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선구적 해석을 보여주다...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더 하이엔드]

윤경희 2024. 2. 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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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독창적인 생각을 시도해보세요. 규칙에서 벗어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보세요."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럭셔리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가 지난 2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폰테리아 카를로 마키에서 열린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에서 발표한 쇼노트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이것이 내가 꿈을 꾸는 방식"이라며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집을 완성하듯,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다양한 영감을 꿈꾸고 실현한다"고 밝혔다.

쇼는 그래미상을 3번이나 수상한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마크 론슨이 연출한 사운드 트랙으로 시작했다. 이번 쇼는 사바토 데 사르노가 선보인 두 번째 여성복 컬렉션이다. 이번 역시 지난해 앙코라 쇼에서 보여준 그의 첫 여성복 컬렉션처럼 완벽한 테일러링 실력을 기반으로로 한 정제된 우아함의 미학을 보여줬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거대한 사각형 모양의 무대는 지난 1월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쇼와 닮았다. 그는 남성복 쇼에서 자신의 첫 컬렉션이었던 지난해 앙코라 쇼에서 거대한 공간에 빛으로만 사각 무대를 만들었던 방식을 미러링 기법으로 그대로 차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역시 거대한 사각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대신 단상형 무대를 만들어 컬렉션을 돋보이게 했다.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그의 의도가 이번 쇼에도 이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성복 실루엣의 코트로 승부수


컬렉션은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실루엣의, 당장이라도 '입을 수 있는' 코트의 향연이었다. 쇼의 오프닝을 담당한 모델 아나 로솔로비치가 입은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코트 겸 재킷에서 시작한 쇼는 모델 어깨보다 한뼘 이상 큰 커다란 어깨선을 가진 박시한 남성적인 실루엣의 코트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맥시 코트와 엉덩이를 살짝 덮는 반코트로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선보였고, 소재는 따뜻한 느낌의 원단부터 가죽, 퍼까지 다채로웠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는 이번 쇼노트에서 "코트를 만드는 일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장인 정신의 결정체"라고 말했는데, 이는 그가 얼마나 코트에 공을 들였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코트 제작은 먼저 안감 등 내부 구성을 정하고 코트가 걸려 있을 때와 사람이 입었을 때 옷감의 움직임이 어떻게 다른지, 울 소재에 새로운 섬유를 혼합한다면 색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등을 가늠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과정은 꼼꼼하고 세심한 판단이 요구되며 이 하나하나의 여정이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코트의 안에 또는 독립된 스타일로 입을 수 있는 원피스는 속이 비치는 시스루 레이스와 실크, 양모 원단으로 선보였다. 이들은 딱딱한 느낌의 코트와 확실히 대비된 스타일이었지만, 두 의상이 만나 하나의 스타일로 어우러지며 여성복의 우아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무릎, 그리고 허벅지 높이 올라온 승마 부츠


이번 쇼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부츠다. 쇼에 등장한 많은 모델이 자연스러운 광이 나는 가죽으로 만든 승마 부츠를 신었다. 특히 발목 뒤쪽에 가는 구찌 홀스빗 장식이 달린 일자형의 클래식한 실루엣은 구찌라는 브랜드와 승마를 연결해주는 장치다. 여기에 짧은 팬츠와 어울리는 오버 더 니(Over-the-Knee) 부츠도 함께 선보이며 올해 겨울 거리에 등장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새로운 가방들의 등장


많은 볼거리가 있었지만,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는 역시 가방이다. 지난 쇼까지 재키 백 등 브랜드의 상징적인 백들을 재조명했던 사바토 데 사르노는 이번엔 자신만의 새로운 가방들을 대거 공개했다.
부드러운 나파 가죽 소 새로운 탑 핸들백(손잡이가 달린 가방)은 플레인한 스타일, 푸피(Puffy) 스타일, 새로운 GG 모노그램 스타일 등 다양하게 등장했다. 또한 브랜드 아카이브 속 승마 모티프에서 영감 받아 재탄생시킨 하프 문 실루엣의 새로운 핸드백과 뱀부 백을 재현한 클러치와 새로운 뱀부 버킷 백도 눈길을 끌었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는 확실히 현실적이다. 지금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 "나의 꿈은 나의 패션과 마찬가지로 항상 현실과 대화한다. 나는 다른 어떤 세계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 그대로다.

지난 23일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의 피날레 인사를 하는 사바토 데 사르노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 구찌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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