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도울 ‘교회의 기둥’ 지속가능한 평신도 세우자

최기영 2024. 3.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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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곳곳 “사역자를 찾습니다”… 심화되는 사역 공백 해법은
그래픽=신민식, 게티이미지뱅크


대중이 셜록 홈스와 배트맨 시리즈에 열광하는 건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천재적인 추리 능력과 영웅적인 면모에 있기도 하지만, 이들이 펼쳐 보이는 서사에 함께하는 ‘플러스알파’가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킥(sidekick). 사전적으론 ‘조수’를 뜻하는 말이지만 작품 속에선 주인공과 ‘찰떡 케미(조화)’를 이루며 스토리와 재미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왓슨’과 ‘로빈’이 그들이다. 최근 한국교회 목회 현장에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사이드킥의 부재다. 구인 게시판에 올라온 ‘유아부 사역자를 찾습니다. 신학 전공 아니어도 됨’ 공고는 저출산 초고령화, 신학생 감소, 부교역자 사역 기피 등이 복합적으로 초래한 교역자 부족 사태의 한 단면이다(국민일보 2024년 1월 11일자 35면 참조). 이런 가운데 목회자에게 왓슨이자 로빈이 돼줄 수 있는 동역자로 ‘훈련된 평신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1. 서울 도봉구에서 12년째 사역 중인 A(57) 목사는 8개월째 청소년부(중고등부) 전도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소속된 노회와 총회 교역자 구직 게시판에 공고를 올려도 문의나 지원 연락이 오기는커녕 또 다른 구직 공고에 밀려 새로 같은 글을 올린 것만 10번이 넘는다.

#2. 경기도 시흥에서 9년 전 개척한 B(49) 목사는 지난해 사역 현장에서 극한의 기복을 경험했다. 5년 전 절친 후배가 이 교회 전도사로 부임하면서 교회학교를 맡아 열정적으로 사역에 임했고 10명 남짓하던 교회학교 성도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때도 120명을 넘기며 동역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배가 지난해 목사 안수를 받고 타 지역으로 청빙을 받아 교회를 떠나면서 공백이 생겼고 결국 교회학교는 다시 2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3. 경기도 부천의 한 교회에서 3년째 청년부를 맡고 있는 C(29) 전도사는 최근 파트타임 사역 중단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풀타임 사역자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사례를 받으면서도 사역이 몰릴 땐 교회에 달려가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풀타임 사역자보다 많은 수입을 얻으면서 목회 방향성을 고민하는 동기 전도사들을 보면 오늘도 한숨이 나온다.

사역의 사각지대, 훈련된 평신도가 메운다

권진하 교회교육훈련개발원장은 1일 “각 교회가 새해 사역 준비를 위해 매년 11~12월이면 어느 정도 교역자 구성을 완료해야 하는데 최근엔 2월까지도 교역자 청빙 공고가 줄을 잇는 게 하나의 흐름이 됐다”며 “수도권 밖 중소형교회는 교역자를 거의 못 구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목회자 수급과 사역 공백, 사역자의 현실이 맞물리며 사각지대를 만든다. 권 원장은 이 세 가지 요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훈련된 평신도’라고 했다. 그는 “역사가 오래된 교회도 사역자의 잦은 이동, 사역 매뉴얼 부재 등으로 체계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이단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며 “다양한 재능을 가진 평신도가 목회의 지속적 조력자가 돼주는 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교회교육훈련개발원과 총신대 기독교교육연구소, 넥스트교회교육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교회교육 디렉터 전문가 과정’도 평신도의 사역 전문화를 돕는 과정 중 하나다. 10주간에 걸쳐 ‘소그룹 운영과 실제’ ‘교회학교 사역 연간 기획’ 등 목회자와 평신도의 경계를 넘어 교회 사역을 체계화하고, 사역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권 원장은 “교육 디렉터 과정을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목회 현장에서 생각 이상으로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회 공동체가 평신도 훈련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목회자의 진정한 조력자 돼 줄 ‘교회 사역사’

지난달 19일, 칼빈대(총장 황건영 목사)와 교회사역훈련원(원장 이종민 목사)의 업무협약 현장에서는 한국교회 내 처음 시도되는 새로운 개념의 용어가 소개됐다. 바로 ‘교회 사역사(使役士)’다. 현재 교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직분군은 크게 둘로 나뉜다. 목사 강도사 전도사를 포함하는 목회자 그룹과 장로 권사 안수집사 일반성도 등으로 칭하는 평신도 그룹이다. 사역사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중간 연결고리가 돼주는 직분이라 할 수 있다. 평신도로서 교육, 전도, 절기 행사 기획, 성도 관리, 미디어 등 교회 사역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게 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이종민 원장은 “사역사는 전임·파트타임 전도사를 구하기 어려운 중소형교회 사역 현장에서 평신도로서 부교역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직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도사와 강도사를 거쳐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다른 사역지로 떠나게 되는 목회자 훈련 과정과 달리, 사역사는 담임 목사 곁에서 지속적으로 동역하며 공동체의 동력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왓슨과 로빈이 배역상 주인공의 ‘조수’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조력자’로 그려질 수 있었던 건 셜록 홈스와 배트맨이 추구하는 사회적 정의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역사 또한 그 출발선에서부터 동역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칼빈대와 교회사역훈련원이 공동으로 28주간(2학기) 진행하는 사역사 과정의 첫 단추가 ‘담임 목사와의 인터뷰 과제’라는 점에서다.

이 원장은 “담임 목사의 목회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지 않고는 아무리 전문화된 역량을 갖춘 성도라 해도 동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학교에서 목회자를 양성하는 과정,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신학교 평생교육원 과정과의 차별화도 뚜렷하다. 이단을 분별할 수 있는 수준의 교리, 신·구약성경의 중심 사상은 신학 교수들에게 배우되 교사 교육, 찬양 율동, 수련회 및 캠프 설계, 미디어 활용 등 목회 사역에 필요한 실무 역량 훈련의 비중은 높여 평신도가 준비된 교회 사역 전문가로서 발돋움할 수 있게 돕는다.

디모데성경연구원, 히즈쇼 등 검증된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강의를 모두 이수하면 칼빈대와 교회사역훈련원이 공동 발급하는 ‘사역사 자격증’을 부여받게 된다. 황건영 칼빈대 총장은 “교회 성장이 멈추고 다음세대 교육에 필요한 사역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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