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 50만장 플레이브… 가상 아이돌, 실물 가수 인기 능가할까

정진영 2024. 3. 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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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발매한 앨범은 초동 판매량 50만장을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대형기획사의 ‘진짜’ 아이돌 못지 않게 뜨겁다. 버추얼 아이돌이 K팝 아이돌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레이브가 지난달 27일 발매한 미니 앨범 2집 ‘아스테룸: 134-1’이 지난 5일 한터차트 기준 초동 판매량(발매일 기준 일주일간의 음반 판매량) 56만9289장을 기록했다. 최근 데뷔해 큰 주목을 받았던 투어스(TWS)의 데뷔 앨범이 초동 26만장이었던 것을 고려해 보면, 일반적인 K팝 아이돌도 이루기 어려운 수치를 달성한 셈이다.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는 발매 이후 계속 멜론 톱100 차트 안에 들었고, 6일 오후 3시 기준 28위에 올랐다.

플레이브에 대한 관심은 실물 아이돌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 5일 랭키파이가 발표한 3월 1주차 4세대 남자 아이돌 그룹 트렌드 지수에선 플레이브가 투어스, 제로베이스원, 엔하이픈 같은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D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탓에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만 반응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중도 플레이브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플레이브는 지난해 3월 데뷔해 활동한 지 딱 1년이 됐다.

가상 아이돌 메이브.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들의 인기가 이례적으로 뜨겁긴 하다지만, 아주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이야기다. 플레이브보다 앞서 데뷔했던 이세계아이돌도 멜론 톱100 차트에 음원을 차트인시켰고, 발매하는 음원들이 연이어 ‘멜론의 전당’ 밀리언스 앨범(음원 발매 후 24시간 동안 100만 스트리밍 이상 달성한 앨범)에 등극했다. 지난해 1월 데뷔한 메이브는 유튜브에서 25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데뷔곡 ‘판도라’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2816만회를 기록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메이브는 데뷔 초 90% 이상이 해외 팬이었는데 조금씩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계속 이런 시도들이 있었다.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버추얼 휴먼 로지나 김래아 등 1세대에서 쌓아왔던 성과들이 최근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K팝을 하나의 장르로서 즐기듯, K팝과 결합한 가상 아이돌, 버추얼 아이돌도 또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면서 인기를 얻는 듯하다”고 말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숏폼이나 온라인 콘서트처럼 아이돌 콘텐츠의 주된 소비 통로가 온라인으로 변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온라인으로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덕질하는 것을 답답해하기보다 오히려 몰입감을 느끼는 등 소비자도 이런 문화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인간 아이돌과 가상 아이돌 사이에 소통 방식의 차이점이 사라진 것”이라며 “지금은 웹툰 캐릭터 하나하나도 팬덤을 가지는 시대다. 버추얼 아이돌 역시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특히 플레이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이들이 K팝의 틀을 충실히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요즘 K팝 산업의 핵심은 ‘자컨’이라 불리는 자체 제작 콘텐츠다. 그런데 플레이브는 본체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자컨’을 잘 활용하고 있다. 매주 2회씩 팬들과 라이브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기존 K팝 아이돌 음악과는 다른 결의, 청량감 있는 락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인 덕에 만화 캐릭터의 그림체와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군백기’(군 입대 기간의 공백기)나 열애설 같은 리스크가 없어 마음 편히 좋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엔터업계에서는 플레이브를 비롯한 가상 아이돌의 성과를 눈여겨보며 컬처테크 시장의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임 평론가는 “제작자 입장에서 가상 아이돌은 투자 대비 이득이 매우 커서 매력적인데, 플레이브 같은 성공 사례가 생겨서 앞으로도 가상 아이돌이 많이 생길 것 같다”며 “해외 팬들이 멜론 차트를 보며 모르는 가수를 검색해보는 시대이니만큼 해외로의 진출도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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