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를 월세로"…오피스텔 월세 역대 최고치 찍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빌라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30대 손모씨는 계약이 만료되는 다음 달 인근의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할 계획이다. 혼자 사는 손씨가 선택한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0㎥(공급면적 기준 9.5평)인 원룸인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100만원이다. 여기에 관리비 13만원은 별도다. 손씨는 “역세권 신축이지만 월세가 생각보다 비싸 놀랐다”며 “월급의 30% 정도를 월세로 내야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넉넉치 않은데다 빌라는 사기 위험이 커 오피스텔 월세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사기의 여파와 1인 가구 증가로 오피스텔 월세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전용면적 40㎡ 이하 평균 월세는 74만5000원으로 처음으로 7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 63만원을 기록하면서 처음 60만원을 돌파했는데 3년 반 만에 10만원 이상 뛰었다.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00.07(2023년 12월 = 100)을 기록하며 8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2018년 1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점이다. 전국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순투자금에 대한 연간 임대료 수입의 비율)은 지난 1월 5.27%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오피스텔 월세가 크게 오르면서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아파트와 빌라 월세도 함께 올랐지만, 최근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지난 1월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 상승 폭은 0.07%로 아파트(0.06%), 빌라(0.02%)보다 컸다.
오피스텔은 임대 비율이 높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거주자의 83%가 전·월세로 거주 중이다. 특히 1인 가구 거주 비중은 80%(80.7%)를 넘는다. 2인 가구(11.5%)까지 포함하면 92.2%나 된다. 월세와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은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서울 1인 가구는 지난달 기준 199만9999가구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2인 가구 역시 지난달 처음 100만명(100만1422명)을 넘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6.4%(연말 기준)에서 10년 새 8%포인트가량 꾸준히 상승했다.
전세사기의 영향도 있다. 1~2인 가구 수요가 높은 빌라(연립·다세대주택)가 전세사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체재인 오피스텔 임대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오피스텔 전세 수요 역시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전국 오피스텔 임대(전·월세) 거래량 7만7663건 가운데 월세 거래는 4만7452건으로 전체의 61.1%를 차지했다.(국토교통부 집계)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가 청년 1인 가구의 거주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분간 월세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청년 주거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공급 감소도 임대료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국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2021년 5만6724실에서 지난해에는 1만6344실로 줄었다. 특히 올해 전국에서 분양이 계획된 오피스텔은 6907실로 지난해 분양 실적의 42% 수준이다.(부동산R114)
공급이 줄어드는 건 매매 시장의 침체 영향이 크다.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거래는 2만7059건으로 2022년(4만3558건) 대비 38% 줄었다. 2021년(6만3010건)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직방 조사)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부동산원) 신축 오피스텔 분양 실적도 저조하다.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평균 청약 경쟁률은 6.7대 1에 그쳤다. 2021년 25.8대1에 달했지만 2022년부터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리얼투데이) 2020년 8월부터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한 후 매매·분양 시장이 점점 위축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1·10 공급대책’에서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인 신축 오피스텔을 구매하면 향후 2년간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제 산정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존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주택 수 제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 오피스텔의 거래가 이뤄져야 공급도 늘 수 있다는 취지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오피스텔은 투기재가 아닌 도심 내 서민과 청년의 주거를 책임지는 임대수익 목적의 투자재”라며 “세제 완화 대상 오피스텔을 늘리고 공사비 인상 등을 고려해 금액 기준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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