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대한 반감요? 오히려 편견 없던데요?”

손동준 2024. 3. 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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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선교 맑음”… 각급 학교 교목이 전하는 새 학기 기상도
김세환(가운데) 인천시 강화군 덕신고등학교 교목과 오병이어 동아리 학생들이 4일 신입생들을 위한 붕어빵 봉사를 하고 있다. 덕신고 제공


미션스쿨 교목들은 학생들의 ‘반기독교 성향’이 짙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이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새 학기를 맞은 학원 선교의 날씨가 맑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시 중구 인성초등학교는 입학 경쟁이 붙을 만큼 지역에서 소위 ‘잘나가는’ 학교로 통한다. 기독교 신앙교육을 표방하지만, 재학생 중 출석 교인 비율은 절반에 불과하다. 인성초 교목 허상민 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에 안 다니는 학부모도 학교의 기독교 교육 커리큘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신앙교육을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말씀을 친숙하게 가르치느냐가 교목으로서 고민거리”라고 밝혔다.

허 목사는 지난해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 학교 학생 10명 중 6명이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학교에 다니며 예수님을 믿게 됐다’고 응답했다”며 “예배와 성경 시간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들은 편견 없이 기독교 교육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며 “인생 전체에 기억 남을 신앙의 경험을 심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성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들이 4일 인천시 중구 인성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 입장하고 있다. 인성초 제공


인천시 강화군의 덕신고등학교는 올해 77명의 신입생을 받았다. 인근 공립학교들이 미달사태를 겪은 것과 달리 덕신고는 모집정원이 넘쳐 행복한 고민을 겪었다. 이 학교 교목 김세환 목사는 3년 전부터 ‘성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학교 교육 목표를 강조해온 것을 비결로 꼽았다.

미션스쿨 정체성을 동의하고 입학한 학생들이 주를 이루면서 예배나 신앙교육에 대한 반응도 좋아졌다고 했다. 김 목사는 “지역에서 홍보할 때도 우리 학교에는 예배와 종교수업이 있으니 거부감이 있으면 지원하지 말라고 못을 박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4일 CCM 가수를 초청해 진행한 입학감사예배에서도 신입생들의 호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이런 모습은 자신이 무교라고 밝힌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났다”며 “앞으로 학령인구가 더 줄어들 것인데 이럴수록 미션스쿨이라는 학교의 특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성재(왼쪽 첫 번째) 온양한올고 교목이 6일 진행된 종교수업 '나를 찾아서'에서 학생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온양한올고 제공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미션스쿨의 기독교 교육을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충청남도 아산시 온양한올고등학교 교목 이성재 목사는 “신입생과 재학생 대부분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막히고 멈췄던 아이들”이라며 “백지상태에서 기독교에 대해 처음 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4일 열린 입학예배는 물론이고 5일과 6일 이어진 종교수업에서도 신입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우리 교목실은 채플과 종교수업의 최대 목표를 아이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좋은 첫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남긴 부정적인 영향도 없지 않다. 이 목사는 “지난해부터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전통의 신입생 캠프 ‘유 캔 플라이’를 평소보다 일주일 먼저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캠프에서는 선후배가 함께하는 멘토링과 교목실을 중심으로 상담 등 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3년만에 재개된 한양대 금요채플 모습. 한양대 교목실 제공


서울 성동구 한양대의 이천진 교목도 대학생들의 성향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 목사는 “한양대 채플은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여타 미션스쿨보다 참석자 수가 많지 않지만, 예배 집중도가 높은 편이었다”며 “코로나 이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3년 만에 재개한 채플에는 참석자들의 집중도와 공동체성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며 “고등학생 시절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간 재택수업을 받은 이들이 많다 보니 생긴 현상 같다”고 분석했다. 이 목사가 이번 학기부터 채플 모임 뒤 셀 모임을 시작한 것도 공동체성 함양을 위해서다. 이 목사는 “요즘 대학생들은 특권의식과 권위주의에 반감이 적지 않다”며 “변화하는 세대에 맞춰 철저하게 존대를 하고 권위를 내세우거나 복음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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