌리는 책은 수업 관련 책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신학대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서울대 도서관은 ‘가장 많이 빌려본 책’이 ‘미적분학 1’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음악의 원리’(4위) ‘일반통계학’(5위) 등 전공서가 도서관 대출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주요 신학대 4곳 가운데는 서울신대만 최다 대출 도서 10위권에 베스트셀러이자 국내소설인 ‘불편한 편의점’(6위)과 ‘달러구트 꿈 백화점’(9위)이 포함됐다. 100권으로 범위를 넓히니 심리학 도서나 시집 등도 순위에 올랐다.

신학대 등 대학가의 독서 경향이 실용성에 무게를 두게 된 배경엔 코로나 팬데믹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대출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발길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각 신학대 도서관 총대출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술정보통계시스템으로 확인 결과 신학대 4곳 도서관의 2023년 총대출량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총대출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여타 대학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2023 대학도서관 실태조사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대학 재학생 1인당 대출 책 수는 2019년 4.3권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1년은 2.3권으로 급감했고 2022년은 2.5권, 2023년엔 3.1권을 기록했다.

KERIS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대학 도서관 이용자 수와 대출 책 수는 코로나 전성기인 2021년 급감소한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2022년부터 회복 추세”라며 “반면 이북(e-Book) 대출은 코로나 전성기에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팬데믹 종식 선언 이후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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