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증거 잡듯 SNS 염탐" 불법체류 유학생 쫓는 대학판 D.P [K유학의 그늘③]

이후연, 이가람 2024. 3.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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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탐문하는 사설탐정(왼쪽)과 그를 피해 숨으려는 유학생(오른쪽)의 모습을 챗GPT를 통해 이미지로 표현했다. 이미지 챗GPT

" 불법체류 상태여도 돈을 좀 벌게 되면 같이 한국으로 유학 온 친구에게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택배 주소를 단서로 소재지를 좁혀 나가다 보면 잡는 경우가 많죠. "
사설탐정인 장재웅 웅장컨설팅 대표는 매년 대학으로부터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수십건 이상 받는다고 했다. 지난해 7월에도 서울의 한 대학으로부터 불법체류 유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4개월 간의 추적 끝에 광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발견했다. 친구와 대화에서 나온 작은 실마리를 놓치지 않고 탐문한 결과였다. 그는 “한국으로 유학을 온 불법체류 학생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불법체류 학생의 소재지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고 했다.


택배·SNS 위치 정보가 단서…“아르바이트 준다고 메시지 보내”


대학들이 불법체류 외국인 학생을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장 대표와 같은 사설탐정을 고용하는 곳도 많다. 그는 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불법체류 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는 항상 들어와 있다”며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의 의뢰도 꽤 있다”고 했다.

탈영병을 잡는 D.P.(Deserter Pursuit·군탈체포조)처럼 불법체류 유학생을 찾기 위해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다. 택배나 SNS에 남긴 위치 정보를 단서로 활용하거나 직접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장 대표는 “어린 친구들은 SNS를 통해 자랑하려고 음식 사진 등을 올리는데, 위치 정보를 켜 둔 상태도 있다”며 “SNS 메시지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준다고 접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했다.


“외도 증거 수집하는 배우자 심정” 불법체류 유학생 쫓는 이유


차준홍 기자
교직원이 직접 ‘탐정’이 돼 탐문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개학을 앞두고 연락이 안 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SNS를 염탐한다고 했다. 그는 “SNS를 둘러보며 있을 만한 곳이나 연락할 만한 친구들을 찾고 있다”며 “외도 증거를 수집하는 배우자가 된 심정으로 사진도 확대해보고, SNS 친구들도 하나하나 들어가 살펴보면서 연락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대학들이 이렇게 불법체류 유학생을 쫓는 이유는 불법체류 학생 수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기 때문이다. 학위과정을 기준으로 불법체류 학생 비율이 8~10%를 넘으면 ‘비자발급 제한 대학’ 명단에 오른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 유학생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는 대학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비자발급 제한 대학에 지정됐던 대학일수록 불법체류 유학생에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전북의 한 사립대는 외국 학생 게시판에 불법체류 학생 회생 프로그램을 안내하며 “경찰 및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OO동, XX동에 수시로 단속을 나간다고 했으며 많은 수의 불법체류 학생이 현재 어디에 거주하는지 파악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아직 늦지 않았으니 불안에 떨지 말고 빠른 연락을 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불법체류 유학생도 조직화…더 숨을수록 안전도 우려”


김영희 디자이너
교육통계에 따르면 2000년 1846명이던 학위과정 외국 유학생 수는 지난해 6만 8954명으로 37.4배 증가했다. 졸업 후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학생들도 늘었다. 2012년에는 학위과정 졸업자 9492명 중 27%(2562명)가 졸업 후 상황을 알 수 없는 ‘미상’으로 파악됐는데, 2022년엔 졸업자 1만 2207명 중 절반 이상(52.7%, 6431명)이 미상으로 집계됐다.

불법체류 학생이 늘어나는 만큼, 탐문도 어려워지고 있다. 불법체류 학생들 사이에도 ‘노하우’가 쌓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먼저 숨어본 선배들이 방법을 잘 알려준 데다가, 지역·나라별로 중간관리자가 생겨서 그 친구들이 자기 새끼들을 보호해주고 안 들키게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이 꼭꼭 숨으려면 더 음지로 가야 할 테니 안전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내 대학과 유학생의 현실을 반영한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연·이가람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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