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란? 이 사람들을 보며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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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욱 기자]
지난 2월 마지막 주에는 친구들이 필리핀을 방문했습니다. 대부분 퇴직 후 집에서 쉬고 있는 친구들이라 여행 성수기를 피해 다녀갔습니다. 3박 5일 일정으로 세부 패키지여행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편리한 것을 선호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나도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휴가를 얻어 동행했습니다. 늘 만나던 친구들인데도 해외에서 만나니 그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 세부 막탄공항에서 첫날 세부 막탄공항에 도착해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
ⓒ 임경욱 |
고교 졸업 후 도원결의한 열 명의 친구
그런 친구들 열 명이 학교를 졸업하고 뜻을 같이해 '열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의 어느 봄날 우리가 손가락을 걸고 맹세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도 무슨 행사차 경주 남산에 함께 들렀다가 그곳 암자에서 곡주를 마시며 도원결의를 했던 것입니다.
친구들 열 명 중 한 명은 15여 년 전 불의의 사고로 먼저 소천하고, 또 한 명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해 지금은 여덟 명이 꾸려오고 있습니다. 그사이 희로애락도 많았지만, 아이들 시집 장가도 보내고 손자 손녀를 본 친구들이 절반이 넘어 모두 잘 살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에 여덟 명의 친구 모두가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습니다.
평소 거울을 자주 보지 않아 늘 젊고 팔팔한 청춘일 줄 알았는데, 친구들 얼굴을 보니 내 모습이 보입니다. 축 처진 눈꼬리에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가 우리 나이를 말해줍니다. 함께 온 배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혼 초 새댁 때부터 만나 매년 한두 번 아이들과 더불어 온 가족들이 모임을 했습니다. 평생을 열우회와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 그들도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여행은 우리의 삶에 힘과 사랑을 되돌려줍니다. 퇴직하고 힘없는 노인으로 나이만 들어가는 친구들인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집에서 놀고먹기에는 아직도 힘이 넘치고 젊습니다. 열대의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액티비티한 해양스포츠를 무리 없이 소화해 냅니다.
▲ 해양스포츠의 천국 세부에서 즐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 임경욱 |
휴식과 해양스포츠의 천국 세부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 80%가 한국인이라는데 세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식당과 업소들이 즐비하고 간판도 한글이라 한국의 어느 골목 같은 느낌입니다. 음식들이 한국에서 먹는 맛 그대로여서 여행이 더 즐거웠습니다. 패키지여행답게 짜여진 순서대로 진행되는 일정이지만, 날씨나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변경도 가능합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호핑투어, 체험 다이빙, 제트스키, 파라세일링,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여유로운 휴식을 찾고자 방문하는 듯합니다. 시라오 플라워 가든, 산토니뇨성당, 마젤란의 십자가, 산페드로 요새 등 볼거리도 풍부합니다.
▲ 세부의 석양 세부 시내에서 막탄 섬으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석양을 만났습니다. |
ⓒ 임경욱 |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친구들은 내가 퇴직 직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할 때도 우리 부부와 함께 3박 4일을 동행해주고 즐거움을 함께했던 절친한 친구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살아오는 인생길이 즐거웠으며 외롭지 않았습니다.
좋은 친구란 그가 지닌 결점이나 부족한 부분도 이해하고 포용해 주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친구들이 채워준다는 걸 우리는 살아오면서 충분히 배웠습니다. 비행 스케줄 때문에 먼저 탑승해야 하는 나를 공항까지 와서 배웅해 준 친구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남은 생도 이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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