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급증한 고양시 덕양구에 무슨 일이? 고양은평선 기대감에 행신동 저가 매수 급증 [감평사의 현장진단]

2024. 2.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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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경의중앙선 행신역 1번 출구로 나와 넓은 대로변을 건너니 충장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상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행신역을 등지고 충장로를 따라 계속 약 15분쯤 걸었을까. 좌우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왼쪽에는 2005년 준공한 행신SK뷰로 총 812가구, 8개동으로 구성됐다. 오른쪽에는 보다 큰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샘터마을2단지다. 1996년 준공한 구축 아파트로 2920가구 대단지다. 총 29개동으로 구성됐으며 최고 높이 20층 중층 단지다. 단지 북쪽으로는 행신초가 자리 잡고 있는 소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다.

행신동 일대는 고양특례시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인기 있는 주거지역이었지만 수도권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샘터마을2단지가 포함된 행신동 일대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업무지구까지 직선거리로는 7㎞ 내외로 비교적 가깝다. 하지만 지하철 이용이 만만찮다. 행신역까지 도보 15~20분 거리로 꽤 멀다. 또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이 길기로 악명 높다. 결국 상암동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준공 30년이 다 돼가지만 재건축이 쉽지 않은 중층 아파트 단지라는 점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조용했던 행신동 일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고양은평선이 행신동에 들어설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거지역으로 행신동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경기도가 수립한 ‘고양은평선 광역철도 기본계획’에 행신중앙로역(가칭)이 포함되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행신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행신동은 경기도 전역을 둘러봐도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 중 하나였지만 여러 의미로 저평가됐다”며 “여의도나 상암지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3억원대로 아파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행신동밖에 없다. 저가로 매수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교통 호재까지 겹쳐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최근 고양시 덕양구 매매 거래량이 대폭 증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고양시 덕양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54건으로 지난해 12월(157건)과 비교하면 61% 증가했다. 1월 거래량 신고가 2월 말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거래량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거래량이 집중된 곳은 행신동이다. 약 2만명이 거주하는 행신동에서만 1월 한 달 동안 아파트 거래가 79건 이뤄졌다. 최근 5개월(2023년 9월~2024년 1월) 기준으로 봐도 행신동 거래량(340건)은 고양시에서 가장 많았다. 행신동에 이어 화정동(59건) 역시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는 시장 침체로 매수자 관망세가 길어지고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덕양구 일대 거래량이 급증한 것에 주목한다. 행신동 아파트 시세가 인근 지역 대비 비교적 저렴하게 형성돼 있고 여러 교통 호재와 함께 최근 정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행신동 샘터마을2단지 전용 59㎡는 올해 2월 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섰을 때도 꾸준히 거래가 이어졌던 곳이다. 올해 1월 같은 면적 매물이 4억20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도 3억원 중후반대에 지속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행신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꾸준히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이 단지는 시장 침체와 무관하게 매월 꾸준히 거래되는 인기 단지”라고 소개한다.

마찬가지로 샘터마을2단지 역시 2~3년 전 신고가를 쓰기도 했다. 2021년 5월에는 전용 59㎡가 5억원에 거래됐으며 이후에도 2022년까지 꾸준히 4억원 중후반대 거래됐다. 이후 시장 침체기를 겪으며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호가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현재 나온 매물은 일부 급매를 제외하면 대부분 같은 면적이 4억원 이상으로 호가가 형성됐다.

행신동 내 다른 단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샘터마을2단지보다 좀 더 신축 아파트인 행신SK뷰1차 전용 84㎡는 올해 1월 5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단지 역시 지난해 하반기 거래 절벽이 시작됐던 시기에도 꾸준히 거래가 이뤄졌던 곳이다. 행신SK뷰1차 역시 한때 전용 84㎡가 7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조정기를 거친 후 다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

행신동 북쪽에 위치한 화정동은 지하철 3호선 화정역 일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화정동 별빛7단지청구아파트는 올해 1월 전용 84㎡가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136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화정역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했다.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화정문화의거리는 물론 화정초, 화정중, 화정고 등 학교와 인접해 화정동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점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고양시 덕양구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2주(2월 1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은 0.04% 하락했다. 서울은 0.03%, 수도권은 0.04%, 지방은 0.0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양시 덕양구는 0.09%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고양시 일산동구가 0.1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전세 가격 역시 고양시 덕양구는 행신동을 중심으로 2월 2주 0.24% 상승했다.

경기 고양시 행신동 ‘샘터마을2단지’와 ‘행신SK뷰1차’ 단지 모습. (윤관식 기자)
덕양구 매매량 늘어난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에 호재 겹쳐

행신·화정동을 중심으로 덕양구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고양시 내 다른 아파트와 비교해 입지 대비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 현재 고양시 내에서는 전용 59㎡를 3억원대, 전용 84㎡를 4억~5억원대에 구할 수 있는 단지가 많지 않다. 덕양구에는 준공 20년 지난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6억원 이하 저가 매물이 많아 다른 지역과 달리 거래가 활발했다는 분석이다.

지하철 이용이 어려웠던 행신동에 고양은평선 ‘행신중앙로역(가칭)’이 들어설 것이 유력해지면서 일부 투자 수요도 몰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고양은평선 광역철도 기본계획’안에도 행신중앙로역이 반영되면서 행신동에 지하철이 들어서는 것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고양은평선은 서울 새절역과 경기 고양시청 간 15㎞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다.

올해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정부는 안전진단 면제 혹은 완화 등이 담긴 특별법을 발표했다. 구축이 많은 덕양구 일대 아파트들은 내심 관련 규제 완화 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다양한 이유로 덕양구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극도로 위축됐다. 각종 교통 호재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의 호재가 반영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상승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덕양구 아파트는 대부분 준공 20년 지난 구축으로 재건축을 기대하고 있지만 건축비 상승 등 전반적인 정비사업 여건이 좋지 않다. 다른 지역이 계속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덕양구만 홀로 거래량이 늘거나 가격이 상승하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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