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신비한 설산과 마주하다

정윤섭 2024. 3. 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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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순례여행] 자연과 조화로움 느껴지는 궁전 정원의 정수

[정윤섭 기자]

▲ 알함브라 궁전에서 바라본 네바다 산맥 설산 스페인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인 그라나다 알함브라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느낌은 경이롭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 정윤섭
 
눈 덮인 설산 시에라 네바다산맥

스페인 그라나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알함브라 궁전이다. 스페인 여행의 필수코스 같은 곳이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지중해 연안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을 보기위해 일년이면 약 7천만명 가량의 여행객들이 그라나다를 찾는다고 한다.

인구 25만가량의 작고 아담한 소도시가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황금 알을 낳는 관광지가 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슬람 문명이 낳은 유산이 스페인을 먹여 살리고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그렇게 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이슬람인들이 남긴 유산의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8세기 무렵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온 이슬람 세력은 그라나다를 비롯 안달루시아 지역을 장악하고 스페인 전 영토를 차지했는데, 그라나다는 1492년 다시 쫒겨 날 때까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곳이다. 비록 쫓겨나기는 했지만 무척 오랜 기간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가 베어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라나다에 점점 가까워지면 멀리 지중해 쪽 방면에 산봉우리가 눈에 뒤덮여 있는 설산이 나타난다. 해발 3479m의 국립공원 시에라 네바다산맥이다. 여름이면 더욱 경이롭겠지만 겨울에도 이곳 스페인 남부 지역에서 보는 설산은 아주 신비롭게 느껴진다.

지중해 연안을 따라 남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이 산맥은 지리적인 위치도 그렇지만 그라나다 시내에 다가올수록 가까운 듯, 먼 듯 바라다 보이는 네바다 산맥의 설산은 알함브라 궁전에서 이 설산을 바라보면 왠지 신령스럽기도 하고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같게 한다.

네바다 산맥의 눈은 예전에 연중 눈에 덮인 설산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온난화 현상으로 여름에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스키를 비롯해 겨울 스포츠를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다고 하여 따뜻한 남부지역과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그라나다는 석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석류는 이슬람인들이 들여온 과일이라고 한다. 세비야 성당 콜럼버스 관을 든 맨 앞의 남자가 석류를 창으로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재정복을 이룬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슬람 세력과 카톨릭 국가 간의 오랜 쟁투를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유럽의 서남부 지역인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스페인은 718년 8세기 무렵부터 부터 1492년 15세기까지 무려 8백여년 가까이를 이슬람인들이 지배한 적이 있었다.

그라나다는 1492년 국토회복운동인 레콩키스타로 이슬람인들의 손에서 다시 탈환 할 때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근거지였다. 스페인 사람들이 이슬람인들이 남긴 유적들을 다 파괴하였을 때도 이곳 알함브라 궁전만은 남겨 두었던 것은 알함브라 궁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자연과 조화 이룬 궁전정원
 
▲ 중정의 정원이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 사계절 피는 꽃, 연지, 분수대, 정원수 등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 정윤섭
 
▲ 알함브라 궁전안 정원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은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느껴진다
ⓒ 정윤섭
 
알함브라 궁전은 그라나다 시내에서 높은 언덕받이에 있어 적의 침략을 방어하기 쉬운 요새 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곳은 이미 로마시대에 조그만 요새가 있었고 9세기에 그라나다의 에미르가 성벽과 토대를 올렸다고 한다.

알함브라 궁전을 둘러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서양식 자연과의 조화다. 우리나라의 전통정원은 흔히 주변의 자연지세를 이용해 자연과의 일치를 추구한다고 말하고 있다. 형식은 약간 달라도 주변의 자연을 이용하고 이곳에 인공적인 정원을 조성한 것은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추구하려는 이상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알함브라 궁전은 그라나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 그리고 멀리 네바다 산맥의 설산을 바라보는 그 모습만으로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침략해 오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높은 언덕의 요새 같은 곳에 축성한 것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중세 성벽에서 느껴지는 견고하고 웅장한 성벽이 아닌 사계절 꽃이 피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진 별장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성안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수, 자로 잰 듯 다듬어져 있는 조경수, 물이 뿜어져 나오는 연지와 분수대 등 전체적으로 조경이 조화로운 궁전 정원은 군사적인 시설로 느껴지지 않고 아름다운 휴양지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이 때문인지 1492년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레콩키스터가 완성되었을 때도 성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였다고 한다.

창덕궁 궁궐 정원 '비원'
 
▲ 한국 궁궐정원의 정수 창덕궁 비원 한국의 전통정원은 자연과의 일치를 추구한다. 주변의 지세를 잘 활용하여 만든 창닥궁 비원의 부용지 일원
ⓒ 정윤섭
 
우리나라에서 궁궐 정원의 대표를 꼽으라 하면 창덕궁의 비원을 말할 수 있다. 도봉산 자락의 산줄기를 그대로 이용하여 연못과 정자 등의 건물을 배치하여 조성한 청덕궁 비원은 궁궐 정원의 정수로 꼽을 수 있다.

창덕궁 비원에서는 언덕위에 자리한 주합루와 정조때 만들어진 규장각, 그리고 영화당 건물이 자리한 일대는 산줄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하여 만든 부용지의 정자와 어우러져 자연과 인공의 건축물이 주는 조화가 압도적이다. 정원의 형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왠지 알함브라 궁전 정원과 친밀함이 느껴진다.

스페인에서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 문화의 상징 같은 곳이다. 건축과 종교, 음악 등 알함브라가 남긴 영향은 정말 크다 할 수 있다. 기타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기타곡인 '알함브라 궁전'은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을 기타의 선율로 잘 느끼게 한다.스페인 어디가나 광장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기타곡 알함브라 궁전은 세계 기타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박규희의 알함브라 궁전이 정말 멋지기도 하다.

이사벨라 여왕이 국토를 재탈환하고 이슬람 양식의 알함브라 궁전을 파괴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약간 이질적인 건축 양식의 궁전유적도 남아있다. 이사벨라 여왕의 아들인 카를로스 5세가 지은 카를로스 5세 궁전은 둥그런 중정이 있는 궁전으로 이 궁전은 멀리서 보면 UFO같은 느낌이 든다.

어찌 보면 아주 독특한 건축 양식의 일면도 찾아볼 수 있지만 카를로스 5세가 이슬람인들이 남긴 궁전에 자신들의 권위를 나타내 보이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역사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혼재하며 나타나는 문화의 혼합이 남긴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슬람 양식과 다른 카를로스 5세 궁전 이슬람 세력을 몰라낸 후 이사벨 여왕의아들 카를로스5세가 알함브라 궁전안에 지은 것으로 건축양식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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