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파스타] 좋은 감독보다 중요한 건 좋은 단장! 이탈리아의 숨은 '전설급' 단장 사르토리, 이번엔 볼로냐 돌풍이다

김정용 기자 2024. 2. 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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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지르크제이(볼로냐).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볼로냐가 이탈리아 축구계를 뒤흔들면서 선수와 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진짜 주역으로 꼽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저인망식 영입으로 돌풍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조반니 사르토리 단장이다.


24일(한국시간) 볼로냐가 엘라스베로나를 2-0으로 격파했다. 두 중앙 미드필더 조반니 파비안과 레오 프로일러가 나란히 득점했다. 볼로냐는 이로써 최근 5연승을 달리며 앞선 5경기 무승(컵대회 포함 2무 3패) 부진을 털어냈다. 잡아낸 팀 중에는 호시탐탐 상위권 등극을 노리는 피오렌티나(현 7위)와 라치오(현 8위)도 있었다.


볼로냐는 현재 4위다. 13승 9무 4패를 기록 중이다. 5위 아탈란타와 승점 2점차, 6위 AS로마와 승점 4점차라 결코 안전한 4위는 아니지만 시즌 막판까지 유럽대항전 진출 경쟁을 이어갈 저력은 충분하다. 볼로냐의 가까운 과거를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2014년 강등됐다가 2015년 겨우 다시 승격했고, 이후 7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순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티아구 모타 감독과 함께 지난 시즌 9위로 올라선 데 이어 이번 시즌 상위권이 된 건 엄청난 변화다.


시즌 초부터 주포로 맹활약하며 큰 관심을 받은 스트라이커 조슈아 지르크제이는 올해 들어 단 2골에 그치며 현재 9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리카르도 오르솔리니가 올해만 5골을 넣으며 9골 2도움으로 공동 최다득점자로 올라섰다. 티아구 모타 감독의 체계적이고 짜임새 높은 전술 역시 큰 주목을 받는다.


볼로냐에 앞서 키에보의 기적, 아탈란타 돌풍을 이끈 사르토리


사르토리 단장의 이야기를 하려면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선수로서 명문 AC밀란에도 몸담았지만 딱히 빛을 보지 못한 사르토리는 3부 키에보에서 은퇴한 뒤 곧바로 코치를 맡았지만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지도자를 바로 그만두고 1992년 키에보의 단장이 됐다.


사르토리의 천직은 단장이었다. 선수단 구성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키에보에서 22년간 선수단 구성을 맡았는데, 성적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1994년 2부로 승격, 2001년 1부인 세리에A로 승격했다. 승격 첫해 5위 돌풍을 일으켰고, 2005-2006시즌에는 4위에 오르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예선 참가권까지 따냈다. 유럽대회 병행의 여파로 한 차례 강등됐다가 바로 승격한 뒤 세리에A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키에보는 사르토리가 떠난 뒤인 지난 2019년 2부로 강등됐고, 재정 문제 때문에 2021년 아예 해체됐다.


키에보 시절 발굴한 대표적인 선수로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멤버가 되는 시모네 페로타를 비롯해 니콜라 레그로탈리에, 아마우리, 안드레아 바르찰리가 있다. 은퇴 직전의 독일 대표 스트라이커 올리버 비어호프를 영입해 잘 써먹기도 했다.


특히 사르토리 단장의 특기는 대형 유망주였다가 한 번 실패 판정을 받은 선수를 영입해 부활시키는 것이다. 키에보 시절 크리스티안 만프레디니가 대표적이다. 유벤투스의 미드필더 유망주였으나 임대를 전전하며 기량을 펼치지 못한 만프레디니는 키에보의 세리에B 마지막 해에 영입돼 승격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2001-2002시즌 세리에A로 승격한 뒤에도 5위 돌풍의 주역으로 맹활약하며 곧바로 라치오의 러브콜을 받았다.


두 번째로 선수영입 능력을 보여준 팀은 아탈란타다. 아탈란타의 돌풍에는 사르토리의 선수 수급 능력이 있었다. 2014년 아탈란타에 합류해 한정된 자금으로 강력한 선수단을 만들어냈다. 첫 이적시장에서 아탈란타 돌풍의 중심이 될 파푸 고메스(현 몬차)를 영입했다. 이후 프랑크 케시에(현 바르셀로나), 레모 프로일러(현 볼로냐), 브라얀 크리스탄테(현 AS로마), 하파엘 톨로이, 마르턴 더론,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현 로마), 데얀 쿨루세프스키와 크리스티안 로메로(현 토트넘홋스퍼), 잔루카 만치니(현 로마), 로빈 고젠스(현 우니온베를린) 등 크게 성장할 선수들을 여럿 데려왔다.


이미 성공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팀 사정이 어수선했던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전략이 아탈란타에서도 먹혔다. 쿨루세프스키처럼 빅 클럽 유벤투스에서 활용하기 힘든 선수를 빌려다가 키운 뒤 돈을 발기도 했다. 아탈란타 돌풍의 최고 공신 고메스의 경우 이미 카타니아에서 세리에A 경험을 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메탈리스트로 이적했다가 국제정세 때문에 붕 뜬 선수였다.


사르토리는 선수를 많이 산다. 매 시즌 10명 정도 영입한다. 그 중 상당한 확률로 주전 선수를 키워내고 나머지는 미련 없이 이별하는 식으로 팀을 운영해 왔다. 그렇게 해도 스타 선수 한 명 사는 것보다 10명의 몸값이 싸다.


유망주와 중견 선수의 적절한 조화


이번 시즌 볼로냐 돌풍의 주역들 역시 사르토리 단장의 특기 '처지가 애매해진 유망주 영입'의 성과인 경우가 많다. 지난 2022년부터 볼로냐 이적시장을 이끌기 시작했는데, 바이에른뮌헨의 실패한 유망주처럼 보인 지르크제이를 영입했다. 루이스 퍼거슨, 샘 뵈케마, 단 은도예, 파비안, 리카르도 칼라피오리 등 돌풍의 주역들을 두 차례 이적시장을 통해 알차게 데려왔다.


주제 무리뉴 AS로마 감독(왼쪽)과 티아구 모타 볼로냐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리카르도 오르솔리니(볼로냐). 게티이미지코리아

꼭 유망주가 아니라도 부활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잘 찾아내는 수완 역시 날카로웠다. 아탈란타에서 이미 기량을 확인한 프로일러를 영입해 새 구심점으로 삼았다. 로마를 대표하는 수비 유망주였으나 경력이 잘 풀리지 않아 스위스의 바젤로 이적했던 칼라피오리를 데려와 이번 시즌 리그에서 돋보이는 수비수로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선수를 잘 사준다는 건 감독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키에보 돌풍 시절 루이지 델네리 감독이 큰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유벤투스 등 빅 클럽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이 사례를 감안한다면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감독, 최근 주목 받는 모타 감독 역시 사르토리 덕을 많이 본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모타 감독을 모셔가려는 팀이 있다면, 좋은 단장도 붙여 줄 준비를 해야 한다.


※ 김정용 기자가 연재하는 '오늘의 파스타'는 세리에A를 비롯한 이탈리아 축구 소식을 다룹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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