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다이어 인생역전에 감동…"토트넘 6옵션 CB→뮌헨 주전, 말이 돼?"

김현기 기자 2024. 3.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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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에릭 다이어 바람이 불고 있다. 팀의 시즌 농사를 망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그가 물샐틈 없는 수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뮌헨 팬들은 그가 이적하기 전 토트넘 6옵션 수비수라는 점을 들면서 더욱 박수를 보내고 있다. 뮌헨 구단의 안목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뮌헨은 지난 6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준우승팀 라치오를 3-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멀티골을 넣은 주포 해리 케인이지만 최근 7경기 연속 실점으로 불안했던 뮌헨 수비를 무실점으로 마치는데 공신이 된 수비수 에릭 다이어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이어, 그리고 센터백 콤비인 마테이스 더리흐트 콤비는 이날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원정팀 역습 의지를 틀어막았다. 투헬 감독도 경기 직후 "수비 해답을 찾았다"며 극찬할 정도였다. 반대로 전반기 '독박 수비'를 하며 헌신했던 김민재 입장에선 허탈하게 됐다. 마음을 정비하고 주전 경쟁을 다시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뮌헨 팀 동료들의 지지도 나왔다. 영국 매체 '더선'은 7일 해리 케인이 "에릭 다이어는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그의 능력을 보여줬고 리더십까지 보여줬다"며 "다이어가 매우 자랑스럽고 지금처럼만 경기한다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소집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케인은 "토트넘에서 그가 계속 뛰었다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는 것은 어려웠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다이어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인 가레스 사우스게이트가 3월 브라질과 벨기에와의 경기를 앞두고 다음 주에 소집 명단을 발표할 것이다"며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경기 출전을 거의 못 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토마스 투헬 감독 아래에서는 8경기 출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소파스코어'는 이날 선발 출전한 다이어에게 평점 7.3점을 부여했다. 다이어는 걷어내기 3회, 가로채기 2번을 기록했고 89번의 패스 시도 중 85번을 성공시키며 96%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롱패스도 8번 시도해 6번 성공할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보여줬다.

겹경사도 있었다. 다이어는 7일 UEFA가 선정한 챔피언스리그 '이 주의 팀'에 역시 센터백으로 나선 뮌헨 수비수 마테이스 더리흐트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뮌헨에선 둘 외에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수비수 하파엘 게헤이루, 해리 케인 등 무려 5명이 뽑혔다. 킬리안 음바페(PSG), 빌리 오르반(라이프치히), 훌리안 알바레스, 마누엘 아칸지(이상 맨시티), 모하메드 엘유누시(코펜하겐), 미켈 메리노(소시에다드) 등이 다이어, 더리흐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유럽에서 가장 빼어난 수비수 중 한 명이 바로 다이어인 셈이다.


다이어와 더리흐트가 뮌헨의 시즌 막바지 주전 센터백 듀오로 자리매김할 경우, 김민재는 소속팀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를 위해 숨을 고를 때나 로테이션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커 경기 감각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뮌헨은 시내 마리엔 광장에서 우승 축하연을 계획하는 등 10경기 남은 분데스리가에서 레버쿠젠에 10점이 뒤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우승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중이다.

다이어가 뮌헨 팬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더리흐트가 자신과 다이어가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자 "사진에 벽밖에 보이질 않는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다이어가 토트넘에서 6옵션 센터백이었다는 점을 꼽으며, "그런 선수가 뮌헨에서 선발로 뛴다는 게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사실 팬들의 지적대로 다이어는 뮌헨에 거의 쫓겨나듯이 임대 이적한 사례다. 절친 케인이 아니었다면 뮌헨으로 오는 것은 꿈도 못 꿨을 일이다. 지난시즌까지 토트넘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블랙홀'이란 평가를 들을 만큼 수비가 부실했던 다이어는 올 시즌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하면서 한창 뒤로 밀렸다.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더펜이 주전 센터백 듀오로 낙점됐고 둘이 지난해 11월7일 첼시전에서 부상 및 퇴장으로 한꺼번에 팀을 비우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측면 수비수들을 보직 변경하는 전력을 선택했다.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등을 쓰면서 다이어는 로메로와 판더펜이 없음에도 명단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한 때는 토트넘 촬영팀이 선수들의 출근길을 소개하려고 카메라를 들이밀자 다이어는 "내 사진 안 쓴다는 것 잘 안다. 안 찍어도 된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다이어가 센터백이 없어 다급한 뮌헨에 케인 추천 등으로 온 뒤 180도 대반전을 써낸 것이다.

물론, 김민재의 수비력은 라치오전을 빠졌다고 해서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월드클래스이며, 지난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수비수를 탄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민재 입장에선 투헬 감독의 라치오전 전 인터뷰 등을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을 앞두고 김민재를 뺐다. 뮌헨 소속으로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27경기를 뛰었고 그 중 25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김민재가 벤치로 내려간 반면 다이어와 네덜란드 국가대표 수비수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센터백 콤비를 이뤄 선발로 나선 것이다.

징조는 있었다. 독일 축구유력지 키커는 김민재를 가리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그의 제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력지 빌트는 훈련장 소식을 전하면서 김민재가 충격적으로 라치오전에서 선발 제외된다고 했다. 설마했지만 투헬 감독은 이를 실행해 김민재를 벤치에 뒀다. 결국 김민재는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투헬 감독은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김민재 선발 제외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민재를 선발 라인업에서 뺀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2월24일)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때 더리흐트와 다이어가 좋은 활약을 펼쳤고 그래서 다시 이 조합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뮌헨은 올해 슈퍼컵과 분데스리가 원정 경기 등에서 라이프치히에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선두 추격의 불씨를 계속 살릴 수 있는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김민재를 벤치로 보내고 다이어와 더 리흐트를 썼다가 후반 10분을 남겨놓고 김민재를 투입했다. 해당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투헬 감독 입장에서도 가장 최근 강팀과의 경기에서 '이기는 조합'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투헬 감독의 라치오전 결단은 통해서 두 수비수는 괜찮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다이어는 뮌헨 빌드업의 중심이 됐다. 더리흐트는 뮐러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다이어는 라치오전 이전 자신이 선발로 출전한 5경기에서 4승 1무를 챙겼으니 투헬 감독 입장에선 다이어에 시선이 더 갈 수밖에 없다.

독일 언론도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하고 라치오전에서 김민재 빼는 조합을 권했을 것으로 보인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을 이긴 뒤 수비수들을 거론하며 "행복하다"고 말한 뒤 이기는 조합을 찾을 것 같다"고 했으니 당분간 김민재는 험난한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빌트는 김민재 제외 결정 뒤 "투헬 감독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를 빼는 결정을 했다"고 표현했다.​

그런 표현까지 나왔지만 뮌헨 팬들의 마음도 일단 다이어-더리흐트 조합으로 기울었다.

뮌헨이 토트넘 방출 신세에서 대반전 드라마를 쓰는 다이어에 푹 빠진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에른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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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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