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로보틱스, 의료·산업·일상까지…웨어러블 로봇 개발 [IPO 기업 대해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3. 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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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엔젤로보틱스

2024년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올 들어 신규 상장에 나선 기업들이 공모 시장에서 흥행을 거두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최근 조 단위 몸값으로 상장한 에이피알에 자금이 몰리자, 그동안 상장을 미뤄왔던 대어들도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나섰다. 3월에도 최소 5곳 이상의 기업이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그중 웨어러블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가 3월의 첫 주자로 스타트를 끊는다.

웨어러블 로봇 첫 주자

LG전자 지분 투자 ‘눈길’

엔젤로보틱스는 3월 6일부터 12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선다.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신주 총 16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회사 측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1만1000~1만5000원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541억~2102억원 수준이며, 총 공모금액은 176억~240억원이다.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2017년 설립된 엔젤로보틱스는 인체 착용으로 근력을 보완하거나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다. 주요 브랜드는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재활 환자를 위한 ‘엔젤메디(angel MEDI)’, 일상생활 보행보조 브랜드인 ‘엔젤슈트(angel SUIT)’, 산업 현장 작업자들의 근골격계를 보호하기 위한 ‘엔젤기어(angel GEAR)’ 등이 있다. 로봇 개발을 위한 부품 ‘엔젤키트(angel KIT)’도 주요 브랜드다.

주력 브랜드인 엔젤메디의 ‘엔젤렉스 M20’은 신촌세브란스병원·분당서울대병원·삼성창원병원 등의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70여곳에 판매됐다. 이 제품은 지면 보행이 가능한 외골격 보행보조 로봇으로, 실제 환자들의 재활 훈련에 활용된다. 환자가 보행을 시도하면 로봇이 환자의 보행 의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힘 보조력을 계산해 제공하는 식이다. 3등급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해 의료보험 수가 적용도 가능하다. 내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을 타깃으로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6년까지 수출액 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엔젤기어 브랜드 제품은 2대 주주인 LG전자를 포함해 삼성전자 등 여러 수요 기업과 맞춤형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LG전자는 지난 2017년 약 15%의 초기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도 7.22%(96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엔젤로보틱스는 엔젤슈트 브랜드 제품 개발도 완성 단계에 진입해 연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고객층의 폭넓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플랫폼화를 진행했으며, 2025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젤로보틱스 관계자는 “로봇 부품 사업을 비롯해 의료와 산업, 일상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며 “의료기기인 엔젤메디 브랜드가 당분간 주요 매출처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상생활을 위한 개인용 로봇인 엔젤슈트 브랜드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엔젤로보틱스 주력 브랜드인 엔젤메디의 ‘엔젤렉스 M20’. 하지 불완전마비 환자의 보행과 스쿼트 훈련을 도와주는 제품이다. (엔젤로보틱스 제공)
매출 구조 다양성 확보

기술특례 우려 떨쳐야

회사가 아직까지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37억원, 영업손실은 49억원, 순손실은 78억원이다. 2022년에는 연간 매출 21억원, 영업손실 71억원, 순손실 6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회사가 제출한 올해 추정 실적은 매출 90억원, 영업손실 51억원, 당기순손실 44억원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5년 추정 실적은 매출 208억원, 영업이익 18억원, 당기순이익 24억원이다. 2026년에는 매출 362억원, 영업이익 106억원, 당기순이익 1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요 제품인 엔젤렉스 M20의 수출을 준비 중이고, 엔젤기어와 엔젤슈트의 제품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방 산업을 비롯해 각종 용역 사업을 확보해 매출 구조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향후 수출을 시작하고 판매 제품이 확대돼 매출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25년부터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파두 쇼크’로 인해 기술특례 상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는 점은 엔젤로보틱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8월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는 당초 지난해 매출 추정치를 1203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상장 후 실제 발표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그쳐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기술특례 상장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실제 금융당국의 심사 절차도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 기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회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라온테크와 삼익THK를 선정했다. 그런데 이들은 웨어러블 로봇을 제조하지 않는 기업이다. 회사는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7배를 기준으로, 재무 성장성과 추정 실적의 할인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17~39%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다만 엔젤로보틱스가 국내 웨어러블 로봇 기업 중 최초 사례기 때문에 직접적인 국내 비교 기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제시한 몸값 1500억~2000억원은 앞선 투자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기술특례 상장에 대한 투자자 인식이 아직까지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추정치에 대한 투자자 의문을 풀어줄 수 있도록 상장 후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자에게 듣는다…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
“일상으로 침투한 로봇…갈수록 수요 늘 것”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43)는 서강대 기계공학·물리학 학사, 기계공학 석사 출신이다. 2009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강대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로 꾸준히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이어왔다. 2014년에는 SG메카트로닉스라는 회사를 차렸다가 실패를 맛봤고, 2017년 엔젤로보틱스를 설립해 웨어러블 로봇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 상장을 눈앞에 뒀다.
엔젤로보틱스 제공
Q. 웨어러블 로봇 산업의 현황과 전망은.

A. 로봇이 미래 먹거리로 등장하며 관심을 받지만,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웨어러블 로봇은 신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강화해서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돕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미 재활의료 시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웨어러블 로봇을 만나볼 수 있다. 의료는 물론, 스포츠·레저, 국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웨어러블 로봇의 수요는 갈수록 늘 것으로 본다.

Q.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 상장을 향한 차가운 시선이 있다.

A. 파두 사태는 극소수의 거래처에 매출이 집중됨에 따른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그러나 엔젤로보틱스는 다양한 브랜드를 앞세워 국방 산업을 비롯한 각종 개발용역 사업까지 매출 구조의 다양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상장 심사 모든 과정에서 다양하고 분산된 잠재 매출 거래처 목록을 이미 확보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 신제품 출시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래 실적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Q. 이번 공모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A. 웨어러블 표준 플랫폼과 개인용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해외 시장 인증·개척 비용, 체험센터나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 등 마케팅 비용, 생산시설 확충 비용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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