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려고 하면 "왈왈!" 대소변 장애까지… 우리 강아지도 허리디스크?

이해나 기자 2024. 2. 27.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멍멍냥냥]
반려견에게 허리디스크가 발병하면 통증이 생기면서 뒷다리를 잘 쓰지 못하며, 심할 경우 배변활동에 문제가 생긴다./사진=충현동물종합병원 강종일 원장 제공
50대 여성 A씨는 최근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부터 뒷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하고, 소파에 뛰어 올라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만지려고 하자 짖으며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다.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A씨는 반려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고, '허리디스크' 때문인 걸 알게 됐다. 도대체 무엇이 반려견의 허리를 망가뜨린 걸까?

◇닥스훈트 등 허리 긴 견종 특히 위험, 비만·노화도 원인

반려견도 사람처럼 척추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리디스크가 생길 수 있으며, 재발 우려도 있다. 반려견 허리디스크는 디스크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척수와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을 말한다. 신경이 압박받으면 ▲통증이 생기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며 ▲운동 실조(보행 이상) ▲다리, 방광, 괄약근의 마비 등이 생길 수 있다. 디스크는 반려견의 척추뼈(척수를 보호하는 뼈)들 중간에 위치한 말랑말랑한 구조물로, 쿠션처럼 충격 흡수의 역할을 한다. 또 척추 속을 지나는 정교한 신경들을 보호한다. 

허리디스크는 반려견이 침대, 소파, 식탁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과격한 운동을 할 때 잘 발생한다. 비만도 허리디스크 원인 중 하나다.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허리에 가중되는 무게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노령견들은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 기능이 저하돼 밖으로 돌출되기도 하고, 척추 자체에서 관절염 양상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처음부터 유전으로 인해 디스크를 약하게 가지고 태어나는 견종들이 있다. 특히 허리가 긴 견종이라면 허리디스크가 생길 위험이 더 크다. 분당리더스동물의료원 박강효 원장은 "대표적인 허리디스크 위험군에는 닥스훈트, 코카스파니엘, 프렌치 불도그, 비숑 프리제 등이 있다"며 "다만 어떤 견종이라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디스크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 허리디스크는 반려견의 디스크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척수와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을 말한다./사진=충현동물종합병원 강종일 원장 제공


◇심하면 배변 활동 영향… 증상 보이면 즉시 병원으로

반려견에게 허리디스크가 생기면 천천히 또는 갑작스럽게 증상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뒷다리를 잘 쓰지 못하거나 ▲복부에 긴장감이 들거나 ▲움직이려 하지 않거나 ▲가구 위로 뛰어 오르내리기를 망설이거나 ▲들어 올릴 때 비명을 지르는 증상 등이 있으며, 심할 경우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기도 한다. 반려견이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해서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충현동물종합병원 강종일 원장은 "일부 개들은 인내심이 있어서 통증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반면 어떤 개들은 겁이 많아서 조금만 아파도 엄살을 심하게 부린다"고 말했다.

사진=헬스조선 DB

반려견 허리디스크 증상은 크게 5단계 혹은 6단계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 5단계와 6단계는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1단계=초기 단계로, 통증이 있지만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는 상태다. 이 단계에서는 ▲자택에서 안정을 취하거나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2단계=통증이 있으면서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는 상태를 말한다. 치료법은 1단계와 동일하나, 종종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3단계=통증이 있으면서 몸에 부분적 마비가 온다. 이 경우 반려견은 자신의 체중을 거의 지탱하지 못한다. 따라서 입원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종종 수술이 권장된다.

▷4단계=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이상이 생긴 다리는 보행불능 상태에 이르며, 배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도 한다. 4단계부터는 디스크 제거를 위해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5단계=반려견이 완전히 무력해지고 다리에 감각이 없는 단계다. 심각한 척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수술이 권장된다.

▷6단계=반려견이 무력해지고 척수가 빠져나온 상태를 말한다.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안락사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 진단은 우선 임상 증상과 엑스레이(X-ray)검사를 통해 가진단하며, 이후 더 정밀한 진단인 CT나 MRI 검사로 확진하게 된다. 초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회복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반려견 보호자는 반려견의 디스크 증상을 발견하는 즉시 치료를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뛰어오르기 최대한 막아야… 가구에 계단 설치하면 도움

척수 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우선 약물을 사용해 치료한다. 반려견의 염증 반응과 척수 부종을 줄이는 것이 목적으로, ▲근이완제 ▲항생제 ▲통증 완화제 등을 투약한다.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이 필요한데, 수술은 척수를 압박하는 디스크 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완전한 회복까지는 반려견마다 차이를 보이며, 최소 몇 주 안에 끝나는 경우도 있는 반면 회복까지 몇 달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이 회복 기간을 줄이기 위해 줄기세포치료 등 재활 치료를 하기도 한다.

반려견 허리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선 반려견이 소파나 침대 같은 가구 위에 뛰어오르거나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과도한 운동은 되도록 제한하되, 비만이 있다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도록 허리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또 터그 놀이(장난감을 서로 잡아당기며 힘을 겨루는 놀이)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려견을 사람 아기처럼 겨드랑이(앞다리 쪽)를 잡고 들어 올리는 행동도 피하는 것이 좋다. 반려견의 척추에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반려견을 안을 때는 엉덩이를 받쳐주는 것이 좋다. 강종일 원장은 "핵심은 강아지가 수평을 유지해 등이 곧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손을 강아지의 가슴 아래에 놓고 다른 손으로 강아지의 꼬리와 엉덩이를 감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간혹 보호자의 욕심에 반려견을 사람처럼 엉덩이를 대고 앉는 자세를 취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자세 역시 반려견의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반려견을 정형외과적으로 지탱해 줄 수 있는 전용 침대를 쓰거나, 높은 가구에 뛰어오르지 않도록 계단을 설치해 주면 좋다. 또 반려견 산책 시 사용하는 하네스를 목줄 대신 가슴줄로 대체해 주면 디스크 예방에 도움이 된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