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넘어 패션 아이콘 등극 ‘102세 바비’ 아펠 별세
뿔테 안경과 알록달록하고 과감한 의상으로 유명했던 ‘패션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사진)이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02세. 우아한 백발과 강렬한 붉은 립스틱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그는 화려한 색감의 옷과 특대형 액세서리도 소화해내는 패셔니스타였다. “많을수록 좋고 적은 것은 지루하다”는 좌우명 그대로였다.
1일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겸 사교계 명사인 아펠이 플로리다 팜비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할머니의 옷차림을 세련되게 연출한 것)의 대표주자였다. 그는 약 3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10대’라고 소개했다.
80세 넘어 패션계 유명 인사가 된 그는 광고·패션잡지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말년에 화장품 회사 맥(MAC), 패션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의류업체 H&M 등과 협업했다. 미국의 바비인형 제조사인 마텔이 2017년 아펠의 모습을 본뜬 바비를 만들기도 했다. 97세였던 2019년에는 세계 최대 모델 에이전시 IMG와 계약을 맺었다.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난 아펠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17∼19세기 직물 복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운영했다.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 화장품 업계 거물 에스티 로더를 고객으로 두며 회사를 키웠다. 아펠은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역대 미국 대통령 9명의 백악관 인테리어 공사를 맡기도 했다.
아펠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2005년 자신이 소장한 의상 82점과 액세서리 300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연 것을 계기로 패션계 명사로 우뚝 섰다. 이 전시회는 당대 최고 디자이너였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카를 라거펠트가 참석해 화제가 됐다.
그의 패션에 한계란 없었다. 2015년 BBC 인터뷰에서 연령에 맞는 옷차림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어떤 옷이든 적절하다”며 “다른 사람처럼 옷을 입지 않으면 다른 사람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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