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미친 'UFC 300' 대진...UFC는 어떻게 팬들을 감동시킬까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김식 2024. 3. 8.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합격투기 UFC가 드디어 역사적인 ‘UFC 300’ 대회의 메인이벤트를 발표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최근 공개한 UFC 300 메인이벤트는 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와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자마할 힐(미국)의 타이틀전이다.

페레이라는 현재 UFC를 대표하는 파이터다. 킥복싱 세계챔피언을 거쳐 UFC까지 정복했다. 심지어 미들급을 넘어 라이트헤비급까지 왕좌에 올랐다. 화끈한 경기력에 남자다운 외모까지 스타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 미들급 챔피언이자 오랜 라이벌인 이스라엘 아데산야(나이지리아/뉴질랜드)와 두 차례 명승부를 통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UFC 300 메인이벤터로 나서는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 게티이미지

힐은 페레이라 이전에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었다. 작년 3월 UFC 283에서 페레이라의 멘토이자 절친인 글로버 테세이라(브라질)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힐은 누구에게 져서 챔피언 벨트를 내려놓은 것이 아니다. 훈련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스스로 내려놓았다. 주인이 없어진 벨트를 차지한 것이 페레이라였다.

둘의 대결은 타이틀전 이상의 스토리가 있다. 페레이라는 ‘절친’ 테세이라의 복수를 하고 싶어한다. 힐을 이기면 ‘반쪽 챔피언’이라는 딱지를 떼고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힐은 부상 때문에 스스로 반납한 챔피언 벨트를 되찾고 싶어 한다. 

페레이라와 맞붙는 라이트헤비급 전 챔피언 자마할 힐. AP=연합뉴스

UFC 300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다. UFC는 이번 300번째 넘버 시리즈를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만들고 싶어 했다. 코너 맥그리거 등 슈퍼스타들을 총동원해 UFC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페레이라나 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두 선수가 UFC 300이라는 역사적인 대회에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만한지는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그나마도 이 대결이 성사되지 못했다면 장웨일리와 얀시아오난, 두 중국 여성 경량급 파이터가 메인이벤트 경기를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UFC 300 대회의 얼굴이 중국 선수가 되는 것은 UFC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UFC 100과 UFC 200을 비교해도 UFC가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알 수 있다. UFC 100의 메인이벤트는 ‘야수’ 브록 레스너였다. 프로레슬링 WWE 챔피언 출신으로 UFC 헤비급까지 정복한 레스너의 열풍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레스너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그를 따를 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UFC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자 당시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조르쥬 생피에르의 타이틀전이 코메인이벤트였다. 레스너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댄 헨더슨, 마이클 비스핑, 존 피치, 마크 콜먼, 스테판 보너 등 이제는 UFC 레전드가 된 선수들이 대거 출격했다. 당시 UFC 전적 2전에 불과했던 ‘22살’ 존 존스가 메인이 아닌 언더카드로 출전했다.

UFC 100은 한국 팬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추성훈과 김동현이 함께 대회에 나섰다. 당시 UFC 데뷔전에 나선 추성훈은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해 앨런 벨처를 판정승으로 눌렀다. 이 큰 대회에 UFC 경력이 전혀 없는 선수를 메인카드에 놓는다? 당시 UFC가 얼마나 추성훈에게 거는 기대가 컸는지 잘 알 수 있다.

UFC 200도 라인업이 화려했다. 당시 론다 로우지의 열풍에 힘입어 여성 타이틀전이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다. 당시 여성 밴텀급 챔피언이었자 당시 로우지와 함께 여성 격투기 인기를 이끈 미샤 테이트와 훗날 여성 격투기의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이 되는 도전자 아만다 누네스가 맞붙었다.

메인이벤트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UFC 100의 주인공이 됐던 레스너는 UFC 200에도 등장해 ‘사모안 괴인’ 마크 헌트와 대결을 벌였다. 대니얼 코미어, 앤더슨 실바, 조제 알도, 프랭키 에드가, 케인 벨라스케스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전설적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심지어 과거 일본 프라이드FC의 인기를 이끌었던 고미 타카노리가 사전 경기로 출전했을 정도다.

UFC 100과 UFC 200을 경험한 팬들 입장에서 UFC 300의 라인업은 아쉬움이 크다.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했던 맥그리거는 여전히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UFC 300의 잠재적 헤드라이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지난해 10월에 입은 늑골 부상 때문에 여전히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

물론 기대할 만한 경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트급의 저스틴 게이치 대 맥스 할로웨이 경기, 라이트헤비급의 이리 프로하츠키 대 알렉산다르 라키치의 대결 등은 경기 전부터 별 5개짜리 명승부를 예약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UFC의 골수팬들은 슈퍼스타가 빠진 UFC 300 대진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 팬들의 불만에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UFC 300에서 역대 가장 뜨거운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큰소리쳤다.

UFC 입장도 이해는 된다. UFC는 전 세계를 돌면서 1년에 40차례가 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모든 선수들의 일정을 다 관리할 수 없다. 지금 나온 대진이 현재 UFC가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팬들을 만족시키는 빅매치를 만들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는 것은 현재 UFC의 큰 고민이다.

이데일리 기자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