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문신' 완간 윤흥길 "귀소본능 표현·판소리 율조 흉내"

박병희 2024. 2. 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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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귀소 본능을 표현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문장은 토속 정서를 나타내기 위해 판소리의 율조를 비슷하게 흉내냈다."

'장마' '완장'으로 유명한 소설가 윤흥길 씨가 장편 '문신(전 5권)'을 완간했다.

문신을 집필하면서 조사를 많이 생략했다며 판소리의 율조를 흉내 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판소리를 통한 어떤 토속 정서를 나타내고 싶었다. 문장도 판소리의 율조와 비슷하하게 흉내를 내다 보니까 (독자에게) 불친전한 문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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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귀소 본능을 표현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문장은 토속 정서를 나타내기 위해 판소리의 율조를 비슷하게 흉내냈다."

'장마' '완장'으로 유명한 소설가 윤흥길 씨가 장편 '문신(전 5권)'을 완간했다. 작가는 2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신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갈이 설명했다. 문신은 오는 3월1일 출간 예정이다.

문신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징용이 한창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가상의 공간인 산서 지방 천석꾼 대지주 최명배 가문을 중심으로 엇갈린 신념과 욕망, 갈등을 그린다.

1989년 문예지에 연재를 시작했으니 무려 35년 만에 탈고했다. 첫 연재를 시작한 문예지를 포함해 두 차례나 연재 중이던 문예지가 폐간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건강상의 이유로 작품을 쓰지 못한 때도 있었다. 특히 2018년 1~3권을 출간한 뒤 2019년 상반기에 4~5권을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이 나빠져 완간까지 5년이 더 지체됐다.

[사진 제공= 문학동네]

윤흥길 작가는 주제의식을 귀소 본능이라 설명하며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과 '밟아도 아리랑'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고 설명했다.

부병자자는 병사로 나가게 될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아들의 등을 바늘로 찔러 글자를 새기던 풍속을 뜻한다.

"6ㆍ25 때 동네 청년들이 입영 통지서를 받고 나서 팔뚝이나 어깨에 문신을 새기는 것을 많이 봤다. 문신 새기고 나서 며칠 동안 코가 삐뚤어지게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동네를 시끄럽게 하다가 군대를 갔다. 어렸을 때 저 형들이 왜 저러나 의문이 들었는데 나중에 그게 부병자자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병자자 풍습은 군대를 갔다가 전쟁터에서 살아돌아오면 다행이고 만약에 전쟁터에서 죽더라도 가족들이 문신을 보고 시신을 식별해 고향의 선산에 묻어주기를 바라는 그 소망을 담았다."

밟아도 아리랑과 관련해서는 작가 지인의 얘기를 들려줬다. 방송사 PD였던 지인이 태평양의 팔라우 섬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갔다가 그 곳의 혼혈 여성에게서 밟아도 아리랑을 들었다는 사연이다. 혼혈 여성은 아버지가 징용온 한국인이었다. 팔라우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해군 기지가 있던 곳이다. 혼혈 여성은 자신의 아버지가 일제 강점기 때 밟아도 아리랑을 부르며 힘든 노역을 버텼고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서 묻히기를 소망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혼혈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밟아도 아리랑의 가사도 들려줬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만 말아라 또 다시 꽃피는 봄이 오리라."

올해 82세에 등단 56년째를 맞았지만 작가는 여전히 문장을 고민했다. 문신을 집필하면서 조사를 많이 생략했다며 판소리의 율조를 흉내 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판소리를 통한 어떤 토속 정서를 나타내고 싶었다. 문장도 판소리의 율조와 비슷하하게 흉내를 내다 보니까 (독자에게) 불친전한 문장이 됐다."

어렸을 때부터 사전을 끼고 살았다는 작가는 작품을 집필하면서 모든 어휘를 표준어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대화문 속에 나오는 어휘들은 사투리와 표준어가 아닌 단어들이 상당히 많지만 지문에 나오는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아서 낯설기는 하겠지만 모두 다 표준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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