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주주님 모신다” 유통 지주사, 배당금 늘리고 자사주 소각

최승근 2024. 3. 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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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도 배당률 확대
단일 지주사 전환한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 자사주 소각
작년 쿠팡 첫 연간 흑자…매출‧영업익 유통공룡 앞서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유통업계가 배당금을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을 늘리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주주환원 바람도 한 몫 했지만 일각에서는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지주는 2023년 연말 결산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1500원, 우선주 1주당 1550원을 각각 책정했다. 작년과 배당액은 동일하지만 배당률은 보통주는 4.6%에서 5.3%로, 우선주는 3.6%에서 4.2%로 상승했다.

그룹 내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쇼핑이 백화점 선전에 힘입어 7년 만에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지주 순이익은 이자비용 증가, 지분법손익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77.6% 하락했다.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서도 배당률을 확대한 셈이다.

신세계는 올해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250원 오른 주당 4000원(배당률 2.26%)으로 책정했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순이익은 44.8% 줄었다.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작년과 동일한 주당 2000원으로 배당금이 책정됐다. 배당률은 작년 1.95%에서 올해 2.39%로 상승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대기업 유통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펴고 있다. 작년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계열사별 중장기 배당 정책을 수립하고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3년간 최소 배당액을 기존 최소 1000원 이상 배당에서 1300원 이상으로 상향했고 현대홈쇼핑은 앞으로 3년간 주당 2500원 이상의 배당액을 주주들에게 보장하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해 1월 발표한 배당 정책에 맞춰 배당 총액을 인적분할 및 유상증자 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향후 3년간 주당 최소 325원 이상 배당하기로 했다.

작년 현대백화점그룹 전체 배당 규모는 22년도(1434억원) 대비 16.4% 증가한 1669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도 진행할 방침이다.

한섬은 자사주 추가 매입 후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총 발행 주식 수의 약 5% 수준을 지난달 말 소각했으며, 지누스는 총 발행 주식 수의 약 2.3% 수준의 자사주를 4월 내 소각하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오는 2028년까지 자사주 10.6%를 신규로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해 12월 보유한 자사주 전량(발행 주식 총수의 4.0% 규모)을 소각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향후 5년간 자사주 소각 진행과 배당에 소요되는 비용을 합치면 매년 약 200억원에 이른다”며 “이는 지난해 현대그린푸드 당기순이익의 약 50% 수준을 매년 주주 환원에 활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는 2023 연말 결산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3000원, 우선주 1주당 3050원을 각각 책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2021년 2300원, 2022년 2500원으로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당 배당금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상회한 기업은 CJ 한 곳으로, 컨센서스 2568원을 17% 상회하고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CJ의 보통주 1주당 결산배당금은 3000원, 우선주 배당금은 3050원이다. 결산배당 결정 당시 일주일간 종가 평균치 기준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2.9%, 우선주 5.7%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당 3000원은 배당 총액 약 1000억원을 의미하는데 이는 작년 배당 수익의 97%가량을 배당한다는 의미”라며 “주당 배당금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상회한 기업은 CJ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트럭.ⓒ쿠팡

업계 안팎에서는 유통 지주사의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32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롯데, 신세계 등 유통공룡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커머스에 비해 대형마트가 강점을 보이는 신선식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유료 회원 수가 1400만명으로 늘면서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주주환원 바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도 “유통기업들이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쿠팡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증시에서 더욱 소외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주주친화정책 강화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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