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모르는 '3인의 조합', 캐스팅부터 난리였다
[양형석 기자]
지난 2004년에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은행을 털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이 속고 속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지금은 연기를 잠정 중단하고 화가로 변신한 박신양이 사기꾼 최창혁과 세상을 떠난 그의 형 최창호까지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국 212만 관객을 모은 <범죄의 재구성>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국의 대표적인 범죄영화로 꼽힌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동명의 스페인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지난 2022년에 공개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도 마찬가지. <종이의 집>은 통칭 '교수'로 불리는 송선호(유지태 분)의 계획 속에 모인 10명의 강도단이 조폐국에서 갓 찍어낸 돈을 훔치는 내용의 범죄 드라마다. <종이의 집>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세계적으로 1억 3300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넷플릭스 TOP 10 집계 기준).
▲ 사기꾼과 FBI 요원의 추격전을 그린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제작비의 6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 CJ ENM |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범죄영화들
'하이스트 필름' 또는 '케이퍼 무비'로 불리는 범죄영화는 무언가를 훔치거나 강탈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로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범죄의 과정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은행이나 박물관처럼 보안이 삼엄한 곳을 범행대상으로 노리며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다. 물론 범죄자들의 계획대로 일이 척척 진행되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경찰에게 계획을 들키거나 캐릭터들이 내분을 일으키기도 한다.
할리우드 범죄물을 대표하는 영화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제작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트릴로지다. 1960년작 <오션스 일레븐>을 리메이크해 3부작으로 제작된 <오션스> 트릴로지는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 받으며 하이스트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 다만 2018년 출연진을 여성으로 바꾼 스핀오프 <오션스 8>은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에도 관객들로부터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97년에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재키 브라운>은 시끄럽고 유혈이 낭자한 영화가 될 거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한 깔끔하고 간결한 범죄영화다. 액션보다는 캐릭터들의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이 영화의 볼거리로 사무엘 L. 잭슨과 마이클 키튼, 로버트 드 니로 같은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2003년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며 일찍 배우생활을 접은 브리짓 폰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고 숀 코너리와 아직 신예티를 벗지 못했던 캐서린 제타-존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엔트랩먼트>는 증거를 남기지 않고 유명 화가 및 예술가들의 작품을 훔치는 전설적인 도둑 로버트 맥두겔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6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12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엔트랩먼트>는 캐서린 제타-존스가 검은 수트를 입고 레이저 경보기를 피해가는 명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하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2003년작 <매치스틱 맨>은 노인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로이(니콜라스 케이지 분)가 전처가 남긴 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매치스틱 맨>은 6200만 달러로 만들어 6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에 그쳤을 만큼 흥행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명연기가 돋보였고 후반부의 반전이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영화였다.
▲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으로 캐스팅 당시부터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다. |
ⓒ CJ ENM |
10~20대의 젊은 세대에게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나 <돈 룩 업>에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여주면서 "이 배우가 젊을 때는 지금의 '티모시 샬라메' 만큼 잘 생기고 멋있는 배우였단다"라고 하면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조금의 거짓도 과장도 없는 '팩트'로 실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의 디카프리오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꽃미남이자 최고의 흥행보증수표 중 한 명이었다.
따라서 스필버그 감독과 디카프리오, 그리고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톰 행크스의 만남은 관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 < A.I. > 등에 비하면 스케일이 아주 큰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52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3억 52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영화의 모델이자 실존인물인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회고록 <잡을 테면 잡아봐>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희대의 사기꾼이자 수표 위조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그를 쫓는 FBI 요원 칼 핸래티(톰 행크스 분)의 대결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영화 초·중반 파일럿과 의사, 미 첩보부 요원 등으로 변장한 프랭크는 간호사 브렌다(에이미 애덤스 분)와 결혼하기 위해 변호사 시험을 치러 합격하는 천재성을 보인다.
약혼식장에 FBI가 나타나자 간신히 미국을 탈출해 유럽을 떠돌며 흥청망청 생활하던 프랭크는 이혼한 어머니가 새 가정을 꾸린 것을 확인하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핸래티에게 체포된다. 하지만 프랭크의 재능(?)을 높게 평가한 핸래티는 4년간 상부를 설득해 프랭크에게 위조수표 감별사이자 보안 컨설턴트로 제2의 삶을 열어줬다. 그 후 프랭크는 수표 위조 방지 시스템을 고안해 금융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자신을 체포한 핸래티와도 친구가 됐다.
영화 속에서 프랭크는 사기를 치면서 여러 가명을 사용한다. 핸래티를 처음 만났을 때 미 첩보부요원임을 밝히며 사용했던 배리 앨런은 DC코믹스 히어로 플래시의 본명이다. 의사 행세를 하면서 사용했던 코너스라는 성은 마블 코믹스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빌런 리저드의 커트 코너스에서 따왔다. 프랭크는 모두를 속인 엄청난 천재 사기꾼이지만 한편으로는 코믹스를 좋아하는 젊은 소년 또는 청년이었음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 신인에 가까웠던 에이미 애덤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출연 이후 승승장구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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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바꾸고 수표를 위조하면서 사기꾼 생활을 하던 프랭크는 파티에서 실신한 친구의 문병을 갔다가 의사에게 꾸지람을 듣는 초보 간호사 브렌다를 만났다. 브렌다를 보고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프랭크는 의사로 위장해 브렌다가 있는 병원에 취업한다. 브렌다는 프랭크가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그와 함께 도망가기 위해 공항까지 오지만 FBI의 추격이 좁혀오자 프랭크는 브렌다를 남겨두고 혼자 떠났다.
프랭크의 귀여운 연인 브렌다를 연기한 에이미 애덤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후 <준벅>에서 사랑스런 임산부를 연기하며 신예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마법에 걸린 사랑>과 <다우트> <파이터> 등에 출연한 애덤스는 2013년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히로인 로이스 레인을 연기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아메리칸 허슬>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프랭크의 아버지이자 군인 출신의 프랭크 애버그네일 시니어는 자신의 은퇴식에서 "생쥐 두 마리가 크림통에 빠졌습니다. 한 마리는 빨리 포기하고 익사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살기 위해 발버둥쳤고 크림이 버터가 되면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라는 연설을 한다. 아버지의 연설은 어린 프랭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프랭크는 브렌다의 가족들 앞에서 기도를 할 때 아버지의 연설 내용을 그대로 써먹으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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