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살리기, 시니어 모델 교습…요즘 국립대 이런 일 합니다 [국립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다④]

김준희 2024. 3.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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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 육성사업' 중 하나인 대학-지역 동반 성장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상국립대 통영캠퍼스 재학생들이 지난해 11월 경남 통영시 곤리도에 있는 산양초 곤리분교에서 이 학교 유일한 학생인 5학년 이지미(11)양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경상국립대


경상국립대, 섬마을 살리기 나서


경남 통영시 곤리도에 있는 산양초 곤리분교 재학생은 5학년 이지미(11)양 한 명뿐이다. 올해까지 4년간 신입생이 없다. 폐교 위기에 놓인 곤리분교를 되살리기 위해 경상국립대 통영캠퍼스 재학생 30명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0일~12일 대학 캠퍼스와 곤리도를 오가며 아이디어를 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립대학 육성사업' 중 하나인 대학-지역 동반 성장 기획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경상국립대는 섬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한다.

경상국립대 학생들은 곤리도를 대상으로 수산업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굴 주산지이자 어자원이 풍부한 통영 특성을 살렸다. 곤리초와 다른 학교 학생이 함께 여름방학 때 ▶굴에 대해 배우기 ▶곤리도 어자원을 활용한 쿠킹 클래스(요리 교실) ▶지역 어민 조업 체험하기 ▶곤리도 신문 만들기 등이다.

경상국립대 한 학생이 한산도 대고포마을 할머니들과 대화하고 있다. '할매꽃 피는 마을'로 불리는 이 대학은 65세 이상 주민이 80%가 넘는 대고포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꽃밭 문패 만들기 등을 추진했다. 사진 경상국립대


전국 37개 국립대 "지역 혁신·상생 거점"


경상국립대 학생들은 지난해 한산도 대고포마을도 찾았다. '할매꽃 피는 마을'로 불리는 대고포마을은 65세 이상 주민이 80%가 넘는다. 학생들은 이 마을 할머니들이 가꾼 정원에 꽃밭 이름이 적힌 문패를 만들었다. 또 커피를 마신 뒤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마을에서 기른 꽃 모종을 심어 가지고 갈 수 있는 리사이클링(재활용)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전국 37개 국립대가 지역 혁신과 상생 거점이 되고 있다. 대학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지난해 목포대 캠퍼스에서 열린 음악 공연을 이 대학 재학생과 지역 주민이 관람하고 있다. 이 대학은 학기 내내 공연을 여는 '여가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꿀잼(jam) 캠퍼스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 목포대


목포대 '꿀잼 캠퍼스', 금오공대 '스마트 공학교실'


목포대는 학기 내내 공연을 여는 '여가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꿀잼(jam) 캠퍼스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차주환 목포대 기획처장은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과 대학 간 협력 필요성이 절실한 시기"라며 "전문가와 재학생이 함께 꾸미는 공연, 재학생이 기획하는 공연, 예고 없이 펼치는 게릴라 공연 등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창의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소년 적성·진로를 찾아 주는 국립대도 있다.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공과대(KIT)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 화학공학과·기계공학과 등 재학생은 지난해 9~12월 김천여중·진평중 등을 찾아 전공 소개와 함께 태양광 비행기, 초음파 전구 가습기 등을 만드는 'KIT 스마트 공학교실'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공주대 특수교육과 재학생 등이 지역 사회 장애인을 위해 연 심리 재활 캠프. 사진 공주대


목포해양대, 창원대·제주대와 '해양·수산' 협업


공주대는 지난해 '지역 사회 장애인을 위한 교육·심리 재활과 가족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공주대 관계자는 "장애 학생은 사회 적응 기술을 배우고, 그 가족은 자녀 장애와 생활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특수교육과 재학생은 장애 학생 교육과 보호자 상담을 통해 예비 특수교사로서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대학 간 교류도 활발하다. 목포해양대는 같은 해양·수산 계열 국립대인 창원대·제주대와 의기투합해 'Living LAB(생활 실험실) 협의체'를 만들었다. 지역 현안과 해양·수산 분야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3개 대학 재학생은 지난해 각각 팀을 구성해 해양 문화·관광 분야 활성화 등에 대한 아이디어 경진 대회를 열었다.

전남대 '시니어 모델 프로그램' 40~60대 수강생들이 지난해 10월 진도읍사무소 다용도실에서 패션쇼 워킹을 배우고 있다. [사진 전남대]
전남대 '시니어 모델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열린 수료식 겸 패션쇼에서 워킹을 하고 있다. 사진 전남대


전남대 '시니어 모델'·한국해양대 '해양 인재' 양성


전남대가 진도군과 협업한 '시니어 모델 프로그램'은 농어촌 지역 중년·노년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40~60대 진도 주민 20여명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스트레칭·워킹 등을 배우며 자세를 교정했다. 수료식 겸 패션쇼 무대에도 섰다. 전남대 관계자는 "60대 이상 수강생은 수업을 통해 굽은 등과 허리가 펴졌고,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했다.

충북 충주에 있는 한국교통대는 수요자 맞춤형 지역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대학 지역상생협력단이 지자체·학교·단체 등이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조사해 음악회나 특강 등을 기획하는 식이다.

한국해양대는 해양 청소년 인재 양성을 위해 '해양 과학 꿈나무 캠프' '찾아가는 해양 과학 교실' 등을 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교수 등은 지난해 부산 지역 다송중·경남중·중앙중 등을 찾아 해양 과학 기술·문화 관련 이슈를 소개하고 토론 수업을 했다. 특히 해양 생물 홀로그램 만들기, 3D펜으로 바다 생물 만들기 등 체험 중심 '청소년 해양 진로 프로그램'은 지난해에만 100차례 했고, 30개 학교 2178명이 참여했다.

경상국립대 재학생들이 한산도 대고포마을로 향하고 있다. 이 대학은 섬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전국 37개 국립대가 지역 혁신과 상생 거점이 되고 있다. 사진 경상국립대


부경대, 소상공인 디지털 마케팅 도와


부경대는 부산경제진흥원 제안으로 지난해 8월부터 부산 11개 지역 소상공인에게 전자 상거래 등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걸 돕고 있다. 'ICT 프로젝트' '콘텐트 마케팅' 등 이 대학 정규 과목 수강생이 주기적으로 소상공인을 만나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터넷 검색 광고와 라이브 커머스 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물건을 파는 것을 말한다.

"라이브 커머스 시작 후 커피 구독 상품 월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다" 등 입소문이 나면서 부산시 소상공인연합회 등 협업 요청도 늘었다. 김정환 부경대 휴먼ICT융합전공 교수는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기술 환경에서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전환은 소상공인에게 기회이자 과제"라며 "학생도 마케팅 이론·실무 모두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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