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든 방탈출게임, 제작비 10배 수익에 속편 제작도
[김성호 기자]
방탈출카페는 지난 10년 한국시장에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놀이문화로 꼽힌다. 도심마다 빠지지 않고 자리할 만큼 높은 인기를 끌며, 불과 10년 새 전국 매장이 수백 곳에 이를 만큼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한 번 게임을 하는 데 수만 원씩을 써야 할 만큼 높은 가격임에도 이를 즐기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이 같은 인기는 비단 한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보다 늦게 출발한 중국의 방탈출카페도 호황을 맞고 있다. 점포수가 무려 1만5000개를 넘어선 건 물론, VR, 센서 및 광학장치를 적극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방탈출게임까지 인기를 누렸다. 이밖에도 아시아 전역에서 방탈출카페는 놀이문화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이스케이프 룸 포스터 |
ⓒ 컬럼비아픽처스 |
방탈출게임의 영화화한다면
<이스케이프 룸>은 <테이킹>과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를 연이어 연출하며 스릴러에 재능을 보인 애덤 로비텔의 작품이다. 테일러 러셀, 로건 밀러, 제이 앨리스, 타일러 라빈, 데보라 앤월 등 얼굴이 얼마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 배우들을 두루 기용하여 신선함을 더하고, 연속된 방탈출 상황이 주는 지적 재미로 극을 이끈다.
영화는 여러 인물의 상황부터 설명하며 시작한다. 뛰어난 두뇌에도 심리적 문제로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삶을 사는 성공한 투자가 있고, 생활비에 허덕이는 하류인생도 있다.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던 모두 여섯의 사람 앞에 그들이 신뢰하는 누구로부터 물건 하나가 도착한다. 그 물건이란 조그마한 사각형의 상자로, 어떻게 여는지 알지 못하여 그들은 한참을 거기 매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 상자를 열게 되는 것이다.
▲ 이스케이프 룸 스틸컷 |
ⓒ 컬럼비아 픽처스 |
문제를 풀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쉬이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미노스는 참석자들을 그대로 가두고서 게임을 시작한다. 대기실부터가 방탈출을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장소다. 긴가민가했던 참석자들은 이내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고 목숨을 걸고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방 곳곳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단서가 되고, 그 단서를 모아 방을 탈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첫 방은 갈수록 뜨거워 모든 것을 태우고, 다음 방은 몹시 추워서 저체온증에 걸릴 지경이다. 방과 방에 숨겨진 함정들이 참석자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급기야 한 명씩 목숨을 잃는 사태에 처한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이 방들에서 벌어지는 일을 누군가 보고 있음을 알도록 한다.
▲ 이스케이프 룸 스틸컷 |
ⓒ 컬럼비아 픽처스 |
누가 이들을 납치했을까
영화는 자연스레 누군가에 의해 유인되어 목숨을 건 게임에 나서는 이들의 사연을 드러낸다. 그리고 차츰 그들에게 어떠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표면 위로 떠오른다. 말하자면 이들 각자는 어떠한 사고에서 홀로 생존한 이들로, 누군가가 이들을 한 데 모아두고서 그들 중 누가 가장 운이 좋은지를 보려 했다는 추측이 이뤄진다. 이를 안 이들 중에선 게임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이가 생겨나고, 또 누구는 어찌됐든 게임을 끝내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고집한다.
여러모로 영화는 서사보다는 사건 그 자체에 치중하는 작품이다. 서사라고 해봐야 목숨 걸고 게임을 해야만 하는 이들의 사연이 전부이고, 눈앞의 문제는 시시각각 진행되기 때문이다. 마지막방까지 문제는 계속되고 그중 몇몇은 참여자의 목숨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 온 관심이 그때그때의 문제에 쏠릴 밖에 없는 이유다.
▲ 이스케이프 룸 스틸컷 |
ⓒ 컬럼비아픽처스 |
10배 수익 대박 친 뒤 속편 제작까지
<이스케이프 룸>은 전격적으로 방탈출카페를 본 따 만든 작품이란 점에서 특색이 있지만 온전히 새로운 영화라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그들에게 목숨을 건 게임을 시키는 영화가 이전에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10억>과 같은 영화가 있었고, <오징어게임>과 같은 드라마도 큰 인기를 누렸다. 할리우드에선 <큐브>에서 <헌트>에 이르는 일련의 서바이벌 영화가 장르를 이루었다 해도 좋을 테고, 일본에선 <배틀로얄> 같은 작품이 명성을 얻었다.
이 같은 영화들 사이에서 <이스케이프 룸>은 방탈출게임을 전면적으로 채택해 영화화하기를 선택한다. 보다 전면적으로, 또 보다 노골적으로, 갇힌 상황을 푸는 재미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영화보다도 서사의 부담을 줄여가며 상황의 매력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을 테다. 더위와 추위로, 온갖 아이디어가 삽입된 방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분투가 뻔하면서도 재미를 준다.
이 같은 선택의 결과는 속편 제작이다. 불과 900만 달러(한화 120억 원)로 제작된 1편의 수익은 무려 1억 달러(1335억 원)에 이르렀다. 자연히 <이스케이프 룸>에서 마저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스케이프 룸 2>로 제작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됐을 뿐 3편 역시 기획된 바 있다. 특히나 서사 대신 자극적 재미에 집중하는 영화가 OTT서비스를 통해 인기를 끌며 시리즈는 더욱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과 설정만으로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바로 이 작품이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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