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요일의 학살'…무엇이 결과를 갈랐나

나주석 2024. 3. 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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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선 통해 민주당 현역 지역구 7명 탈락
친명-비명 구도 속 비명 후보 물갈이 흐름
선출직공직자 감산 등도 크게 작용한 듯

20곳의 더불어민주당 경선 결과가 발표된 6일, 현역 지역구 의원 7명의 탈락이 확정됐다. 정치권에선 '비명 학살'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역학관계가 당락을 좌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원과 유권자 표심 외에 감·가산 결과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발표에 따르면 서울 은평을의 강병원 의원과 광진구갑의 전혜숙, 경기도 성남시중원구의 윤영찬 의원, 용인시병의 정춘숙 의원, 남양주시을의 김한정, 수원정의 박광온 의원, 광주 광산갑의 이용빈 의원 등 현역 지역구 의원 7명이 경선에서 패했다. 은평을은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 광진구갑은 이정헌 전 JTBC 앵커, 성남시중원구는 비례의원인 이수진 의원, 용인시병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남양주시을은 비례의원인 김병주 의원, 수원시정에는 김준혁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 광산갑에서는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 등이 각각 승리했다. 인지도 등에서 현역 지역의원이 가진 장점 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교체 비율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이용빈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명계로 평가받던 의원들이다. 이런 결과가 나옴에 따라 그동안 강성지지층을 지칭하는 이른바 ‘개딸’이 당의 주류임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주인이 누군가를 확인하는 경선 결과 아닌가 싶다"며 "다수 당원들의 뜻이 있는 것인데, 그와 다른 행보를 하셨던 의원들은 경선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친명, 비명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명을 내세웠던 비례 출신의 김의겸 의원이 전북 군산시 경선에서 비명으로 알려진 신영대 의원에게 패했다. 서울 금천구의 최기상 의원도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변호사로 알려진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부위원장을 상대로 승리했다. 이 때문에 승부는 결국 당심 외에도 선출직 공직자 평가 등에 따른 감산과 신인 등에 대한 가산 등에서 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번 경선에서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10%를 받아 30% 감산을 적용받게 됐다고 공개한 윤영찬·김한정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 역시 하위 20%의 평가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반대로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의 경우에는 정치신인에 부여되는 20%의 가점을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검장에 대해 가점을 적용하는 문제는 앞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시·도 광역부단체장과 장·차관, 청와대수석비서관 등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출신 신인에 대해선 10%의 가산점만 주기로 했지만, 고등검찰청 검사장(고검장) 출신 인사에게는 2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고검장을 상대로 했던 후보들 사이에서는 검사장을 차관급으로 간주, 10%의 가산점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친명-비명 간 경선 지역이 여럿 남아있는데, 비명횡사가 계속 이어질지 관심사다. 결선을 치르게 된 서울 강북구을(박용진 의원과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 외에도 광주 서구갑(송갑석 의원, 조인철 전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 경기도 광명시을(김남희 변호사, 양기대 의원), 충북 청주시흥덕구(도종환 의원,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 인천 서구병(모경종 전 민주당 대표실 차장, 신동근 의원, 허숙정 의원), 경기 안산시갑(전해철 의원,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경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원들의 선택에 의해서든, 감산 적용 등의 결과이든 친명 주도의 공천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광주 서구갑 현역의원으로 경선을 앞둔 송갑석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명 일색의 후보가 정해지는 흐름은 내부 결집과 단합은 물론 중도층 표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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